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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통신] 울산과 경쟁하는 국내 세계문화유산 후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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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영 편집이사
  • 승인 2021.06.1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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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고령 가야고분군(위)과 부산 UN묘지(아래).

 

김진영 편집이사

세계문화유산 등재 준비하는 가야권과 부산
정부지원과 지자체 연대로 콘텐츠 강화 속도
인류 이동과 탁월한 문화 유전인자 보여줘야 

지난봄 얼마간의 시간적 여유가 생겨 전라남도와 경상남북도 일원의 선사문화 유적을 답사할 기회가 있었다. 고대사의 비밀스러운 속살로 여겨지는 마한의 옛땅과 가야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함안과 고령 일대였다. 선사문화는 언제나 울산이 첫째라는 편협한 우월감에 가득 찬 필자에게 이번 답사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공주 송국리 일대와 백제 문화권을 둘러보며 느꼈던 선사문화에 대한 경외감이 이번 답사에서도 여지없이 반복됐다. 고고학 분야에서는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의 필자에게 울산의 선사문화 유적과 유물은 자긍심 그 자체였다. 사로국의 발전을 뒷받침한 우시산국과 중산동 일대 소국가들의 문화유산, 신암리와 조일리 일대의 신석기 문화부터 청동기 문화까지, 석탈해의 철기문화와 신라 천년의 배후 항만이라는 선사로부터 고대사로 이어지는 울산의 풍부한 문화유산이 바로 필자가 가진 편협한 자긍심의 뒷배였다. 문제는 우리가 그 자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관리하고 있는가에 있었다. 울산의 문화유산은 넓고 크고 깊었지만 고여 있을 뿐, 오늘의 사람들에게 재해석의 시간을 주지 못했다. 반면 마한의 옛 땅 송국리 일대와 대가야로부터 아라가야에 이르는 한반도 남부의 문화유산은 달랐다. 선사로부터 고대사로 이어지는 가야의 문화유산은 재해석과 활용의 과정을 통해 오늘의 문화유산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야사 재조명 작업은 정부의 지원으로 물적 질적 영역의 확장을 꾀하는 중이었다. 바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연대였다. 지난해의 일이다. 문화재청은 ‘가야 고분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 대상으로 선정했다. 가야 고분군은 대가야, 아라가야, 금관가야 등이 자리했던 김해, 고령, 고성 등에 넓게 걸쳐져 있는 고분군으로, 2013년에 이미 일부가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된 바 있고, 내년에는 세계유산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문화재청이 내년에 가야 고분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올리려는 근거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 부문에서 뛰어나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북 고령 일대의 지산동고분군을 필두로 한 가야 고분군은 고대사 부문에서 독보적인 유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13년 1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의 과정을 거쳤으니 거의 10년 만의 도전이라 할 수 있다. 반구대암각화와 얼핏 비슷한 과정을 거친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딴판이다. 가야 고분군은 지난 10년간 관련 자치단체들이 협업의 정신으로 문화유산 보존과 홍보에 공동 대응했다. 그 결과 총 13회에 걸친 학술회의와 7권의 연구 총서를 발간했다. 
가야 고분군과 함께 세계유산 후보로 거론되는 또 하나의 유산이 부산에 있다. 바로 피란수도 부산의 세계유산 등재작업이다. 부산시는 한국전쟁 1,023일 동안 피란수도 부산에서 이뤄진 공공·국제협력을 보여주는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만들기 위해 오래전부터 물밑 작업을 해왔다. 그 성과가 지난해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조건부 등재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후보에 올린 유산은 임시수도 대통령관저(경무대), 임시수도 정부청사(임시중앙청), 근대역사관(미국대사관), 부산기상청(국립중앙관상대), 부산항 1부두(부산항 제1부두) 등 8곳이다. 부산시는 올해 이 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 등재목록에 선정되도록 하고 이 과정이 마무리되면 세계유산 총회에 올린다는 계획하고 있다. 부산시는 이를 전담할 피란 유산등재팀을 신설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후보 목록에 UN이 인정한 세계 유일의 UN 기념공원을 피란 유산등재 대상유산에 포함했다.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UN 묘지라는 독보적인 유산을 가졌다는 점에서 세계유산 등재는 시간문제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결국 지금의 상황대로라면 내년부터 2025년까지 우리나라는 가야 고분군부터 반구대암각화와 부산까지 3개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작업이 예정된 셈이다. 문제는 반구대암각화다. 20년이라는 시간을 보존 논란으로 허송세월을 한 반구대암각화는 한층 더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울산시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개 대상지 가운데 가장 늦게 다음 달 1일 자로 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추진단을 출범하지만 준비상황은 알차다. 문화관광체육국 내 신설되는 반구대암각화세계유산추진단은 보존담당, 등재추진담당, 암각화박물관 등 3개 담당을 두고 이미 실무적인 작업을 해오고 있다. 등재의 핵심은 보존에 대한 시민들의 의지와 정부의 지원이다. 물에서 건져내는 일은 이제 하나로 모였다. 과제는 가치를 증명하고 콘텐츠를 확장하는 일이다. 특히 7,000년 전보다 훨씬 앞선 시기부터 울산을 기반으로 문화를 만든 무수한 선사유적을 살아 있는 현장으로 복원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금 대한민국 산업수도라 이야기하는 울산은 그저 만들어진 도시가 아니다. 이미 1만년 이전부터 시작된 한반도 기원과 함께한 필연의 역사가 울산에 있다. 반구대 암석에 고래를 새겨넣은 사람들이 이 땅에 터 잡기 전부터 울산은 특별한 땅이었다. 북방 인류와 남방 인류가 모여들어 배를 만들고 기름을 짜고 철제무기를 제조한 문화유전인자가 깔린 곳이다. 그 바탕 위에 반구대암각화가 우뚝 서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작업이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핵심이 될 수 있다. 가야사 이상으로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이 절실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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