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가 울산 북구 ‘용기없는 상점’ 내 리필스테이션에서 빈 페트병에 천연 주방세제를 담고 있다.  
 
   
 
  ▲ 울산 북구종합사회복지관에 개소한 북구지역 첫 제로웨이스트숍 ‘용기없는 상점’.  
 
   
 
  ▲ ‘용기없는 상점’ 내부 모습.  
 
   
 
  ▲ ‘용기없는 상점’ 세제 리필스테이션.  
 
   
 
  ▲ 빈 페트병에 담은 세제는 저울에 달아 용기 무게를 빼고 계산하면 된다.  
 
   
 
  ▲ ‘용기없는 상점’에서 열린 친환경 원데이클래스(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전 실시).  
 
   
 
  ▲ 신유희 진지한주식회사·지구맑음 대표.  
 
   
 
  ▲ 울산 남구 공정무역·제로웨이스트숍 ‘지구맑음’ 내부.  
 
   
 
  ▲ 재사용되고 썩는 물품을 사용하자는 ‘지구맑음’.  
 
   
 
  ▲ 천연밀랍을 먹여 만든 다회용 포장재.  
 
   
 
  ▲ 플라스틱 칫솔 대안인 대나무 칫솔.  
 
   
 
  ▲ 100% 자연성분 친환경 열매세제 소프넛.  
 
   
 
  ▲ ‘지구맑음’ 입구에 시민들이 모아온 폐현수막들이 쌓여있다.  
 

“탄소중립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 화두다.
탄소중립이란 탄소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 남아있는 탄소는 흡수해 순 배출량을 ‘0’으로 맞추는 것이다. 이는 ‘넷 제로’(NET ZERO)라고도 한다.
정부는 재작년에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관련 발전방향과 감축목표 등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기업, 관공서, 지자체 등도 앞 다퉈 탄소배출량 제로에 뛰어들고 있다.
여기, 더 나은 미래 위해 탄소중립 실천에 앞선 발걸음을 남기고 있는 울산시민들이 있다. 작지만 소중한 발자국 하나가 결국 사회를 이끌고, 국가를 이끌고, 세계를 이끈다. 나무 한그루가 모여 큰 숲을 이루듯이 말이다. 이들을 만나 슬기로운 탄소중립 생활을 실천하고 있는 시민들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용기가 없어 용기가 필요하다…북구 ‘용기 없는 상점’
용기(容器)가 없어 용기(勇氣)가 필요한 곳이 있다. 바로 지난해 10월 울산 북구종합사회복지관 1층에 문을 연 ‘용기없는 상점’ 이야기다.
북구종합사회복지관은 친환경을 넘어 필환경시대에 발맞춰 주민이 함께 환경에 대한 관심을 높이며 실천하고자 용기없는 상점 사업을 추진했다. 울산항만공사가 후원하고,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했다.
북구지역 첫 제로웨이스트숍인 이곳은 현재 친환경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회적기업 ‘호재’·‘누리보듬’·‘나무그루’를 비롯해 진지한주식회사 ‘지구맑음’ 업체가 입점돼 있어 친환경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북구종합사회복지관 재능나눔동아리 ‘나누리’ 소속 3개 봉사단이 실시하는 원데이공방 등에도 참여할 수 있다.

#작은 것부터 실천…빈 페트병 챙겨가서 세제 구입해보니
기자도 친환경 활동에 동참하고자 최근 용기없는 상점을 방문했다.
방문 전날 페트병에 붙은 라벨지를 모두 떼어버리고 깨끗이 씻어 말렸다. 플라스틱 배출 최소화를 위해 고객이 직접 액체를 담을 용기를 가져와야 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물건을 사기 위해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행동이었다. 이 사소한 실천을 하고 있으니 ‘그동안 어떻게 살았나’하는 민망함이 몰려오기도 했다.
용기없는 상점에 마련된 리필스테이션은 주방·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를 판매하고 있었다. 용기를 챙겨오지 않은 이들을 위해 비치된 재활용 빈병들도 눈에 띄었다.
리필스테이션 사용법은 간단했다. 우선 저울에 용기를 올려놓고 저울 눈금을 ‘0’에 맞춘다. 원하는 제품을 담고 저울 눈금을 확인하고, 품목과 무게를 적은 후 계산하면 된다. 가격은 천연세제의 경우 1g당 10원. 시중 제품과 비교해 절반 이상 저렴하게 살 수 있으면서 플라스틱 사용도 크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이었다.
무엇보다 ‘거절하기’ ‘줄이기’ ‘재사용하기’ ‘재활용하기’ ‘썩히기’로 요약되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했다는 뿌듯함, 지구를 위해 조금이나마 행동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기분들은 앞으로 귀찮음과 불편함을 이기기 충분할 정도였다.

북구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는 “용기없는 상점을 방문하는 시민 90% 이상이 친환경 자체를 처음 접한 경우”라며 “개소 이후 두 달간 판매건수가 250건 정도인데, 대부분 나무칫솔이나 면 행주 등 실생활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물품 위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친환경 용품 대부분 단가가 높아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용품 매입 경로나 판로도 더 만들어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생소한 친환경 개념을 지역사회에서 알리기 위해 무료강의나 시민전문가 양성, 리사이클링 캠페인 등을 추진하며 다방면으로 힘쓰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신유희 지구맑음(진지한주식회사) 대표
울산에서 공정무역과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곳이 있다. 남구 삼산중로74번길 30 2층에 위치한 ‘지구맑음’은 공정무역·제로웨이스트숍이다. 이곳은 울산에서 환경부 1회용품 줄여가게 캠페인 가게로 유일하게 선정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진지한 페어 트레이드’라는 큰 주제 아래 중고의류 교환, 울산 바닷가 쓰줍(쓰레기줍기), 환경페어, 폐현수막 가방 만들기 등이 이뤄지고 있다. 리필스테이션이 있어 빈 용기를 가져가면 불필요한 플라스틱 포장재 낭비를 줄이며 세제 등을 구입할 수 있다. 다회용과 자연생분해 용품 등이 다양하게 비치돼 있다.
16일 신유희 지구맑음(진지한주식회사) 대표는 “조금은 불편한 것을 즐겁게 할 때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울산에서 공정무역과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시작한 이유는.
-공정무역 활동가로서 기후위기 대응 일환인 제로웨이스트 활동도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시민 실천을 이끌어 내야한다면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정무역과 제로웨이스트는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둘 다 지속가능발전 목표 17개 중 12번째 목표 달성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이다. 2019년 6월부터 준비에 들어가 2020년 1월 중순에 공정무역과 제로웨이스트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을 열었다.

△운영 초창기와 비교해 요즘 분위기는 어떠한가.
-요즘도 공정무역, 제로웨이스트, 탄소중립 등을 생소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도 처음과 달리 직접 행동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지구맑음 SNS 팔로워가 점차 늘어가면서 DM으로 재활용품을 전달하고 싶다는 식의 연락도 오고, 어떤 때는 삼삼오오 매장에 방문해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돌아가는 일도 잦다. 특히 주부들은 멸균팩 분리배출 활동에 솔선수범하고 있기도 하다. 학교에서도 지속가능발전 등에 보다 큰 관심을 갖고 관련 교육들을 실시하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온 세상을 태양광이나 수소, 전기차, 건물 그린에너지 등으로 완벽하게 바꾼다고 해도 55%만 완성된다. 나머지 45%는 시민들이 먹고 쓰고 마시는 과정에서 직접 실천해 나가야할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기후위기 등 환경문제에 대해 인식은 하고 있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부족한 것 같다. 탄소중립을 위한 가장 첫 걸음이자 쉬운 방법은 비닐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비닐 한 장 줄이면 빙하 녹는 것을 늦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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