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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0주년 기획] 국가 대표 문화유산, 반백년 ‘물고문’에서 해방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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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혜정 기자
  • 승인 2021.07.18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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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 보존, ‘사연댐 수문’에서 길을 찾다

반백년 세월이다.       
‘큰 비만 왔다하면 수장(水葬)되는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를 어떻게 보존할거냐’하는 문제에 “사연댐 수문설치”라는 답안을 도출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그렇다. 반구대암각화를 최초 발견한 게 1971년이니 딱 50년만에 보존 방안이 마련된 셈이다.  
반구대암각화가 국보 제285호로 지정된 1995년을 기준 삼으면 26년만이고, 울산시가 보존 대책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2001년을 기준으로 보면 20년이다. 

지난 50년 세월동안 반구대암각화는 숱한 날을 ‘물고문’ 당했다. 1980년부터 2012년까지 33년동안 1년에 평균 227일은 침수된 상태였다. 365일 내내 물에 잠겼던 해도 세 번 있었다. 그나마 울산시가 사연댐 수위를 제한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로는 연평균 39일로 침수일이 확 줄었다.  
뒤늦게나마 사연댐 수문설치라는 답안지가 마련될 수 있었던 건, 낙동강유역 지자체들간 합의가 이뤄졌기에 가능했다. ‘반구대암각화 보존에 필요한 물을 운문댐 등을 활용해 울산에 공급한다’는 서면 합의인데, 불과 25일전 이뤄졌다. 사연댐에 수문을 달면 반구대암각화는 200년 빈도의 집중호우가 오지 않는 이상 물에 잠기지 않을 수 있다.<편집자주>

 

 

  2010년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등재
  10년간 ‘침수’ 해결 못해 하세월만 
  올해 2월 삼수끝 ‘우선등재 목록’ 선정

  2025년 세계유산 최종 등재
  사연댐 수문 설치가 ‘판가름’
  국보 보존+댐 안전성 강화 기대

  민선7기 송철호 시장 취임 후
  수문 설치·식수 확보 동시 추진
‘낙동강유역통합물관리’ 심의 통과
  운문댐 물 공급량 명시 등 과제 산적

 

#50년만에 ‘세계문화유산 우선등재 목록’ 선정

반구대암각화는 7,000년 전 선사시대 생활상이 새겨진,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이다. 
문화재청은 이 반구대암각화의 경제적 가치를 연간 4,926억원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2009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문화재의 공익적·경제적 가치분석 연구’ 용역을 의뢰했는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3,097억원)이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3,080억원)보다 가치가 더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 이듬해 반구대암각화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하지만 매년 큰 비가 올 때마다 도지는 고질병 ‘침수’를 해결하지 못해 10년을 흘려보냈고, 올해 2월에서야 ‘삼수’ 끝에 문화재청 심의를 통과해 우선등재 목록에 선정될 수 있었다. 반구대암각화 발견 50년만에 이룬 성과다. 이 말은 항구적인 반구대암각화 보존 해법이 그만큼 더 절실해졌다는 뜻이다.

 

‘큰 비만 왔다’하면 침수됐던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가 ‘사연댐 수문설치’라는 답안을 도출하기까지 반백년이 걸렸다. 사진은 사연호 전경.



  
#세계유산 최종 등재 8부 능선에 ‘사연댐 수문설치’ 
이제 남은 고지는 ‘2025년 세계유산 최종 등재’. 그 8부 능선에 사연댐 수문설치 문제가 있다. 
원래 사연댐 수문설치는 ‘반구대암각화 보존’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1965년 하류에 수문(홍수조절기능) 없는 사연댐이 준공되면서 큰 비만 왔다하면 반구대암각화가 침수되는 통에, 암반 주변부가 풍화돼 일부 박락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사연댐 수위가 53m(만수위가 60m)가 되면 반구대암각화 물에 잠기기 시작하고, 57m까지 오르면 완전히 침수된다. 때문에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사연댐에 수문을 달아 수위를 48m 아래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수문을 달면 200년 빈도의 집중호우가 퍼붓는 경우 반구대암각화가 침수되지만 9시간이면 물을 뺄 수 있다. 이 경우 하류 태화강 수위가 15㎝ 불어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천 정비계획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선 사연댐 수문설치에 ‘국보 보존’ 말고도 ‘사연댐 안전성 강화’라는 목적이 하나 더 추가됐다. 지어진 지 60년이 다 되어가는 사연댐은 지진‧홍수 같은 자연재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통상 준공 30년을 초과한 대형 SOC 시설물은 ‘고령화’(댐 평균 고령화율 55.9%)에 도달한 것으로 간주하는데, 사연댐의 노후화는 가장 심각한 단계로 진단됐다. 이에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사연댐에 비상방류터널을 내는 동시에, 내진성능을 갖춘 취수탑을 신설하는 안전성 강화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울산시가 추진하는 사연댐 수문설치 사업과 ‘기능(수위조절)’이 중복된다는 이유로 2019년 이 용역을 잠정 중단했다. 이를 두고 ‘울산시민 안전은 안중에 없다’는 비판이 본지 보도를 통해 처음 제기됐다. 결국 문화재청과 환경부는 올해 3월 국보 보존과 사연댐 안전성 강화 두 사업을 통합해 단일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오는 8월까지 이른바 ‘사연댐 수문설치 합동 추진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1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 일정으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현장을 방문했다. 반구대 암각화 및 사연댐 현황을 보고 받은 뒤 정재숙 문화재청장, 김석진 울산시 행정부시장, 이선호 울주군수 등과 물에 잠긴 반구대 암각화 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울산매일 포토뱅크

 

 

#울산 식수 ‘어디서’, ‘어느 정도 양을’, ‘얼마에’ 확보할지 관건     
관건은 식수 확보. 
사연댐 수위를 48m 아래로 유지할 경우 울산 청정 식수인 사연댐은 일부 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과거 울산시는 ‘울산권 맑은물 확보 없이 반구대암각화 보존도 없다’는 강경 스탠스를 취했다. 실제 보존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울산시는 수차례 용역을 거쳐 △댐수위 조절 △유로변경(대곡천 물길 변경) △차수벽설치 △터널형 유로변경 △수위조절 및 수문설치 등의 해법을 각각 제시했다. 문화재청은 수문설치를 원했지만 울산시는 “운문댐 물 7만톤을 주겠다고 먼저 약속하면”이라는 전제조건을 걸면서 서로 반목하고 불화했다. 
그런데 민선7기 출범 이후 이런 기조가 싹 바뀌었다. 송철호 시장이 사연댐 수문설치와 식수확보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실행에 옮기면서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난달 24일 환경부의 낙동강유역통합물관리방안이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 심의를 마침내 통과하면서 ‘식수 확보의 첫 단추는 꿰었다’는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당시 국가물관리위원회 산하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가 의결한 문구에 ‘경북 청도 운문댐 등을 활용해 반구대암각화를 보호하기 위한 물을 울산시에 공급한다’는 문구가 명시됐기 때문이다.
단, 2009년 마련된 ‘2025 수도정비기본계획’에는 울산이 운문댐 물 7만톤을 공급받는다고 나와있는데 이번에 의결된 문구에는 ‘7만톤’이 빠졌다. 또 운문댐 물을 끌어다 먹으려면 최소 1,000억원대의 관로를 설치해야 하고 물이용부담금도 더 내야 하는데 그 비용을 누가 댈 건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아 울산시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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