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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먹튀 방지 장치 마련 시급(하·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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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가 울산혁신도시에 백화점을 짓겠다던 당초 약속을 뒤집고 오피스텔 개발계획을 발표한 지 37일이 지났다.
돈 안 되는 상업시설은 10%만 채우고 오피스텔 분양으로 잇속을 챙기겠다는 ‘유통강자’ ㈜신세계의 계획에 울산의 여론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한 발 ‘양보’해서 백화점이 힘들면 스타필드형 쇼핑몰이라도 세워달라는 요구가 높다.
송철호 시장은 지난 3일 저녁 울산혁신도시 아파트 주민들과의 간담회를 자청해 “신세계의 오피스텔 건립계획은 불허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가 소송 걸어도 승소할 자신 있다”고까지 했다. ▶관련기사 3면

㈜신세계는 4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스타필드보다 규모가 작은 ‘스타필드시티’ 모델이라면 울산혁신도시에 건립할 수도 있다는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 이 경우 울산의 랜드마크 역할을 할 경기도 하남이나 고양 수준의 스타필드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 신세계 “2만평 부지는 돼야 스타필드 쇼핑몰 건립”
이날 ㈜신세계 관계자는 ‘중구청이 요청한 9월말 시한까지 진일보한 새 개발계획을 발표할 수 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내부적으로 정리되지 않아 확답하긴 어렵다”고 전제한 뒤 “힘든 여건 속에서도 판매시설 개발계획을 발표했는데 반대가 많으니 다시 검토해보겠다. 그렇더라도 원점으로 돌아가 계획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또 “현재로선 백화점 건립이 힘든 상황이고, 혁신도시 부지 면적(2만4,332㎡·7,373평)은 좁기 때문에 시민들이 기대하는 스타필드형 쇼핑몰 건립도 어렵다”며 “경기도 하남이나 고양 스타필드 정도 규모가 되려면 부지가 기본 2만평은 돼야 가능하다”고 했다.
특히 “스타필드보다 규모가 작은 ‘스타필드시티’가 부산 명지점, 경기도 하남의 위례점, 부천점 등 3곳에 있는데 그 정도라면 울산에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세계는 ‘부지매각도 검토하고 있나’라고 묻자 “매각검토를 접었기 때문에 이런 계획을 말하는 것”이라며 “과거엔 부지 매각을 검토한 게 사실이지만,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해달라는 울산지역 사회의 요청에 지금은 매각이 아닌 개발계획을 검토 중인 것”이라고 말했다.

# 시 “사기업 신세계 개발계획, 조종할 순 없어”
‘스타필드시티’ 모델을 수용할지 여부는 향후 울산시와 ㈜신세계의 협의 과정에서 갑론을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신세계의 먹튀 행위를 방지할 장치도, ㈜신세계에 백화점이나 고양점 또는 하남점 수준의 스타필드 개발을 강제할 수단도 없다는 점이다.
송 시장도 주민 간담회에서 “신세계는 공공기관이 아니라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이다”면서 “울산시가 교통영향평가나 도시계획위원회, 지구단계획변경 등 행정절차를 통해 신세계를 통제하고 유도할 수는 있어도 근원적으로 조종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세계가 시민들의 기대에 걸맞는 개발사업을 한다면 법적인 기준을 최대한 완화해주겠다”면서 “다만, 신세계 부지는 혁신도시를 활성화하고 지역개발을 유도할 수 있는 랜드마크를 조성하기 위해 지정된 특별계획구역인 만큼, 이 취지에 맞지 않는 개발사업이라면 거부할 수 있다. 소송해도 승소할 자신 있다”고 부연했다.
결국 ㈜신세계와의 물밑협상을 통해 시민들의 눈높이에 걸맞는 개발계획안을 유도할 순 있어도, 신세계가 협상을 거부할 경우 “(원가에)땅 반납하고 나가라”는 식의 강제는 할 순 없다는 뜻이다.

# ‘협상의 원칙’ 개발·제시해 신세계 먹튀 감시해야
“이익을 생각하면 혁신도시 부지는 개발 않고 빈 땅으로 남겨 두는 게 낫다”는 ㈜신세계 차정호 대표이사의 발언은 들끓는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울산혁신도시 인근에는 ‘먹튀 꿈도 꾸지마라’, ‘땅장사 어림없다. 매입가로 매각하라’, ‘백화점 약속 지켜라’ 등의 현수막이 걸렸다.
‘먹고 튄다’는 뜻의 먹튀는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은 채 이익만 챙기는 경우에 두루 쓰이는 속어다. 2018년 정부는 한국GM 정상화를 위해 GM 본사와 협상하면서 ‘먹튀 방지’에 초점을 맞춘 세가지 협상 원칙 제시했다. △지속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채권자와 노조의 고통분담 등이다. 당시 GM 본사는 정상화방안 제출을 약속한 바 있다.
울산시 한 관계자는 “결국엔 울산시와 신세계가 법적행정적 기준 완화를 놓고 물밑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수싸움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협상의 원칙’을 제시해 안전장치를 갖춘 뒤, 협상과정을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오픈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 한 인사는 “광역의회건, 기초의회건 먹튀방지 TF를 구성해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먹튀 사례를 수집해 감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그것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면 먹튀방지 조례 제정을 검토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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