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

시민 관심 생태 관광 조사 결과…울산 ‘두루미’ 1위 
이제 구태여 두루미 보기 위해 일본 찾을 필요 없어
이번 연재 통해 모든이의 꿈에 두루미 날개 달고파

 

두루미는 우리가 무심코 부르는 학(鶴)의 순우리말이다. 
새해 첫날 천원(天圓·하늘)에서 사는 백설 선녀들이 상서로운 호의(縞衣·명주옷) 차림으로 지방(地方·땅) 들판으로 나들이했다. 약속이나 한 듯 적당하게 불어주는 부드러운 바람은 선녀들의 옷고름을 흩날려 끝없는 들판은 물론 산하대지는 모두 하얀 옷으로 갈아입었다. 발목까지 빠지는 설원에는 귀인인 양 뽐내는 두루미 한쌍이 걸어간다. 적색(赤色·정수리)·백색(白色·몸 깃)·흑색(黑色·날개깃) 등 세가지 색의 몸치장은 어울림인 듯, 호사(豪奢·아름답게 치장함)인 듯 조화로 돋보인다. 두루미의 걸음걸이는 반듯하다. 두루미 내외는 온종일 함께하면서 마치 귀중하고 중요한 신분이나 지위가 높은 신분인 양 의젓하게 발걸음을 옮기면서 주위를 살핀다. 두루미걸음에서 양반걸음이 생성됐다. 부부(夫婦) 쌍학은 끝없이 펼쳐진 눈밭을 계속 걷는다. 가끔 함께 하늘을 향해 목을 곧게 세워 입김을 뿜으며 장수(長壽)의 수록(壽祿·건강하게 오래 삶)과 영화로운 삶인 복록(福祿)을 크게 외친다. 수록(壽祿)의 주창(主唱)은 십리 밖에서도 들린다. 이를 학려(鶴唳) 혹은 학명(鶴鳴)이라 불렀다. 그들의 울음소리는 일과 중 하나이며 트럼펫 악기를 창안하는 계기가 됐다. 두루미 암수는 가끔 함께 소리를 지른다. 수컷이 길게 한번 울면 암컷은 마치 대답하는 듯 짧게 두번을 반복해 화답한다. 이러한 행동을 영역 과시 행동이라 부른다. 문학적 표현은 부창부수(夫唱婦隨·남편 주장에 아내가 따르는 것이 부부 화합의 도리라는 의미로 표현함)이다. 
두루미는 습지에 살기를 좋아하는 물새 중 한종이다. 물가 혹은 습지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의 대답은 간단하다. 먹이가 있기 때문이다. 태화강 하류에 넓게 형성된 삼산 벌에는 사계절 변화 속에 두루미가 평화롭게 태화(太和)로 살았다. 이는 신라 시대 계변(戒邊)과 고려 시대 학성(鶴城)의 옛 기억이다. 두루미가 먹이 찾아 갈 때면 공중으로 날아올라 허공에다 흑 깃과 백 깃 그리고 단정(丹頂)으로 평등과 평화 그리고 행복의 멋진 수(繡·헝겊에 색실로 그림, 글자 등을 바늘로 떠서 놓는 일)를 놓는다. 때로는 물가를 찾아 머리를 깃에 파묻고 외다리로 쉬거나 잠자기도 하며 두다리를 버티고 깃을 고르기도 한다. 황혼을 등지고 잠자리로 돌아오는 비행은 찬란하며 신비롭다. 잠자리는 개울을 선택한다. 흐르는 개울은 따뜻하고 포식자의 접근을 예방할 수 있다. 간혹 앉아서 졸기도 하지만 쉴 때나 잠잘 때는 항상 외다리로 서서 잔다. 두루미는 과학과 인문학이 함께하는 동물이다.
최근 생태관광이 관심의 대상이다. 울산도 예외가 아니다. 여가생활의 인식 변화와 지역적 특징 있는 관광수요 측면에서 철새생태관광이 조명되고 있는 이유이다. 생태관광의 중심에는 환경 보전의 학습 기회 제공과 생태계 보전이다. 더불어 생태환경 도시 이미지 제고에도 이바지한다. 지역 관광 활성화는 곧 지역민의 고용 창출과 수익이 발생한다. 모두 지역주민의 안정된 몫이다.
2021년 울산연구원에서 시민들이 관심을 갖는 생태관광에 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울산의 생태관광 중심에 두루미가 있었다. 울산 생태관광 시민 대상 조사에서 학(鶴·두루미)이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울산시민들은 왜 학을 생태관광의 아이콘으로 지목했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기억이며, 다른 하나는 시대적 변화일 것이다. 먼저 울산의 시대적 지명에서 두루미를 기억할 수 있다. 신라 계변의 쌍학과 고려 별호 학성이 기억의 바탕이다. 쌍학과 학성은 태화강이 만든 삼산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때문에 울산사람의 마음속에는 항상 두루미를 울산의 새, 태화의 새로 기억하고 있다. 다음으로 시대적 변화는 생태관광적 접근으로 지역 생태관광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울산시민 모두의 마음속에는 예부터 두루미 한쌍을 간직하고 있다. 그 이유는 학성, 회학, 비학, 무학산, 무동 등 두루미로 울산과 항상 함께했기 때문이다. 이제 두루미를 보기 위해 구태여 일본을 찾을 필요는 없다. 이즈미(흑두루미와 재두루미 월동지), 북해도·오카야마(두루미 월동지 및 사육지)를 구태여 찾을 필요가 없다.
필자는 2009년 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2년간 매월 1회 ‘김성수의 학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울산의 한 일간지를 통해 연재했다. 그 후 십수년의 세월이 지났다. 12년 만에 다시 매월 1회씩 학 이야기를 연재할 기회를 얻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울산의 현재와 미래의 모든 이들의 꿈에 두루미의 큰 날개를 달아주고자 한다.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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