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경 울주소방서 119재난대응과 예방총괄팀장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어느덧 온 가족이 모이는 민족의 명절 한가위가 다가왔다. 하지만 이번 한가위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돼 예전과 같은 풍경은 보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가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만은 옛날과 같을 것이다. 선물이라도 주고 싶고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올 추석에는 가족에게 주택용 소방시설을 선물해 안전을 건네주라고 말하고 싶다. 

주택용 소방시설이란 초기 화재진압을 돕는 소화기, 주택용 화재경보기를 말하는데, 지난 2012년 2월부터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라 아파트를 제외한 주택(단독·다가구·연립·다세대)에 소화기는 세대별·층별 1개 이상, 경보기는 구획된 실마다 1개 이상 설치하도록 의무화됐다. 또한 2017년 2월 4일까지 5년간 기존 주택에도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유예기간을 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은 60%에 머무르고 있다. 

주택용 소방시설이 무슨 큰 도움이 되겠느냐는 의문을 가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의 화재 발생률을 분석한 소방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연평균 18%정도의 화재가 주택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화재 사망자의 46%가 주택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2012년 2월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의무화 이후 전과 비교했을 때 화재 발생 건수는 1.5% 증가한 반면 사망자는 1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1월 울산 중구 한 다세대 주택에서는 어르신이 음식물을 가스렌지 위에 올려놓고 잠든 사이 화재가 발생했다. 때마침 지나가던 행인이 주택용 화재경보기가 울리는 소리를 듣고 신속하게 119에 신고해 인명피해 없이 화재를 진압한 사례가 있었다. 만약 주택용 화재경보기가 없었다면 큰 재산피해는 물론 인명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 외에도 전국적으로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해 화재피해를 줄인 사례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주택용 소방시설은 다른 소방시설에 비해 가격도 훨씬 저렴하고 인터넷이나 주변 대형마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으며, 설치방법도 어렵지 않다. 소화기는 필요한 장소에 비치하면 되고, 경보기는 간단하게 건전지를 끼워 설치하면 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다. 한가위는 모든 것이 풍성하고 즐겁게 지내기 때문에, 늘 잘 먹고 잘 살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코로나19로 올해도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방문하지는 못하겠지만, 한가위에 모든 가족이 둘러앉아 즐겁게 이야기할 그날을 위해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 같은 하루를 가족에게 선물해 보자. 

최은경 울주소방서 119재난대응과 예방총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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