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을 의미하는 蜂(봉)자는 벌레 ‘虫(충)’변에 봉우리를 의미하는 ‘夆(봉)’을 쓰는 표의 문자이다. ‘벌레 중에 최고’라는 뜻이다.
꿀벌은 꽃과 꽃 사이를 누비며 꽃 속의 꽃가루를 물어다 모은다. 모아둔 꽃가루를 다시 삼키고 뱉으며 배 속에서 분비된 효소를 혼합하면, 단물 속의 자당이 과당과 포도당으로 분해되고 벌의 타액 속의 다양한 효소까지 혼합되면 달콤한 꿀이 된다. 
인간이 벌에서 꽃을 얻는 모습은 BC 7,000년 전에 그린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의 동굴 벽화에서 볼 수 있다. 꿀벌이 벌꿀 1g을 얻으려면 무려 8,000송이의 꽃을 찾아다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유익한 벌이 기후변화와 유해 살충제 등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벌이 멸종하면 사람도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된다. 
힘들여 만든 꿀을 지켜야 하는 벌들에게는 침이라는 무서운 무기가 있다. 벌집을 건드리면 벌들은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침을 쏜다. 떼로 몰려오는 것을 ‘벌떼처럼’이라고 말한다. 옛사람들은 이를 봉기(蜂起)라고 표현했다. 
‘봉기’는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모두 공통으로 쓰는 단어다. 벌이 꿀을 지키려고 봉기했듯 인간도 굶주림을 견디지 못했을 때는 봉기했던 역사가 있다. 
영국드라마 ‘블랙 미러’는 과학기술이 발달한 가까운 미래의 디스토피아적 사회상을 그리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공학, 사물인터넷(IOT), SNS 등 이른바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과 서비스 시대가 배경이다. 이들 기술이 인간의 욕망을 어디까지 실현시켜 주며, 그것이 어떤 가공할 부작용을 가져올 것인지를 실감 나게 보여준다. 멸종한 꿀벌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소형 드론 꿀벌이 꽃가루를 옮기는 원래 임무를 벗어나 범국민적으로 미움을 받고있는 사람을 살해하는 흉기로 돌변한다. 
드라마는 이어지는 로봇 벌의 공격 속에 정부의 비밀 프로젝트와 해커의 정체가 드러나고 충격적인 대반전으로 막을 내린다. 가까운 미래를 다룬 SF라지만 갈수록 살벌해지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해 여운이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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