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일 약사

우리 주변 독감·비염 등 각종 바이러스 수두룩 해
감기 바이러스만 수백종…백신 다 만들 수 없어
만병의 근원 ‘감기’…치료는 약과 적당한 휴식

코로나19가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변종으로 우리의 일상을 괴롭히고 있다. 코로나19가 나오기 전까지도 우리 주변에는 각종 바이러스가 수두룩했다. 대표적인 게 감기 증상을 유발하는 독감 바이러스와 비염 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다.

어릴 때 아침 일찍 동네를 다니며 “재첩국 사려.” 외치는 아주머니들이 있었다. 아버지는 멀건 재첩국에 고춧가루 넣고 해장국으로 즐겨 드셨다. 얼마 전 향수에 젖어 먹었는데 열이 나면서 피부발진과 가려움증이 심했다. 치료제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하고 나았다. 그렇게 먹어도 괜찮던 음식인데 왜 알레르기가 일어났을까?

일시적으로 몸이 피곤하거나 체력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스스로 내 몸을 보호하기 위해 체내에 항체를 만든다. 항체가 있는 몸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 물질이 들어오면 항원항체반응이 일어나면서 가렵고 피부발진이 일어난다. 원인 물질인 항원의 70~80%는 음식이고 20~30%는 꽃가루, 진드기와 스트레스 등이다. 신약에 항히스타민제는 일시적으로 항체의 작용을 무마시켜 알레르기를 치료한다. 그러나 약효가 떨어지면 항원에 의해 다시 항원항체반응이 일어나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일상생활에서 신경 쓰고 움직이는 만큼 피를 통해 산소나 영양분이 공급되고 쓰고 남은 찌꺼기는 간장의 해독을 받아 소변으로 배설돼야 한다. 소변으로 다 못 나간 노폐물의 일부는 피부의 땀구멍으로 빠져나간다. 이때 찌꺼기 일부가 폐로 들어간다. 폐는 우리 몸속에 있지만, 바깥공기와 바로 접하니 표피와 같다. 이를 퍼내기 위한 작용이 재채기, 콧물, 기침 등이며 비염 알레르기로 나타난다.

한방에서는 폐주피모라 해 폐는 피부를 주관한다. 폐는 피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폐는 피부의 위기(衛氣) 관리를 하고 외부에 나쁜 기운이 침입할 때 방어하는 기능이 있다. 결국, 체력이 떨어지면 내 몸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체내 항체를 만든다. 같은 음식을 먹었는데 나만 알레르기가 일어났다면 체력이 떨어졌다는 증거이다. 체력 소모는 노화나 과로가 원인이다.

나는 어릴 때 홍역을 심하게 앓았다. 유약하게 자라서 환절기엔 감기에 잘 걸렸다. 천식을 동반한 기침이 찾아왔다. 감기 바이러스는 수백 종이다. 백신을 다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약을 먹어도 일주일 안 먹어도 일주일만 고생하면 낫는다.’는 얘기가 있다. 사실 이 말은 건강한 사람에게 해당된다. 어린이, 노약자는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폐렴까지 만병의 원인이 된다.

감기 초기에는 콧물, 눈물, 재채기, 두통, 오한이 온다. 3~4일이 지나면 기침, 가래, 천식을 동반하고 심하면 폐렴까지 간다. 어떻게 하면 감기 예방과 치료가 가능할까.

중국 장중경 선생님이 쓴 ‘상한론’에 보면 인체는 겉과 속, 중간으로 나누고 겉은 표(表)라 하고 속은 리(裏)라 하며 그 중간을 반표반리(半表半裏)라 한다. 감기 초기는 표증에 속하는데 병사 즉 바이러스가 표에 침입하면 두통과 목덜미가 뻐근하고 한기와 몸살이 오며 콧물, 눈물, 재채기가 난다. 이를 ‘태양병’이라 한다. 이 때는 해열진통제를 따뜻한 물로 먹고 푹 쉬면 오한이 물러나고 쉽게 낫는다. 이때 고치지 못하고 때를 놓치면 중간인 반표반리에 병사가 들어온다. 중간에 있는 장기는 간과 심장이다.

간은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의 사령탑이다. 여기에 감기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입이 쓰고 목이 마른다. 가슴도 갑갑하다. 약을 먹고 나면 열이 떨어지고 괜찮다가 또 으스스 춥고 아프다. 이를 소양병이라 한다. 반표반리에 병사가 침입했으니 위쪽 표피인 표로 올려 땀으로 빼낼 수도 없고 속으로 넣어 설사를 시킬 수도 없다. 그 자리에 두고 중화를 시켜야 하는데 한방에서는 최고의 으뜸인 시호제 중 시호계지탕이 그 병사를 중화시켜 낫게 한다. 약국마다 일반 약으로 준비돼 있다.

양명병은 병사가 소화기관까지 침입했으나 밥맛을 잃은 상태는 아니다. 독감을 예로 들면 두통, 발열, 오한이 오며 온몸이 아프고 설사까지 한다. 이는 병사가 표에서 중간을 거쳐 속까지 침입한 상태이다. 태양병으로 다스리면 오한과 설사가 같이 없어진다. 상한론에서는 갈근탕으로 다스린다 했다. 양명병을 넘으면 소음병, 태음병, 궐음병으로 진행해 폐렴 등으로 목숨을 잃는다. ‘감기는 만병의 근원이라 한다.’ 감기의 치료는 약과 적당한 휴식이다.

유태일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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