우리의 삶은 일하는 손 덕분에 존재한다. 노동하는 손은 사랑하는 손만큼이나 아름답다. 어떤 특별한 기억은 손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걸음마를 하고, 자전거를 타는 등 그 모든 첫 순간을 우리는 손으로 기억한다.  손에는 또 따뜻한 힘이 있다. 아픈 몸의 상처를 보듬고, 다친 마음의 눈물을 닦아 준다. 손은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요긴한 도구이자 재료가 된다. 손은 요리하고 춤추며, 악기를 연주한다. 기쁜 일이 생기면 무의식적으로 손뼉부터 친다. 친구와 손바닥을 마주친다면 행복은 쉽게 두배가 된다. 
손은 얼마나 고맙고 사랑스러운가. 아플 때 이마를 짚어주던 어머니의 따스한 손, 넘어졌을 때 일으켜 세워주던 아버지의 듬직한 손. 그리고 어려울 때 힘내라며 꼭 잡아주던 친구의 다정한 손. 손은 우리를 따스하게 감싸주고 일으켜 세워주고 힘을 준다. 
손은 연약해 보이지만 무엇보다도 강하다. 흙을 가꾸고 일구는 농부의 손은 닳지도 않는다. 그 닳지 않는 손으로 자식들을 곡식처럼 훌륭하게 키워낸다. 
법정(法頂) 스님은 자신의 손으로 쓴 수많은 글을 책으로 펴내 중생을 위로하고 가르쳤다. 스님은 글을 쓰면서 특유의 ‘까칠함’을 숨기지 않았다. 초파일 밤이면 법당 앞에만 비집고 서로 등을 달려는 신심(信心)을 놓고도 “등이란 어둠을 밝히는 것이지 불상 앞에만 걸어두자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등은 절간보다도 거리나 어두운 길목에 켜서 여러 중생의 발부리를 밝혀주는 일이 널리 일어났으면 한다”고 했다.
스님은 또 2010년 입적 직전 “내가 쓴 책을 모두 없애라”는 유언을 남겼다. 유언에 따라 열반 직후 한때 스님의 책이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지금 서점에는 ‘새로 발견된 유고’ 혹은 ‘육필 원고’라는 명분으로 스님의 책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손으로 무엇을 가질 수 있고 무엇을 가질 수 없는가. 우리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빈손일 때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다. 생전 ‘빈손’ 혹은 무소유(無所有)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온 스님의 뜻이 ‘뜻밖의 책’들로 흐려지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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