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전 울산대교수

‘문화강국’ 선진국 의식 강한 신보수 성향 2030세대
中에 대한 반감 ‘심각’ 수준…3월 대선 영향 미칠 것
동북공정·한류금지령 등 ‘역사 왜곡’ ‘문화 충돌’ 때문

저자세 일관 文정부 외교정책에 불편한 감정 드러내
대선주자 ‘문화강국’ 긍지·자부심 북돋아 줄 수 있길
2030세대 자존심 지키는 외교전략·대책 강구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베이징대 연설에서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뜻하는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한 시진핑의 통치이념에 한국이 함께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것도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라 지칭하면서 대한민국을 “작은 나라”라고 해 황제국 중국에 조공하는 소국(小國) 제후국인 한국 대통령으로 중국 국민에게 비쳤다.
이는 마치 조선의 대외정책의 골간이 된 사상, 화이론(華夷論)이 되살아난 것 같았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라고 말했던 시진핑의 안하무인격(眼下無人格)인 대국주의와 패권주의가 복합된 중화사상(中華思想)이 한국의 문재인 정부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시진핑은 문정부 초기, 대통령 특사로 방중했던 이해찬과 정의용을 홍콩 행정장관과 만날 때 자리에 앉히고 이·정 특사에게 보고를 받는 듯 상석에 앉아, 뜻있는 많은 한국인을 격분하게 만들었다.
한술 더 떠서 권력 서열 25위권의 양제츠 공산당 정치국위원이 한국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인 정의용과 서훈이 제시한 한국 안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부산으로 불러낸 비외교적 무례를 저질렀다. 
이는 한국과 한국민을 얕잡아 본 중화사상의 발상에서 나온 처사다.
중국 대륙에 새로운 힘이 등장하면, 그 힘은 곧바로 한반도에 미쳐오는 것은 고금(古今)을 통해 일치했다.
광개토왕, 장수왕 대에 대제국으로 약진한 고구려는 남북조 시대 등 3세기 반 동안의 장기간 분열 이후, 중원을 통일한 수(隨)제국 문제(文帝)가 보낸 글을 받았다. 
수의 제후국으로 고구려의 복속을 요구하며 모욕적인 공갈(恐喝)과 협박이 담긴 서신이었다.
수나라가 중원을 제패할 것을 대비해 국방(國防)에 힘을 기울인 고구려 영양왕(嬰陽王)은 수 문제의 오만하고 무례한 서신에 양대 제국의 접경선인 요하(遼河)를 건너 요서(遼西) 지역을 선제공격으로 기선 제압하는 칼로 회답했다(598).
고구려의 선제공격에 격분한 수 문제는 수륙군(水陸軍) 30만 대군을 요동 관문인 임유관으로 출병시켰고, 영양왕도 강이식(姜以式) 장군을 병마 원수로 삼아, 수나라 군량선을 대파시켜 예봉을 꺾은 후, 장기전으로 수나라 군사를 지치게 만들었다.
군량 보급이 끊어진 수나라 육군은 6월 장마로 질병과 아사자가 속출해 퇴군을 결행했지만, 강이식 장군은 추격전으로 수나라 군대를 거의 전멸시켰다(598). 
임유관 대전은 수나라 역사서인 수서(隋書)에 수군(隋軍)이 장마와 풍랑으로 병졸의 9할이 죽었다며, 고구려군에게 패한 것이 아닌 것처럼 에둘러 표현해 중화사상의 체면이 깎이지 않도록 했다.
수 문제의 아들 양제(煬帝)가 돌궐과 연대하고 있는 동방제국(東方帝國)인 고구려 석권(席卷)과 실추된 수 제국의 명예를 되찾으려고 고구려 인구와 거의 맞먹는 400만명(정병은 113만명)으로 고구려 정벌에 앞장섰다(612). 
그렇지만 육군은 을지문덕에게, 수군(水軍)은 영양왕의 동생인 고건무에게 궤멸당했다.
수나라는 4차에 걸쳐 침공했으나 고구려의 영웅적인 항전으로 수 제국은 결국 건국 38년 만에 당 고조(高祖) 이연에게 멸망하고 말았다.
현무문 정변으로 등극한 당 태종 이세민도 고구려 정벌에 앞장섰지만, 안시성 성주 양만춘에게 무릎을 꿇었고(645), 
치욕을 설욕하겠다고 30만 대군으로 원정을 감행하는 중, 병사(病死)해 고구려 침공은 끝났다(649).
수, 당나라 사가들이 임유관, 안시성 전투에서 대패를 안긴 고구려 장군(강이식, 양만춘) 이름을 수, 당서(唐書)에 기록하지 않을 정도로 그들에겐 치욕스런 역사였다.
하지만 고구려가 쟁취한 대수당투쟁(對隨唐鬪爭)의 압도적 승전(勝戰)은 수와 당나라 제국의 중화사상을 욕보인 한민족(韓民族)의 승리이자, 세계 전사에도 유례를 찾기 힘든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영광된 우리 역사이다.
우리나라 미래세대인 ‘2030 세대’가 중국에 대한 반감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2030세대가 일본보다 중국을 더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하며, 3월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미래세대의 반중(反中)감정이 치솟는 것은 k드라마, k뮤직, k무비 등 문화강국이란 선진국 의식이 유독(惟獨) 강한 신보수 성향의 2030세대가 ‘역사 왜곡’과 ‘문화 충돌’ 등 중국의 도발 행위로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대표적 음식인 김치의 원조가 중국의 절임 채소인 파오차이라고 주장한 식문화 왜곡은 온라인으로 반중 정서가 퍼지는 기폭제가 됐다.
그뿐만 아니라 한복, 태권도, 판소리 등 한국 고유문화의 원조도 중국이라고 주장해, 고구려, 발해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의 일환(一環)인 ‘문화공정’으로 여겼다.
동북공정, 사드 배치에 대응하는 중국의 ‘한류 금지령’인 한한령 등으로 인한 갈등 때문에 깨어난 한민족의 참된 정체성(正體性)이 2030세대의 반중 감정을 한껏 고조시켰다.
저자세로 일관하는 문재인 정부의 대중(對中) 굴종 외교정책과 태도에 한국인의 주체성을 잃는 것 같은 불만과 불편한 감정을 2030세대는 숨기지 않고 있다.
금년 5월에 출범하는 새 정부에 도전하는 대선 주자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2030세대가 가진 문화강국이란 선진국의 긍지와 자부심을 북돋우며 한국인, 특히 2030세대에게 자존심을 지키는 대중 외교전략과 대책을 강구하고 보여줘야 할 것이다.

김대식 전 울산대교수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