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환 울산지적발달장애인협회 운영위원

북구, 인구 늘었지만 주민 밀착형 문화행사 없어
구민들 문화 향유 요구 외면은 비난 자초하는 길
장·단기 계획 공개하고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야

 

팽팽한 긴장이 흐르는 격랑의 시대에 정치와 경제가 사람을 살리는 피와 살이라면 문화는 정신이며 창조의 원천이다. 이에 따라 문화적 역량의 중요함을 모든 국민이 자각하게 됐고, 정부에 문화 역량 강화를 정책의 우선 순위에 둘 것을 요구하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각 자치단체의 문화원 설립과 전시 공간 확대, 각종 공연지원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은 국민의 찬사를 받을만하다.
울산 남구청은 지난 9월 총 28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해 장생포 문화창고를 개관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장생포의 지역명과 새로운 문화의 보물창고라는 뜻을 가진 이 문화거점은 1층 어울림 마당, 2층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기념관, 3층 갤러리 B, 4층 갤러리 C, 5층 공유작업실과 공연연습실, 6층 지관서가(북카페)와 소극장으로 구성됐다.
옥상은 루프탑 별빛마당(옥상정원)으로 석양에 붉게 물든 장생포항과 공단의 모습을 담는 사진작가들의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개소 후 지금까지 누적 방문객 1만5,000명을 돌파했고 앞으로 지역작가 전시회와 주민참여형 문화행사도 계획 중이다.
이것으로 울산 남구의 고래 특구는 박물관 문화마을 고래생태체험관 관경선 모노레일 울산함 등으로 일관성을 갖추며 특구의 완성단계에 들어갔고 구청과 구민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문전옥답을 마련한 이웃사촌을 바라보는 우리의 심경은 더욱 복잡해지고 말았다.
중년에 들어서 살던 남구를 떠나 무룡산 자락에 30년 가까이 살며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본 울산 북구도 일반의 예상과 달리 황량한 문화의 불모지는 아니다. 달천 철장에서 철광석을 캐내듯 선견지명을 가진 분들이 오랜 시간 채집하고 수록해 발전시켜온 쇠부리 소리는 2019년 울산무형문화재 7호로 지정됐고, 기박산성 의병 기림 행사와 달골 물당기기 놀이 등도 소중한 문화자산이다. 또 국권상실의 시기 위난에 처한 조국을 구하고자 한 박상진 의사의 독립투쟁 정신을 기리는 정신문화도 살아 있다.
그러나 화봉, 송정지구와 호계 천곡 등에 대규모 신도시가 건설되고 인구는 늘어났지만,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새로운 형태의 주민 밀착형 문화행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며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북구청의 의지를 읽어내기도 어렵다. 그리고 북구 문화의 중심처여야 할 문화원은 옛 동사무소 건물을 고쳐 쓰고 있으며 협소한 주차공간과 사무실, 그리고 연습실과 공연장을 겸하고 있는 종합공간을 보면 아연실색할 지경이다.
이와 함께 원장을 포함한 3명의 인원으로는 새로운 프로그램의 개발은 고사하고 기존 행사의 유지 관리도 힘들어 보인다. 그것이 무슨 문제냐고 하겠지만 때로는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며 21만 북구주민에 대한 합당한 대우도 아니다. 각 자치단체마다 형편이 다르고 행정 우선순위가 다름을 인정한다 해도 점점 고조되고 있는 구민들의 문화 향유 요구를 외면하는 것은 비난을 자초하는 것이다.
관점을 달리해 보면 형편과 상황이 다른 곳을 상대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며 공평한 처사도 아니다. 그리고 문화원에 연회비 3만원 내는 것이 기여의 전부인 개인의 주장이 대다수 북구 주민의 뜻을 대변하는 것도 물론 아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 제기를 계기로 북구의 문화를 활성화하고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장·단기 계획이 있다면 과감히 공개하고 협의해서 구민들과 함께 목표에 근접해 가는 것이 더 빠르고 쉬운 길이 아니겠는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눈을 감는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내 배가 불러야 이웃의 경사를 축복할 여유도 생기는 것이다. 경쟁자를 보며 배가 고픈 것도 힘들지만 아픈 것도 못지않은 고통이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하나씩 완성해 가는 남구를 보면서 이웃사촌이 땅을 사도 넉넉한 마음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여유를 북구민들이 갖게 될 날은 언제이며 이른 시일 안에 우리 곁에 오기는 하겠는가? 다소 황당한 이 질문에 북구청의 답변을 기대해 본다.

조경환 울산지적발달장애인협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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