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4년부터 출간되고 있는 옥스포드영어사전(OED)은 영어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사전이다. ‘먹방(mukbang)’ ‘대박(daebak)’ ‘오빠(oppa)’ 등 한국어 단어 26개가 지난달부터 추가로 OED에 실렸다. BBC는 “한국의 영향력이 OED까지 도달했다”고 했다.
콩글리시(한국식 영어)로 분류된 단어들도 OED에 실렸다. 신체 접촉을 뜻하는 ‘스킨십(skinship)’ 격려의 뜻으로 쓰이는 ‘파이팅(fighting)’, 컴퓨터를 모아 놓은 ‘피시방(PC bang)’은 한국식 영어 표현이지만 OED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됐다. OED의 한국어 단어는 이번에 추가된 26개를 포함해 100개가량으로 늘어난다.
문체부는 최근 3년 동안 21종 약 20억 어절의 국어 말뭉치(빅데이터)를 구축해 관련 산업과 연구에 활용토록 하고 있다. 앞으로 ‘국어 말뭉치’가 한국이 인공지능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튼튼한 씨앗이 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또한, 인공지능 언어처리 기술을 확장 가상세계(메타버스)와 연결하면 국어의 영역은 새로운 차원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세종대왕은 나빠진 건강과 싸우며 훈민정음의 체계를 다듬어 우리 말과 글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연산군은 훈민정음을 못 쓰거나 못 배우게 했다. 훈민정음으로 된 책은 불태웠다. 연산군이 종종 반정으로 쫓겨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15세기 중엽에 창제 반포된 한글은 고종황제가 추진한 1893년 갑오개혁 때 국가의 언어로 공식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천한 글자로 여겨 주류 언어로 사용되지 못했다.
훈민정음을 만든 원리를 설명한 해례본 중 2008년 경북 상주에서 발견된 상주본은 국보급 문화재로 알려져 있다. 울산시가 올해도 상주본 회수를 위해 소장자와 접촉했으나 결국 포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100억원을 제시하며 기증을 제의했다는 설이 나돌고 있으나 문화재청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져 아쉽다. 
한류 열풍과 함께 한글의 영향력이 세계로 뻗어가고 있는 가운데 한글의 유전자가 고스란히 담긴 훈민정음 해례본은 어둠의 뒤안길을 헤매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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