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알려진 제주도. 그만큼 제주도 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것들이 많다. 돌하르방, 돌고래, 해녀, 감귤, 한라봉 등이 있는데, 이것들을 활용한 캐릭터들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런 탓에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대표 캐릭터를 잘 알지 못해 혼란스럽다. 수많은 캐릭터 중 제주도 하면 딱 떠오르는 대표적인 캐릭터가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13년 전부터 제주도를 대표하는 캐릭터 ‘돌이’와 ‘소리’가 있었다. 제주특별자치도청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조용하면서도 꾸준히 ‘돌이’와 ‘소리’ 캐릭터를 활용하면서 제주도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제주도를 알리고 있다.
 

제주공항 면세점에 있는 제주도 지역 한정판 카카오프렌즈.

# 제주도는 지금 ‘캐릭터 풍년’

제주도 대표 캐릭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것 중 하나가 카카오프렌즈가 아닐까 싶다.

제주도에서만 판매되는 ‘지역 한정판’이라는 점이 소장 가치를 더해 SNS에서 인증샷을 올리는 사람들이 늘면서, 제주도 가면 꼭 사야 하는 기념품으로 떠올랐다.

카카오프렌즈는 2018년 9월부터 감귤, 해녀 등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에 입혀 지역 특화 에디션 ‘프렌즈 인 제주’를 선보였다. 이 캐릭터들이 인기를 끌면서 현재는 돌하르방, 한라봉, 흑돼지까지 확장돼 관광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처음에는 한국 전통 문화 알리기를 목적으로 제주 지역 특화상품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 성과가 지역의 문화 홍보는 물론 매출 상승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이외에도 제주도에는 제주스러운 감성을 담은 캐릭터 등을 활용한 디자인의 기념품을 파는 소품샵들이 몇 년 새 크게 늘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시작되고 해외 여행을 못하게 되자 제주도로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소품샵이 필수 방문코스로도 자리 잡고 있는데, 일부 소품샵에서는 소속 디자이너를 고용해 직접 디자인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제주애퐁당 김남철 대표

이 가운데 한 곳인 제주애퐁당을 찾았다.

제주애퐁당 김남철 대표는 자체 개발한 캐릭터로 퐁당패밀리 인형부터 문구류, 마우스패드, 티코스터, 가랜드, 주차 번호판, 엽서, 배지 등 100여개가 넘는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일명 ‘퐁당패밀리’라고 이름 붙여진 캐릭터들은 해녀 ‘양퐁당’, 돌하르방 ‘고르방’, 한라봉 ‘부라봉’ 세 캐릭터로 이뤄졌으며, 소품샵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을 벗어나 SNS를 통해 소비자들과 소통하며 자신들을 알리고 있다.

제주시 일도일동에 위치한 제주애퐁당을 찾아가 보니 퐁당패밀리 대형 조형물이 시선을 끌었다. 실내에는 관광객들을 사로잡을만한 다양한 감성 소품이 꽉 채워 진열되어 있었는데 퐁당패밀리를 활용한 굿즈도 있었다.

김 대표는 “초반에는 캐릭터를 만드는 게 너무 어렵고 힘들었다. 가게 있는 탈인형 하나만 만들어도 4~500만원이 들고, 밖에 있는 조형물도 1,000만원이 넘는다. 캐릭터 사업이 돈이 많이 든다”며 “하지만 캐릭터로 성공하고 싶은 마음으로 도전을 했고 퐁당패밀리 자체를 굿즈화 시켜서 판매하다 보니 어느새 디자이너만 4명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에는 제주관광공사와 함께 일본 시장을 타깃으로 해외여행을 갈 수 없는 사람들을 대신해 ‘캐릭터 인형이 대신 떠나는 제주여행’ 투어를 진행해 이름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투어는 퐁당패밀리 캐릭터가 여행가이드가 돼 일본의 캐릭터들과 함께 2박 3일동안 제주도 대표 관광지들을 방문하면서 특별한 제주 여행을 즐기는 것이었다.

제주도에 수많은 캐릭터들이 있지만 대부분 단순한 캐릭터로만 그쳐 상징물로만 비춰지는데 퐁당패밀리는 인격을 부여해 좀 더 친근하게 소비자에게 다가 공감과 유대감을 이끌어낸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캐릭터 '돌이'와 '소리'

# 돌이와 소리 “제주도 캐릭터는 내가 원조”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의 원조 캐릭터는 따로 있다.

세계자연유산 화산용암의 상징적 모티브인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돌하르방을 소재로 한 ‘돌이’와 제주의 해녀옷 소중이를 입고 있는 ‘소리’가 그 주인공이다. 두 캐릭터는 13년 전부터 제주특별자치도청에서 만들어 대표 캐릭터를 활용하고 있다.

돌이는 감귤농사를 짓는 농촌 총각으로 우직하고 무뚝뚝한 편이다. 하지만 동네 친구 소리에게는 다정다감하다. 소리는 유행에 민감하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유쾌한 아가씨로 SNS 소통이 활발한 요즘 세대다.

돌이와 소리의 얼굴에는 눈과 코로 영문 ‘JEJU’를 표현해 기존의 지자체 캐릭터와 차별점을 뒀다.

돌이와 소리가 자칫 올드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제주도는 일관성을 두고자 기존 캐릭터를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다. 대신 지난해 3D, 4D등의 변형을 줬다.

제주특별자치도 캐릭터 '소리'

이 캐릭터들은 제주특별자치도 뿐만 아니라 자치경찰단 마스코트로 제복을 갖춰 입고 활약하거나 코로나19 방역복을 입고 공항에 나타나는 등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도민 참여를 유도하고 제주의 이미지 상징물이 국민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 이미지상징물 디자인 공모’도 개최했다.

공모는 제주도 대표 캐릭터 ‘돌이와 소리’를 활용한 이모티콘 부문과 행복한 제주여행·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빛나는 수려한 관광지 등 제주 소재 웹툰 부분으로 진행됐는데, 총 198편의 작품이 접수됐고 이 가운데 12편의 입상작이 최종 선정됐다.

올해에도 공모전을 개최했는데 이번에는 제주와 관련된 다채로운 역사와 문화, 여행 등의 소재에 돌이와 소리를 활용하는 ‘캐릭터 활용 달력편’으로 진행됐다.

제주도 택시 안에서 만난 제주특별자치도 캐릭터 '돌이'와 '소리'

 

제주도 식당 앞에서 만난 제주특별자치도 캐릭터 '돌이'와 '소리'
제주도 관광지에서 만난 제주특별자치도 캐릭터 '돌이'

뿐만 아니라 제주도를 돌아다니면서 실제로 공항에서부터 버스정류장, 택시, 관광지 안내판 등 곳곳에서 돌이와 소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식당 입구에는 ‘출입 시 마스크를 착용해주세요’라고 적힌 스티커에, 식당 내부에는 방문자 기록을 위한 QR코드에서도 마스크를 낀 돌이와 소리가 함께 했다.

이처럼 알게 모르게 오랫동안 제주도 대표 캐릭터로 밀고 있지만 경쟁 캐릭터들이 많아 인지도가 떨어지는 게 현실.

하지만 제주도청 관계자는 “홍보를 위해 관광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무언가가 필요한데 그게 캐릭터기 때문에 종류가 많은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우리는 관광산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어쨌든 제주도 홍보가 잘 되면 좋다”고 말했다.

이어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캐릭터로 상품을 만들고 있지만 펭수처럼 콘텐츠가 개발돼 더 많이 알려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금세 사장되고 있다”며 “돌이와 소리는 관에서 만들고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생명력이 있다”고 차별을 뒀다.

돌이와 소리는 타 지자체처럼 SNS나 유튜브로 도민들과 소통하지는 않아도 잔잔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제주도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청 역시 홍보를 위해 만든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익을 창출해 사회봉사를 하면 더 좋겠지만 그것보다 내부적으로나 국제적으로 제주도를 알리는데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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