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영화연구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부메랑처럼 힘겹게 살아온 청춘
‘청춘의 꿈’ 실현하기 위한 ‘행복한 도전’ 두려워 말아야
열정 가득한 ‘청춘과 꿈’에 스스로 뜨거운 응원 보내길

호젓한 밤에 적막을 깨고 달려가는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차 소리는 마치 사랑하는 이의 속삭임처럼 귓가를 간지럽히며 스친다. 오늘따라 달빛 또한 봉긋하게 차오르고 뽀얗게 분칠한 달무리로 유혹한다. 이를 거절하지 못하고 발코니로 다가가 창문 너머로 향해 목이 빠져라 고개를 들고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팔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손에 닿을 것만 같은 달은 조금씩 멀어져가고 저만치 논들에서는 “개굴개굴개굴개……” 개구리들의 합창이 이어진다. 하지만 합창 소리가 어찌 점점 나직해지는 것만 같다. 아마 한밤이라 개구리도 잠이 오나 보다 하며 그러려니 넘긴다. 
한편, 공사가 한창 이루어지고 있는 큰길가 쪽을 살피는데 자동차 불빛도 잔잔해지는 듯하다. 이러한 연유로 깊은 밤 홀로이 발코니와 안녕을 고하려는데 이게 웬일이람! 글쎄, ‘윙~~’하는 굉음과 함께 날쌘돌이처럼 택배물류탑차가 주차장을 내달리고 있지 않은가.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각인데 가가호호 방문 배달이라니! 거기에다 택배물을 양손에 든 청년은 마냥 뛰기 시작한다. 지켜보고 있노라니 왠지 마음이 짠해진다. 물론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말이 전해지기도 하지만 결코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아마도 청년 시절의 내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서가 아닐까 싶다. 
20대 시절의 나는 세상과의 전쟁을 독하게 치렀다. 물론 여기에는 승자도 패자도 모두 나 자신일 뿐이었으며, 오직 나만이 스스로를 살피고 이겨냈어야 했다.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가족들로부터 스스로 멀어져 자칭 자급자족을 성취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를 달리 말하자면, 나홀로 여행이자 가출길에 오른 것이다. 이 여행의 서막은 바로 중학교 1학년 때 시작되었다. 중학교에 입학하여 첫 번째 기말고사에서 내가 속한 반에서 1등을, 전교 5등을 했었는데 가족들은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왜 그리 생각하냐면, 위로 오빠와 아래로 남동생 둘 사이에서 남자 형제들을 제치고 1등씩이나 한다는 것에 부모님은 그리 흔쾌하지 않아 했던 것 같다. 그랬으니 가족들로부터 칭찬을 바라는 건 사치라 생각하며 나홀로 세상을 꿈꾸기 시작하며 방황의 길로 접어들었다. 
마침내 고등학생이 된 어느 날 어머니는 조용히 말씀하셨다. “대학을 보내주지 못할 테니 공부를 열심히 하지 말라”고, 돌아보면 그때부터 나는 내 속의 나와 타협하지 않으려 했었다. 그로 인해 청년의 나는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부메랑처럼 옮겨 다니며 힘겹게 살아냈다. 하지만 가슴 속엔 언제나 뜨거운 열정이 용솟음치며 꿈의 씨앗만은 품고 있었노라 이제야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어쩌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따뜻한 응원과 격려의 말 한마디는 참으로 천군만마(千軍萬馬)와도 같은 것이다. 이는 바로 할아버지의 말씀이다. 세상을 떠나신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내게 늘 따스한 눈빛으로 “정수야, 너는 중년이 되면 사내들 못지않게 큰 사람이 될 거야!”라며 응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이 말씀은 여전히 진행형으로 가슴속 깊이 새겨져 있다. 아울러 지금 이 순간에도 청춘의 시간 속에 열정 부자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필자의 달곰쌉쌀한 청춘의 보따리를 살짝 풀어보았다면, 흔히들 말하는 ‘영화 같은 삶’에는 또 어떤 스토리가 있을까. 
먼저, 박혜령 감독의 《밥정: The Wandering Chef》(2018)을 들 수 있겠다. 임지호 셰프가 그리움의 맛, 어머니를 찾아 자연을 벗하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뜨겁고도 자연스러운 청춘의 맛을 보여준다. 다음으로는, 구성주 감독의 《엄마: Long Winding Road》(2005)로 우리네 엄마의 자식 향한 뜨거운 청춘의 여정을 보여준다. 어지럼증으로 차를 타지 못하기에 걷고 또 걸어 산 넘고 물 건너 마침내 딸의 결혼식장에 다다르며 감동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노진수 감독의 《오빠가 돌아왔다: Total Messed Family》(2010)로 외골수 아버지로 인한 가족 구성원들의 자연스러운 청춘의 반란과 도전을 보여준다. 이들 가족은 결국 집을 나간 오빠와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게 되며 행복한 결말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보다 행복을 향한 도전이다. 이는 바로 성별과 나이를 떠나 누구나 자신이 간직한 ‘청춘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때로는 ‘개구리도 움츠려야 멀리 뛴다’는 말처럼 자신만의 레이스에 따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우리 모두에겐 시절을 달리하는 청춘이 있으며 이를 통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청춘(Youth)과 꿈(Dream)에 뜨거운 응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정수 영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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