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동안 울산에서는 신세계의 먹튀 논란과 울산공항 폐쇄 공론화가 최대 화두가 됐다. 공항 문제는 장기적 과제로 다룰 문제지만 백화점 문제는 재벌의 먹튀 논란을 불러와 단연 뉴스의 초점이 됐다. 
신세계가 백화점 부지에 49층짜리 오피스텔을 짓겠다는 발표를 한 뒤 석달 만에 응급처방을 내놨다. 추석 바로 직전이었다. 발표내용이나 과정이 어설펐다. 보도자료 형식으로 발표된 신세계의 새로운 계획은 ‘롯데나 현대백화점보다 상업시설을 넓혀 ‘신세계(스타필드형 쇼핑시설) 울산혁신점을 짓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여기에다 “앞으로 개발 과정에서 울산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해 어린이극장, 영화관, 서점, 키즈체험시설, 아쿠아리움 등의 선호 편의시설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여러 가지 여론 무마용 인테리어도 했다. 그러면서 “2022년 착공, 2026년 준공”이라는 시간표를 제시했다. 물론 여기에 지난번에 발표한 기존의 오피스텔 건립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 
발표만 보면 마치 혁신도시 백화점 부지에 울산 최대규모의 쇼핑 위락 시설을 만들어 울산 시민들에게 선물할 것 같은 뉘앙스다. 핵심은 오피스텔을 그대로 지으면서 상업시설을 조금 더 늘리는 것인데도 포장만 요란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배경이다. 이같은 급조된 발표는 당장 다음달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 때, 신세계 정유경 총괄사장이 증인으로 채택되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대안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중구청이나 울산시 역시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재벌그룹이 울산 시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세계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쇼핑시설만 만들어주면 환영할 것이라는 착각이다. 과거 부산 센텀시티 개발 과정에서 모 백화점은 센텀시티 부지내 땅을 확보했다가 신세계와 비슷한 전철을 밟은 적이 있다. 당시 부산시와 시민단체 등에서 백화점 입점에 대한 다양한 요구를 지속적으로 하면서 결국 그 백화점에서는 해당부지를 포기하는 전례가 있었다. 그런 사례를 모를 리 없는 신세계가 울산에서는 스타필드형 운운하며 과거 약속을 대충 얼버무리려고 하는 것은 울산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사업에 이익이 되는 오피스텔을 마천루처럼 올려놓고 쇼핑시설로 생색만 내려하는 꼼수다. 이번 추석연휴를 지나면서 여론은 더 악화된 상태다. 신세계가 진정으로 상생을 원한다면 울산시민 앞에 정중히 사과하고 공론의 장으로 나와 머리를 맞대는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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