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꿔 놓은 텅 빈 관중석 풍경은 너무 낯설다. 하지만 24~26일 도쿄 올림픽 양궁 금메달 현장의 감동은 온 국민을 들뜨게 했다. 한국이 여자 단체전에서 사상 첫 9연패를 하자 AP통신은 ‘이름이 바뀔 수 있겠지만 한국 여자 양궁의 지배는 계속될 것이다’라고 했다. 양궁 종목 금메달 5개를 모두 넘보게 됐다.
한국 양궁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이다. 1984년 LA 올림픽 때부터 2016년 리우 올림픽까지 금메달 2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7개를 따냈다. 한국이 역대 하계올림픽에서 거둔 금메달 90개 중 25.5%가 양궁에서 나왔다. 그중에서도 여자 양궁은 단체전이 정식 종목이 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도쿄올림픽까지 한번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고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양궁에서 김진호(59) 한국체대 교수는 ‘원조 신궁(神弓)’으로 꼽힌다. 그는 고교 시절부터 국제무대를 주름잡았고,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는 “양궁은 한국인과 궁합이 잘 맞는다”고 했다. 한국인은 과녁에 명중하는 데 필요한 감각을 갖추고 있다. 한국인은 특히 손가락 감각이 다른 나라 사람보다 두배는 섬세하다. 어릴 때부터 젓가락을 쓰고 또 호기심이 많아 사물을 만지고 느끼는 것에 익숙하다. 박물관 등 전시장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만지지 마세요’라는 푯말을 볼 수 있다. 그만큼 한국 사람들이 만지고 느끼는 촉각에 민감하다는 뜻이다.
한국인 특유의 ‘승부 근성’도 세계 1위를 지켜온 무기였다. 큰 무대에서 긴장하기보다 그것을 즐기며 이겨낸다. 이것이 승부 근성이다. 무엇보다 양궁에선 상대를 속이는 기술이 없다. 양궁은 과녁에 꽂힌 점수로 등수를 매기기에 오심이 나오지 않는다. 심판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아 공정함이 보장되는 스포츠다. 
한국 양궁의 ‘불패 신화’는 선발 과정의 공정한 경쟁과 준비 과정의 철저한 디테일에 있다. 지금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한 경쟁에 목말라 있다. 이 시대 ‘공정의 힘’을 일깨워준 스포츠, 양궁 정신을 따르고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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