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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통신] 쥴리와 여혐, 그리고 부정식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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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영 편집이사
  • 승인 2021.08.0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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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외벽에 그려진 그림이 논란이 되면서 관계자가 벽화를 흰색 페인트로 칠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영 편집이사

통신선 누르고 청구서, 그래도 정치판은 멱살잡이만
내부 총질에 잇단 구설수, 여야 모두 리스크만 쌓여
쥴리부터 여혐논란까지 삿대질 정치판 짜증만 더해

문민정부를 무너뜨리고 정권을 탈취한 미얀마 군부 통치자 흘라잉의 야욕이 노골적이다. 쿠데타 거사를 치른 지 반년 만에 장기집권 수순에 들어갔다. 이제까지 국제사회의 눈치는 봤지만 이만하면 유엔 등 서방세계의 체면은 살려주지 않았느냐는 태도다. 대놓고 과도정부를 구성하고 셀프 총리 취임까지 허겁지겁 마쳤다. 그러면서 과도정부의 임무를 다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다. 

미얀마 이야기를 하니 자연스럽게 김정은의 이미지가 연결된다. 지난달 통신선을 슬쩍 연결했던 김정은은 여동생의 입을 빌어 대놓고 협박에 나섰다. 김여정은 우리 정부를 향해 담화를 내고 “(우리는) 남조선 측이 8월에 또다시 적대적인 전쟁연습을 벌려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에 대해 예의주시해볼 것”이라고 생떼를 쓰듯 청구서를 내밀었다. 이거야 원, 어른이 동네 아이들에게 눈을 부라리며 두고 보겠다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정치판은 서로 멱살잡이다. 갈 데까지 가보자는 것인지 ‘쥴리 벽화’로 사고를 쳤다. 제대로 사고를 응징하면 될 일인데 야권은 입이 근질거렸는지 이번에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걸고 온 여 궁사에게 ‘여혐 논란’으로 시비를 걸었다. 쥴리나 여혐이나 오십보백보다. 딱한 인사들이 욕지거리와 삿대질로 며칠 웅성거리더니 제풀에 지쳐 휴전 중이다. 딱 그 정도의 깜냥이다. 이럴 때 잘 나오는 용어가 부메랑이다. 쥴리로 돌아온 화살은 페미니즘으로 반사한 방패와 동급이다. 딱한 쪽은 민주당이다. 박근혜 누드화로 재미를 본 인사들이 아직 나쁜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벗기고 분칠하고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는 난장이 단골 메뉴가 됐다. 앞으로 남은 기간에 제2, 제3의 쥴리 벽화는 또 어디에 걸릴지 모를 일이다. 벽화는 그렇다 치고 극한의 압박 상황에서도 일정한 심장박동을 유지하며 금메달을 따낸 안산의 헤어스타일에 시비를 거는 국민의힘은 정말 국민의 짐 수준이다. 그것도 ‘숏컷’이란 이유와 평소의 언어가 남성비하 어휘라는 것이 근거란다. 양궁선수가 모든 것을 과녁에 집중하고 있는 판에 바다 건너 우리 쪽에서는 머리모양과 언어습관을 뒤적였다니 한심한 일이다. 
이 정도는 시작에 불과하다. 여야 모두가 내부 총질이 오발탄 격이다. 아직 본선까지 가지 않았기에 니편네편 없이 틈만나면 멱살잡이고 삿대질이다. 정치판에서 굴러먹은 정도로는 능구렁이 수준인 정치 9단들도 샅바를 잡자 눈빛이 변했다. 
여권의 선두다툼은 점입가경이다. 백제를 들고놓고 후려치기를 하다 이제는 재난지원금 살포 논쟁에다 음주운전까지, 전방위 육탄전이 벌어졌다. 선두를 달리던 이재명 쪽은 음주운전 시비로 자충수를 뒀다. 윤석열이 부산 돼지국밥집에서 낮술로 얼씨구나 지화자 장단을 맞췄다며 떠들었던 대변인이 역풍을 맞았다. 지난여름 이재명이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았다는 걸 잠깐 잊었다. 아뿔싸, 이준석이 꼭 집어 후벼파자 대변인직을 던지고 줄행랑을 쳤다. 
호재를 만난 상대들은 새로운 공격목표를 연일 내보이며 타깃을 향해 정조준이고 다른 쪽은 돈으로 편가르기를 하지 말라면서 ‘선수들끼리 왜 이러냐’며 우리 서로 지난 여름의 일은 묻어두자며 한쪽 눈을 찔끔 감아 보인다. 
실책은 정치판에 갓 들어온 신출내기들이 잦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 1, 2위는 신참이다. 연일 거친 입으로 구설에 오른 윤석열은 입당 후 몸 낮추기가 한창이다. 문제는 정제되지 않은 윤석열식 문법이다. 가장 최근에는 부정식품(불량식품) 공방으로 온몸이 화끈거렸다. 저소득층은 부정식품이라도 먹을 수 있는 자유를 줘야 한다는 발언이 민낯으로 세상에 떠돌았다. 경제학도들의 교과서격인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전제로 못가진 자들에 대한 과도한 처벌을 경계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국민의 행복추구권이 빈부격차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 국민의 건강권과 안전, 그리고 생명에 대한 인식의 문제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뿐이 아니다. 120시간 노동부터 페미니즘 발언까지 현실문제에 입을 대는 순간 설화로 엮인다. 이유는 생각을 정제하지 않은 채 입 밖으로 쏟아내기 때문이다. 은유와 상징, 애매와 모호의 어휘 선택은 여의도 화법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를 전제로 120시간 발언이 나왔다지만 사람들은 열심히 일한 당신은 눈에 넣지 않는다. 논란거리의 중심에 선 120시간이라는 단어가 매혹적이다. 싸움판을 키우는 정치공학이다. 
최재형 예비후보도 거친 입에 동참했다. “일하고 싶은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최저임금 인상은 범죄와 다름없다” 정부 최저임금 인상 잣대에 문제점을 지적했다지만 이 발언은 헌법이 보장하는 최저임금 제도의 의의를 부정하는 뉘앙스로 읽힐 수 있다. 스스로는 실언이 아니라고 강변해도 흠집을 찾아 삼만리를 헤매는 이들에게 먹잇감이 된다. 입은 화를 부르는 근본이다. 
여야가 염천 더위에도 대선 레이스에 열을 올리지만 국민이 보기엔 매혹적이지 않다. 고만고만한 인물들이 고만고만한 이슈로 자기들끼리 매일같이 분탕질이다. 문제는 몇차례 삿대질과 욕지거리로 리더를 뽑아본 국민은 이제 고만고만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올여름 폭염이 더 짜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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