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기능을 갖는 시설물은 위치나 내용에서 언제든 논란거리가 된다. 울산시립미술관도 예외는 아니다. 설립 초창기부터 입지문제와 문화재 발굴 문제, 이전 논의와 공론화과정이라는 우여곡절을 겪은 시설이다. 사실, 시립미술관 입지가 논란이 된 것은 공공시설이 정치와 상권의 입김에 얽히면서 비롯된 무의미한 갈등 때문이다. 그냥 미술관 자체만 생각한다면 굳이 이같은 번거로운 갈등과정을 거칠 이유가 없는 시설이 미술관이기 때문이다. 그런 제반 사정을 감안한다해도 울산시립미술관은 의욕적인 개관과 특별기획 전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논란거리다. 
우선 북정동에 들어선 울산시립미술관에 대한 언론의 평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개관 2주만에 관람객 2만명을 돌파, 대박난 시립미술관 등 벌써부터 지역 대표 미술관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호들갑스러운 기사도 보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립미술관은 개관 이후 전체 관람객의 92%는 북정동 미술관을, 나머지 8%는 대왕암공원을 찾았다. 시립미술관은 도심에 가까이 있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멀고 한적한 곳에 있다고 멋진 미술관이라고도 할 수 없다. 구도심에 들어선 미술관은 그 자체로 구도심을 활성화시킨다. 낡고 위축된 구도심을 변화시키는 특별한 촉매제가 된다는 이야기다. 풍광 좋은 외곽에 미술관이 들어선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시설은 번듯하고 풍경은 시원하지만 관람객이 잘 찾지 않는 단점도 있다. 당장 개관 2주만에 연계관광 대책 회의를 가진 울산시립미술관은 입지가 어느 미술관 보다 훌륭하고 원도심의 중심에 자리해 확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바로옆의 동헌이나 울산초교 부지의 객사터 등과 부조화스러운 면은 보완할 문제다. 핵심은 이왕에 출발한 미술관에 대해 단점만 나열할 것이 아니라 발전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더 효율적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부분은 울산시립미술관의 성격이다. 개관과 함께 울산시립미술관은 디지털미디어아트라는 정체성을 내보였다. 미래 먹거리를 주도하는 울산의 지향점과 닮았다. 문제는 시립미술관 개관전이 열리고 있는 대왕암 공원 내 옛 울산교육연수원의 상설전시장이다. 송철호 시장은 이 곳의 활용에 대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계속 문화공간화 할지는 시민의지에 달렸다”는 대목이다. 북정동의 디지털미디어아트와 대왕암공원의 고전적인 미술전시라는 투트랙이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길이 보인다. 더 많은 고민으로 울산시민들의 미술관 가는길이 풍성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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