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캐릭터 '고양고양이'의 모습. 고양시 유튜브 채널 캡쳐.

 

지역 축제, 행사 등에 ‘연예인’을 내세우던 지자체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연예인’을 부르는데 적게는 수백부터 많게는 수천만원의 섭외비가 드는데, 이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연예인’ 못지 않은 홍보 효과를 톡톡히 하는 지역 캐릭터들이 있기 때문이다. 고양시 대표 캐릭터 ‘고양고양이’가 그 대표적인 예다. 잘 만들어진 캐릭터는 친근한 이미지를 무기로 활동 영역으로 넓혀가 지자체의 주요 브랜드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지역경제 발전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예산 ‘0’으로 시작해 톱스타로 성장한 ‘고양고양이’

고양시 대표 캐릭터 ‘고양고양이’는 일산 신도시로 알려진 도시브랜드를 개선하기 위해 동음이의어인 ‘고양’을 살려 기획한 캐릭터다.

사람들에게 친숙한 동물인 고양이종 중에서도 한국 토종고양이인 코리안숏헤어 줄무늬로 한국성을 강조했다.

‘고양고양이’가 태어난 곳은 고양시 덕양구 행주산성으로, 조선 태종 13년인 1413년 출생했으머 정확한 출생일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고양이를 의인화했다 보니 “~한다고양”, “~했고양” 등의 구어체 사용이 눈길을 끈다.

SNS 트렌드세터로 활약 중이며, 인기에 힘입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거나 공중파 방송에도 다수 출연을 했고, 고양이를 주제로 한 논문에 기재되는 등 화려한 전력을 갖고 있다.

‘고양고양이’는 계획되어 만들어진 지자체 캐릭터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SNS 홍보를 위해 온라인상에서만 사용하는 서브캐릭터로 개발했다.

예산이 없다 보니 캐릭터 초기 디자인은 용역을 맡긴 것이 아니라 고양시 SNS 홈보팀 담당 공무원이 직접 자체적으로 만들었다.

무일푼으로 만들어진 ‘고양고양이’는 2013년 고양 600년의 해를 맞아 고양시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고, 이후 캐릭터 열풍을 타고 인기 고공행진을 하다 결국 시 대표 캐릭터까지 꿰찼다.

시정 홍보를 위해 탄생한 ‘고양고양이’의 인기와 파급력이 커지자 ‘고양시’가 아닌 ‘야옹시’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 현재는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캐릭터로 등극했다.

고양시는 2013년 캐릭터에 대한 상표·디자인 특허권을 출원했으며, 2017년에는 캐릭터 관리 및 차후 발생할 수 있는 권리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캐릭터 상표권 및 저작권 등록도 마쳤다.

고양시 킨텍스에서 고양고양이를 활용한 캐릭터 굿즈가 판매되고 있다.
고양고양이를 활용해 만든 머그잔
고양고양이를 활용해 만든 모자

#공공기관 캐릭터지만 인기 힘입어 '굿즈'도

현재 ‘고양고양이’는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채널 등 각종 SNS 채널에서 고양 시민들의 의견과 불편사항을 전달받고 행사, 재난, 행정, 교통 등 생활과 밀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고양고양이’이 팬들의 요청에 의해 브랜드 상품도 개발해 제작·판매하고 있는데, 일산 킨텍스 전시관에서‘고양고양이’를 활용한 굿즈를 판매하는 브랜드 기념품관을 만날 수 있었다.

굉장히 넓은 전시관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기념품관 입구를 지키고 있던 대형 ‘고양고양이’ 조형물이었다.

기념품관에는 시민들이 ‘고양고양이’ 캐릭터를 생활 속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활용한 상품들이 굉장히 많았다.

성인이 두 팔로 감싸 안아도 벅찰 정도의 커다란 인형을 비롯해 고양시 SNS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스티커, 컵받침, 필통꽂이, 도자수저받침, 수저받침케이스, 열쇠고리 등이 진열돼 있었다.

기념품관 관계자는 “실제로 고양고양이를 알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이 인기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고양시 최서영 언론홍보담당관/SNS 홍보팀

▷공공기관 캐릭터 가운데서도 인기가 많은 비결은?
-처음 캐릭터를 개발하면 보통 거기서 끝나지 홍보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그런데 우리팀 자체가 SNS 홍보팀이다 보니 처음부터 공략한 것이 SNS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였다. 당시 유행하는 것들을 중심으로 캐릭터를 활용한 패러디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 홍보했다. 최대한 트렌디하게 가려고 노력을 했는데, 동음이의어 “~했고양” 같은 말장난이 같이 먹히면서 인기를 얻었던 거 같다.
또 2019년 EBS 펭수가 신드롬을 일으키자 ‘고양고양이’가 펭수와 같은 눈과 부리를 붙여 ‘괭수’로 분장한 적이 있다. 당시 괭수는 성공한 한국의 크리에이터를 꿈꾸며 고양에서 온 퇴물 연습생으로 분했었는데, 이후 펭수와 너무 똑같다는 지적에 “뜨고 싶었다”는 센스있는 해명을 하면서 관심을 끌었었다. 이후 같은 해 연말, EBS 자이언트 펭TV에서 자신을 좋아하고 추종하는 캐릭터들을 초대한 파자마 어워드(조회수 98만회)라는 콘텐츠를 찍었는데 거기에 ‘괭수’가 껌딱지상 후보로 올라 수상까지 하면서 인지도가 더욱 상승했다.

▷공공기관 캐릭터, 활용 범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방역 등 주요 시정에 캐릭터를 활용해 카드뉴스, 포스터, 배너 등을 제작해 시정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홍보물들은 운영하고 있는 각종 SNS에서 잘 활용되고 있다. 특히 유튜브 채널에서는 단순한 시정 콘텐츠에서 확대해 ’고양고양이 브이로그‘ 등 최신 트렌드에 맞게 분야를 다양화해 제작하고 있다.
또 산하기관 및 기타 공공기관에서 원할 때마다 ‘고양고양이’ 탈을 대여해주고 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대여해 준 횟수가 80회 가까이 된다. 이런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고양시 홈페이지나 각종 포스터 등에 ‘고양고양이’가 등장하고, 고양시 내에 조형물도 만들어졌다. 이외에도 캐릭터를 활용한 인형, 거울, 메모지, 볼펜 등 홍보물과, 고양고양이 캐릭터를 이용해서 누구나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는 웹툰도 제작했다.
이모티콘도 매년 20종에서 40종까지 다양하게 개발되는데 현재까지 그 수만 해도 400여종이 넘는다.
또 남녀노소, 전 연령대가 사용하는 카카오톡 메신저 이용자를 대상으로 일상에서 공감할 수 있는 ‘고양고양이’ 캐릭터 이모티콘을 제작·배포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온라인으로 홍보를 많이 하다 보니 구글에 고양시를 치면 고양이가 너무 많이 나오는데, 그걸 보고 ‘과연 좋은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고양고양이’ 캐릭터가 많이 노출되는 것도 좋지만, 시 상징물이기 때문에 자제해야 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또 오프라인으로의 확장이 어렵다는 점도 숙제인 것 같다.
그래서 올해는 내실화에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 캐릭터 발전 및 민관분야의 참여를 확대하고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캐릭터 사업 추진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심 중이다. 그래서 SNS홍보팀, 영상홍보팀, 산하기관 홍보담당자, 청년인턴 등 9명으로 TF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고양고양이’가 이렇게까지 사랑 받을 줄 몰랐다. 캐릭터의 인기가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해보고 싶은 게 많아 차근차근 해 나갈 계획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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