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화재 중 절반 이상 부주의로 발생된 것
온열기 사용주의 등 생활 속 안전습관 숙지해야
시민 모두 ‘만시지탄’ 없이 따뜻한 겨울 보내시길

 

오성호 울주소방서 119재난대응과장

어느덧 산과 나무들이 옷을 바꿔 입는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울주소방서가 위치한 언양 지역은 가지산 등 높은 산들에 인접해 있어 아침저녁으로 매서운 바람에 겨울이 다가왔음을 실감케 한다. 어릴 적 겨울철은 아이들에게는 낭만의 계절이었다. 짧지 않은 겨울방학 동안 늘 새하얀 눈을 보며 동심을 키워왔고 가족의 따뜻함과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계절이었다.

그러나 겨울철이라고 항상 따뜻한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필자가 다니던 70년대 초등학교는 해방이후 건립된 역사가 오래된 목조 건물이었다. 당시만 해도 방과 후 왁스를 나무 바닥에 바르고 걸레로 광을 내는 청소가 하루 일과였다. 어느 겨울 아침 등교를 해보니 건물에 불이 나서 전소하고 있었다. 현재는 이런 목조건물이 많이 사라졌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화재에 취약한 주거환경이었다.

이렇듯 겨울철의 문턱인 지금은 화재로부터 경각심을 높여야 하는 시기인 만큼 소방관서에 있어서도 특별하다. 매년 11월에 전국 소방서에서는 겨울철 소방안전대책과 더불어 화재예방에 더욱 총력을 기울이는 ‘불조심 강조의 달’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 수립 이후 74회째를 맞이한 불조심 강조의 달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방의 중요한 시책으로 남아있는 이유는,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화재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울주소방서에서도 󰡐불조심 강조의 달󰡑을 맞이해 다양한 방법으로 안전 행사를 실시했다. 소방차로 언양시장 등 전통시장과 주요 도로를 순회하며 불법 주정차 방지와 소방차 길 터주기 운동을 전개하고, KTX울산역 등에서 각종 화재예방 포스터와 대형화재 사진을 전시했으며, 대형 전광판 및 버스정보시스템을 활용해 불조심 콘텐츠를 홍보하고 있다.

특히, 화재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화재 없는 안전마을을 지정해 주택용 소방시설(주택용 화재경보기, 소화기)을 배부하고 있으며, 아이들의 화재예방 조기교육을 위해 불조심 포스터 공모전과 모바일을 통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불조심 강조의 달이 겨울철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안전의식 함양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간 울산의 겨울철 화재통계를 보면, 연평균 330여 건의 화재 중 절반이상인 53%가 부주의로 발생했다. 화재예방을 위한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겨울철 전열기구 사용주의,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 자제, 자녀를 위한 불조심교육 등 생활 속 안전습관과 관련이 많다.

안전한 겨울철을 보내기 위한 몇 가지 안전수칙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첫째, 멀티탭 사용에 주의하자. 제한 용량을 초과해 과부화가 발생할 수 있어 문어발식 연결을 자제하고, 사용하지 않는 콘센트는 뽑아둬야 한다. 또한 접속부위에 먼지나 이물질이 들어가게 되면 합선·정전기와 같은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

둘째, 난방기기 관리를 철저히 하자. 전기장판은 보관 시 열선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돌돌 말아서 보관하고, 가연성인 라텍스 소재의 침구 위에 깔지 않아야 한다. 또한 전열기구를 사용 하는 경우 주변에 가연물 방치를 금해야 하고, 특히 화목보일러는 사용 시 불씨가 날리지 않도록 하고 주기적으로 연통을 청소해 막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각 가정에 주택용 소방시설(소화기, 주택용 화재경보기)을 비치해 두자. 화재초기 시 소화기 1대는 연소확대 후 소방차 수십 대와 맞먹는 가치가 있고, 주택용 화재경보기는 화재경보음을 울려 신속한 대처를 돕는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가격도 저렴하고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이번 겨울에 설치하는 것을 권해 드린다.

지난 11월 출동한 화재 중 기억에 남는 화재가 있다. 아궁이에 불을 피우고 주변에 땔감을 둔 채로 자리를 비웠다가 주택이 전소된 화재였다. 아궁이에서 시작된 화재는 연통을 타고 오래된 기와지붕까지 확대됐고, 중장비를 동원해 4시간에 걸친 작업 끝에 화재가 진압됐다.

그 사이 의용소방대원들이 집안의 귀중품이나 생필품 등을 최대한 집 밖으로 꺼내왔지만, 이미 소중한 보금자리를 잃은 화재피해자에게 큰 위로가 될 수 없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화재였기에 안타까움이 컸고, 사소한 부주의가 큰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되새기게 한 사례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난다. “시기가 너무 늦어 기회를 놓친 것을 탄식하나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라는 뜻이다. 시민들 스스로 생활 속 안전습관을 되돌아보고 주변 위험요인은 다시 살펴보아, 이번 겨울은 만시지탄 없이 안전하고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란다.

(오성호 울주소방서 119재난대응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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