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곡 선사유적⋅공주 석장리 구석기유적⋅울산검단리 유적
한반도 선사문화 인류사 편년 끌어올린 획기적 발굴로 평가
고령 대가야 유적, 日 임나일본부 날조 산물 여실히 드러나

울산지역은 한반도 선사문화 다양성 갖춘 매우 특별한 지역
대곡천 암각화군⋅신화리 석기제작소 등 전 지역 선사박물관
 `선사문화1번지’ 자긍심 갖고 거시적 관점 복원사업 나서야 

 

암각화박물관 전경
지난 2017년 6월 울산에서 개최된 반구대암각화 학술대회에 참석한 세계 석학들이 반구대암각화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울산매일 포토뱅크
대곡천 전경

<7⋅끝>선사문화의 보고, 제대로 복원해 세계에 알려야 

# 과거사 왜곡 이면에는 주변국 역사로 제압하려는 의도

지역이든 나라든 자신들의 뿌리를 연구하고 찾아내 복원하는 일에 열중이다. 중국은 동북공정이라는 이름으로 고대사의 빈칸을 한민족의 역사로 채우기 위해 혈안이고 일본은 소설에 가까운 일본서기를 근거로 임나일본부설을 정색을 하며 역사의 사실로 우기고 든다. 이같은 작업은 스스로에 대한 위안을 넘어 자신들의 민족과 역사가 주변국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다분히 민족주의적 왜곡의도가 달려 있다.

문제는 중국이나 일본이 이같은 작업을 순간순간 의도하지 않은채 벌인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두고 기획해온 의도적 왜곡이라는 점이다. 세계3대 문명의 하나로 자존감을 높였던 중국은 한세기 전까지 구석기 유물이 발견되지 않아 선사문화에서는 늘 열증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던 중국이 요하지역부터 적봉, 두만강변 등지에서 구석기 유물이 쏟아지자 동북공정의 방향을 완전히 옛 고구려 지역으로 옮겼다. 일본의 고대사 왜곡은 일제강점기로부터 지금까지 한세기에 걸쳐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국가적 사업이다. 그 핵심이 임나일본부였고 한반도로부터 농경문화부터 철기문화까지 전해졌던 과거를 지우는 일이었다.

# 1960년대 이후 쏟아진 선사문화, 한반도 고대사를 바꾸다

1960년대 이후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은 한반도 내에서의 선사유적 발굴과 연구작업의 축적으로 점차 왜곡과 조작, 날조의 증거들이 쏟아지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경기도 연천부터 공주 석장리, 제주 삼양동과 고산리 유적은 물론, 고령과 함안 김해의 가야유적은 고고학을 공부하는 세계 연구자들에게 충격과 경이로움으로 다가왔다. 이 가운데 경기도 연천의 전곡 선사유적과 공주 석장리의 구석기 유적은 한반도 구석기 문화의 편연을 끌어올리는 획기적인 발굴이었다. 특히 고령 대가야 유적과 지산리 고분군은 일본의 임나일본부가 날조와 조작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같은 압도적인 선사문화유적은 바로 한반도 인류사의 편년을 끌어올리고 이 땅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하는 사건들이었다. 여기에 울산의 선사문화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문제는 엄청난 가치를 가진 선사문화 유산을 제대로 보존하고 가치를 밝혀내는 작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울산의 해안과 산하에서 쏟아진 구석기부터 신석기, 그리고 역사시대를 여는 청동기 유적은 압도적이었지만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대부분의 발굴이 대형 사업을 위한 개발 전단계로 이뤄지면서 유물이나 유적이 나오면 덮어버렸다.

#울산의 선사문화는 다양한 콘텐츠로 관광산업 활용가치 높아

울산은 한반도에서 유독 선사문화의 다양한 모습들이 드러나는 몇 안 되는 지역이다. 선사문화 1번지라 불리는 대곡천은 암각화부터 석기문화, 토기 제작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해안가는 말 그대로 선사박물관이다. 서생 신암리와 남구 황성동 세죽마을 등지는 구석기부터 신석기 시대에 이르는 유물과 유적이 켜켜히 쌓인 문화재의 반도체다.

어디 그 뿐인가. 검단리와 중산동 등지는 한반도 최대의 청동기 문화가 꽃핀 흔적이 수도 없이 묻혀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수많은 선사의 흔적은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있을까. 그나마 가치가 있다고 이야기되는 유물은 전국의 박물관에 흩어졌고 세간의 관심에서 먼 유적과 유물은 그냥 덮거나 방치됐다.

울산의 구석기 유적은 가장 오래된 벼농사 유적과 구석기들이 발굴된 옥현주공아파트와 KTX울산역 공사 중 발굴한 신화리유적이 있다. 울산의 신석기시대유적은 황성동 세죽유적, 성암동유적, 신암리유적, 우봉리유적이 있다. 이 가운데 특히 황성동 세죽유적은 신석기시대 이른 시기의 유적으로 당시 사람들이 채취했던 조개류와 동물뼈, 도토리 저장공, 반구대암각화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고래뼈 등이 확인됐다. 그 엄청난 유물이 쏟아진 현장은 어떻게 됐을까. 현장은 항만과 공장, 아파트와 주차장으로 변해 수천년 전의 흔적을 찾을 길이 없다.

# 단일지역 최고의 청동기문화, 제대로 복원해 콘텐츠 활용해야

대한민국 사람들, 아니 울산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잘 모르고 있지만 울산은 선사문화의 보물창고라 불린다. 구석기부터 신석기와 청동기 시대의 유적과 유물은 엄청나다. 특히 청동기 시대의 집터나 유물은 3,000여기가 넘게 출토돼 단일지역에서는 최고의 선사문화가 묻힌 땅으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보존이나 가치 창출은 초라하다. 국가지정문화재는 25건에 불과하고 시정문화재 68건과 시문화재자료 19건 등 총 112건의 문화재가 지정돼 있는 것이 전부다.

그 모든 책임은 그동안 박물관 하나 가지지 못한 울산사람들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울산박물관과 대곡박물관 암각화박물관이 울산에 있다. 이제 반구대암각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세계암각화테마공원과 박물관 건립도 추진되고 있다. 청동기 문화유적의 핵심지역인 검단리 일대는 복워작업으로 테마 관광지로 바꾸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경주대 문화재학과 조수현 교수는 “울산은 한반도 인류의 기원이 깃든 땅으로 엄청난 문화 콘텐츠를 품고 있는 지역이다. 반구대암각화부터 신라와 조선시대까지 꾸준하게 문화를 이끌어 온 특정 집단의 연속적인 문화유전인자가 깔려 있는 곳이 울산이다. 그런 점에서 선사문화 복원과 콘텐츠화는 전체적인 맥락을 바땅으로 철저한 고증과 확장성을 고려해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곡선사박물관 이한용 관장은 “선사문화의 관광콘텐츠화에 울산의 반구대암각화 일대만큼 좋은 장소는 드물다”며 “전곡리 구석기 테마공원과 함께 반구대 일대가 선사문화 콘텐츠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글 김진영 편집이사
사진 울산시 울산박물관 대곡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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