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발굴조사…신장 135㎝ 전후 왜소한 성인 여성
2017년 인골 2구와 인접…30여년전 20여구도 인신공양 가능성

경주 월성에서 나온 성인 여성 인골[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신라 왕성인 경주 월성(月城) 성벽에서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인신공희(人身供犧·인신공양) 흔적으로 추정되는 인골이 4년 만에 또다시 나왔다.

인골은 2017년 국내 최초의 인신공희 사례로 알려져 화제를 모은 50대 남녀 인골 2구 발견 지점으로부터 불과 50㎝ 떨어진 곳에서 확인됐는데, 신라인이 성벽을 쌓는 과정에서 치른 의례 행위를 명확히 알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7일 월성 서성벽 문지(門址·문터) 주변 발굴조사를 통해 4세기 중엽에 인신공희로 희생된 신장 135㎝ 전후의 왜소한 성인 여성 인골과 동물 뼈, 토기를 출토했다고 밝혔다.

20대 전후에 사망한 것으로 짐작되는 인골은 얕은 구덩이를 판 뒤 안치했으며, 위에는 풀과 나무판자를 덮었다. 상반신이 하반신보다 조금 낮은 상태였고, 목은 부자연스럽게 꺾여 있었다. 저항 흔적이 없어 사망한 뒤 묻은 것으로 판단됐다.

인골은 굽은옥 모양의 유리구슬을 엮은 목걸이와 팔찌를 착용했다. 왼손 손가락 사이에서 복숭아씨 한 점이 나왔고, 머리맡에서는 토기 2점이 포개진 채로 확인됐다. 큰 토기에 작은 토기가 들어 있었고, 큰 토기에는 절반가량 흙이 있었다.

동물 뼈는 말·소·사슴·멧돼지 등 덩치가 큰 포유류 유체로 분석됐다. 완전한 형태의 개체가 아니라 늑골 부위만 해체해 묻은 점이 특징으로, 의도적으로 절단한 자국이 남은 늑골도 있었다.

이러한 인골 특징과 매장 양상은 4년 전 조사된 인골들과는 다소 다르다. 2017년 당시 신장 165.9㎝인 남성 인골은 똑바로 누워 있었고, 153.6㎝인 여성 인골은 곁에서 남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물 뼈나 장신구는 없었고, 남성 인골 발치에서 토기 4점이 나왔다.

다만 조사단은 인골 3구에 대해 치아와 골격을 보면 영양상태가 좋지 않고 고급 유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신분이 낮은 인물이 희생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아울러 연구소는 인골 2구 조사 전해인 2016년 같은 장소에서 찾은 5세 전후 유아 인골도 제물로 묻혔을 확률이 높다고 봤다. 이를 통해 제물이 된 사람의 연령과 성별, 체격이 다양했음이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장기명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사람은 모두 죽인 뒤 성벽에 묻은 듯하다"며 "인골들은 동시에 의례 제물로 바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는 별개로 이번 조사 지점으로부터 약 10m 떨어진 곳에서 1985년과 1990년에 조사하며 수습한 출처 불명의 인골 20여 구는 인신공희의 결과일 가능성이 있으나, 출토 정황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단정하기 어렵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신라의 월성 성벽 인신공희는 국내에서 확인된 유일한 사례로, 제방을 쌓거나 건물을 지을 때 사람을 주춧돌 아래에 매장하면 무너지지 않는다는 인주(人柱) 설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상나라(기원전 1600∼기원전 1000년께) 시기에 성벽 건축 과정에서 사람을 제물로 쓰는 풍속이 유행했다고 전하며,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사'에 충혜왕 4년(1343) 인주 설화와 관련된 유언비어가 항간에 돌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연구소는 이번 조사에서 월성의 정확한 축성 시기와 과정을 파악한 점도 성과라고 강조했다. 조사 대상인 서성벽은 높이 10m·너비 40m 정도로 추정된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등 사료에는 월성이 파사왕 22년인 서기 101년에 만들어졌다고 기록됐으나, 유물 조사와 목재·유기물질의 가속질량분석기(AMS) 분석을 통해 문헌보다 250년 정도 늦은 4세기 중엽에 공사를 시작해 5세기 초반 완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월성 성벽 기초부는 일정한 간격으로 나무 말뚝을 박고, 식물류를 층층이 까는 방식으로 조성했다. 이어 인신공희를 한 뒤 가운데에 토루(土壘·흙을 다져 쌓아 올린 시설물)를 만들고, 주변을 볏짚·점토 덩어리 등으로 쌓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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