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사회의 뜨거운 감자 ‘울산공항 존폐’ 
장기적인 비전 염두에 두고 지속 논의 필요
결과에 대한 책임 동반되기에 신중 기하길

 

한삼건 울산대 명예교수

울산공항 존폐 문제가 연일 울산지역을 달구고 있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지난 9월 9일 오전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한 내용 때문이다. 사실, 브리핑의 핵심적인 내용은 “울산 도시철도와 광역철도, 주요 도로 등 그간의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울산의 교통망 확충에 대한 종합 계획발표”였다. 구체적으로는 시내버스 노선 전면 개편 계획, 도시철도 트램 1·2호선 예타 대상 사업 선정, KTX울산역-무거-웅상-노포를 연결하는 부울경 광역철도와 KTX울산역에서 김해 진영까지 연결되는 동남권 광역순환 철도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신규사업으로 반영됐다는 내용이 중심이었다. 그 밖에 제2 명촌교 건설이 도심구간 강남·북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축이 되고, 예타를 통과한 국도 14호선 확장사업은 개발 중인 다운2지구는 물론 혁신도시와 중구 구도심 접근성을 크게 개선시킬 것이라는 설명을 했다. 즉, 민선 7기가 거둔 교통망 확충 관련 성과와 방향을 설명한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서 송철호 시장은 ‘울산공항의 여러 한계점’에 대한 언급과 함께 ‘새로 건설되는 부산과 대구 신공항이 울산지역을 위한 양 날개가 될 수 있다’면서 “시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울산공항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던져진 화두가 갑자기 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정치인인 시장이 코앞에 다가온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의식하지 않고 이런 말을 꺼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이에 대해 야당이 대뜸 “울산공항을 국제공항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울산 미래포기 선언”이라고 되받아치는 모습에도 역시 여러 정치적인 함의가 숨어 있을 것이다. 

필자는 정치를 잘 모르는 학자이기 때문에 송 시장과 야당이 던지고 받아치는 말의 속뜻 보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의미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몇 가지 함께 생각해 볼 문제를 꺼내 보고자 한다. 

첫째, 항공기 제작 기술 진보가 공항 이전 원인이 된다. 삼산에 있던 울산 비행장은 1928년 12월에 경성비행장과 함께 한반도 최초의 민간 비행장으로 개장됐다. 일본 본토를 이륙한 비행기가 동해를 건너오면 울산에서 반드시 착륙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당시 비행기의 기술적 한계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비행기 제작 기술이 빠르게 진보하면서 비행기가 더 커지고 항속거리도 길어지자 대구비행장이 생겼고, 울산비행장은 불과 개장 9년 만에 문을 닫았다. 당시 울산읍에서는 비행장 폐지에 대해 극렬 반대했지만 실패했고, 대신에 7대 요구 조건을 내걸었다. 조건은 갑종농업학교 설치(현 울산공고), 장생포항 개발, 울산-장생포 간 철도부설, 구시가지 도로개설(학성로), 울산법원 부활, 비행학교 설치, 군 비행대 설치 등이었다. 이외에도 당시 울산비행장이 폐지된 이유는 더 있다. 대구비행장은 경부선 철도 본선과 바로 연결되고, 울산은 읍규모의 소도시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단지 항속거리 상의 한계 때문에 결정된 울산비행장은 10년을 못 넘기고 사라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두 번째는 도시변화가 공항을 신설하거나 이전하는 원인이 된다, 이때 국내 타 도시나 인접국가의 공항이 벤치마킹의 대상이 된다. 울산만 해도 한때 폐지됐던 공항이 울산공업센터 개발로 처음과는 다른 위치에 부활했고, 부산 수영비행장은 도시확장으로 김해로 옮겨진 후 그 자리는 지금의 BEXCO 일대로 바뀌었다. 앞의 글에서 언급했듯이 인천공항 개장과 김해공항 민항기 추락사고 등이 부산지역사회와 정치권을 움직인 결과 현재는 다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가시화되고 있다. 서울 역시 당초 여의도에 있던 비행장이 도시성장으로 김포로 이전했고, 항공 수요 폭증으로 다시 국제선의 중심은 인천공항으로 떠나갔다. 아시아권만 해도 경제성장과 도시발전으로 수 많은 공항이 이전됐다. 일본의 도쿄를 필두로 오사카, 나고야와 중국의 북경, 상하이는 물론 홍콩까지도 신공항을 건설했다. 

우리는 흔히 도시를 유기체에 비유한다. 공항도 마찬가지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이전이나 폐지가 숙명이다. 울산은 오래전에 이 일을 한번 경험했다. 이미 공항 건설이 확정된 부산과 대구 국제공항은 순조롭게 풀려간다면 2029년 이전에 완공될 것이다. 이 경우 지근 거리에 있는 울산국제공항 건설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까. 또 요행히 울산국제공항 건설이 결정된다고 해도 울산 시내에서 입지 조건을 갖춘 공항 부지를 찾을 수 있을까. 또 한 가지 우리가 바라는 국제공항의 모습이 인천공항같은 것이라면, 24시간 내내 5분 단위로 이착륙하는 대형 항공기 소음은 현재 존재하고 있는 공항도 이전시켜버릴 만큼의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실은 울산공항은 아직 폐지도 이전도 결정된 바가 없다는 것이 팩트다. 송시장이 자랑한 울산의 철도와 도로 등 육상 교통망의 비약적인 확충은 지난 수 십년 간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울산공항 문제도 마찬가지다. 원론적이지만, 육상교통망에서 거두고 있는 빛나는 성과처럼 울산공항 문제 역시 울산의 미래에 대한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비전을 염두에 두고 논의를 지속해 나갈 일이다. 이 일이 울산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게 할 것인지 그 책임은 순전히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한삼건 울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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