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 전 미국 대통령의 머리카락 뭉치와 암살 소식을 전한 전보용지가 경매에 나와 8만1,250달러(약 9,600만원)에 팔렸다. 처사촌이 보관해온 이 흑발 뭉치는 감쌀 물건이 없어 전보용지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발은 무덤이 꽃이라는 말이 있다. 지난 8월 이탈리아 고대 폼페이 도심에서 동쪽으로 1km 떨어진 공동묘지 인근에서 2000년 전의 무덤과 사람 유골이 발견됐다. 서기 79년 폼페이가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잿더미가 되기 전 사망한 사람으로 추정했다. 시신은 미라로 보존 처리한 듯 두개골 부분은 백발로 덮여 있었다. 국내에서 발견된 미이라에서도 백발은 잘 보존돼 있었다. 
조선 선조 때 예조판서 이호민은 머리에 백발이 나기만 하면 족집게로 뽑는 버릇이 있었다. 이를 본 한음 이덕형이 물었다. “공의 지위가 극품(極品·최고의 품계)에 달했거늘 다시 무엇을 바라고 센머리를 그리 뽑으시오?” 이호민의 말인즉 “허허 그런 게 아닙니다. 옛날 한나라 법이 지극히 관대했지만 살인자사(殺人者死)로 사람을 죽인 놈만은 용서 않고 죽이지 않았습니까? 백발 이놈이 사람을 너무 많이 죽이기 때문에 부득이 이놈을 죽여야죠.” 하지만 뽑을수록 더 많이 나는 백발과 싸워 이긴자는 없다. 
‘백발은 빛나는 면류관, 착하게 살아야 그것을 얻는다’(구약성서 잠언 16:1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이미지 변신’ 노력이 눈길을 끈다. 헤어스타일 부터 바뀌었다. 연회색 백발이던 이 후보는 염색 후 ‘흑발’로 변신했고, 윤 후보도 가르마를 단정하게 다듬었다. 이 후보는 “염색을 살짝 하려고 했는데 짙게 됐다”며 검은색을 조금 빼고 나타났다. 
검은 머리 윤 후보와 맞대결 구도에서 검은 머리가 유리할 것 같아서 염색한 것 같다. 측근들은  이 후보가 1년 8개월 만에 검은 머리로 변신한 것은 변화와 쇄신의 신호탄이라고 했다. 그러나 안정감과 무게감을 주는 연회색 머리를 검게 물들인 것은 청년 유권자들과 국민들을 향한 눈속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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