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욱 남구청장

지난달 말 울산-부산 잇는 ‘동해남부선 광역전철’ 개통
전체 관광지 둘러볼 수 있는 전철-대중교통 연계 시급
시·구·군 힘 합쳐 전철 타고 오고 싶은 울산 만들어야

 

‘광역시 중 유일하게 지하철 없는 도시.’
그동안 ‘노잼도시’라는 단어와 함께 장난삼아 울산을 소개했던 말이지만 이제는 쓸 수 없을 것 같다. 지난달 말부터 울산 태화강역에서 부산 부전역까지 잇는 동해남부선 광역전철이 개통됐기 때문이다.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전철 운행은 112만 울산시민뿐 아니라 부울경 800만 구성원의 삶에 큰 변화를 불어올 것이기에 ‘메가시티’에 대한 기대와 ‘빨대효과’라는 우려가 교차하며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우리 남구는 광역전철을 타고 울산에 방문할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지난해 8월 부전역 역사 안에 태화강역과 장생포 고래문화특구를 오가는 808번 맞춤형 관광수소버스 안내 전광판 등을 설치했고 남구 관광안내책자도 함께 비치했다. 이와 함께 찾아가는 관광기념품 전시회도 개최하고 SNS 홍보를 강화하는 등 부산에 울산과 남구의 매력을 알렸다.
그래서 개통 이후 앞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현장에서 답을 찾기 위해 담당 공무원들과 직접 광역전철에 탑승해 태화강역에서 부전역까지 전 구간을 왕복하며 점검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확인한 모습은 매우 유감스러웠다. 제대로 된 안내판 하나 없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는 사람들, 아직도 정돈되지 않은 주차장과 도로 등 주변시설… 울산의 관문에서 부끄러움과 마주했다.
누군가는 작은 해프닝으로 치부할지 모르나 광역전철 개통은 어느 날 갑자기 내린 결정이 아니다. 오랫동안 진행한 사업이고 울산의 행정은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불편한 대중교통 노선과 환승체계, 부족한 관광 안내 등에서 드러난 행정의 품격은 광역시에 걸맞지 않았다. 제 역할을 했다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고 전철에 몸을 실었다. 출발역인 태화강역부터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승객이 많았다. 전철이 출발하니 창밖의 남구 도심과 공단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서생 바다를 지나 부산에 들어서자 전철 안은 점점 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청년들이 많이 타고 내리는 역이 어딜까 유심히 지켜보니 기장역·오시리아역·센텀역·벡스코역 등이었다. 공통점을 찾자면 역 주변에 백화점과 대형쇼핑몰을 비롯해 개장을 앞둔 놀이공원도 위치해 있다. 창밖을 바라보던 승객들이 수직으로 솟구치는 놀이기구의 움직임에 탄성을 질렀다. 이처럼 역세권 주변에 보고 즐기고 소비할 것이 많으니 사람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올해 시작과 함께 발표한 미래 도약을 위한 ‘2030 남구 비전’에서 밝혔듯이 태화강역 주변을 비롯한 역세권 개발에 힘써야 하는 이유다.
전철은 부산 도심을 통과해 종점인 부전역에 정확히 76분 만에 도착했다. 부전역장과 면담하며 기차 운행 현황과 관광 홍보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출퇴근 시간에는 울산에 직장을 가진 부산 거주자들이 주로 이용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부산과 울산을 오가는 중·장년층 관광객들의 비중이 높았다. 승객들이 역무원에게 어떤 정보를 문의하는지 물어보니 울산에 가면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관광명소는 어떻게 가는 지가 많았다. 바로 울산의 관광 행정이 놓치고 있던 부분들이다.
다시 돌아오는 전철에 몸을 실었다. 광역전철 덕분에 울산과 부산의 거리가 좁혀졌음을 느낀다. 그리고 이를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지 쉽지 않은 숙제도 함께 받아들었다.
남구 차원에서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삼호대숲과 동굴피아 등 관광자원을 홍보하는 게 다가 아니다. 태화강 국가정원, 대왕암 출렁다리처럼 다른 구·군에도 울산의 매력을 담은 관광명소가 있다. 그래서 편리하게 울산 전체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게 광역전철과 대중교통을 연계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렇기에 우리 남구는 현안 해결을 위해 타 구·군과 울산시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빨대효과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12년 전, KTX 울산역 개통 당시에도 서울로 모든 게 빨려나갈지 모른다는 걱정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제 울산역은 가장 성공한 KTX역으로 울산을 찾는 이들을 위한 교통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지 않는가. 빨대는 양쪽 모두 뚫려 있기에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될 수도,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시와 구·군이 힘을 하나로 모아 광역전철 타고 오고 싶은 울산, 머물고 싶은 울산을 만들어야 할 때다.

서동욱 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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