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국민 의식에 갈등·부조화 개선됐지만
장애·비장애 구분 없는 동등한 권리·삶 원해
혜안·지혜 모여 지금보다 더 따뜻한 세상되길

 

 

조경환 울산지적발달장애인협회 운영위원

우리 사회의 첨예한 갈등과 주장들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날카롭게 부딪히며 파열음을 내고 있다. 정치권이 자신들의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도 급급한 상황에서 비정치적인 일상생활의 문제들은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장애인들의 복지나 권리도 정치권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시대 장애인의 이동 자유에 대한 공약은 찾아보기 어렵다.

역병으로 인해 국민 생활 전반에 주름살이 깊어진 국난의 시기에 무슨 한가한 주장이냐는 비난이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경천동지할 대단한 정책을 수립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동등한 권리와 삶의 기회를 달라는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난 세월 시각, 청각, 지체, 지적 발달장애 등을 가진 그들은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외면 속에 혹독한 시간을 견뎌왔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갈등과 부조화는 높아진 국민 의식과 자각으로 많은 부분이 개선되고 있다. 한때 잉여인간 취급을 받을 때도 있었고 밑 빠진 독에 세금을 쏟아 붓는 허망한 행위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옳은 방향으로 진화했고 장애인 관련 정책은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은 멈출 때가 아니다. 2021년 울산에서 이슈가 됐던 사회복지원 설립문제와 보호자들의 눈물겨운 희생과 고통을 마주하고 선 거대한 벽들, 벼랑 끝에선 그들의 자립을 도와줄 장애인보호작업장이 일감부족 등으로 운영이 어려운 점 등 아직도 많은 과제들이 미결인 상태로 남아있다. 이와 함께 장애인들에게 직접적 도움이 되고 있는 주간보호시설과 각 구, 군 지부의 실질적 운영지원 등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얼마 전 모 대선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인은 사용자 보다는 노동자의 편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들이 더 많은 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옳은 말이다. 국민의 지지를 먹고사는 정치인들은 표의 향방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치열한 대선과정에서 온갖 주장과 입장 표명이 다양한 형태로 분출하고 있는 가운데 그들은 표를 얻을 수 있다면 뜨거운 불 속에 뛰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무리수를 두는 것도 마다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서로의 입장과 처지가 설령 그렇더라도 장애인들은 특별한 대우를 요구한 적이 없고 그럴 의도는 더더욱 없다. 그동안 장애인들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당당하게 살아왔다. 분노도 비굴함도 이미 그들의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가자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는 것뿐이다.

개인과 단체의 주장이 봇물이 터지듯 하고 대통령 선거가 절차를 밟아가는 과정에서 다소 소란스럽고 무질서해 보이지만 결국 이런 과정을 통해 국론이 모이고 국가가 나아갈 길이 정해지는 것이며 바로 이것이 자유민주주의의 장점이다.

온갖 이해가 충돌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 사회의 약자일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은 때론 상황의 절박함에 감성이 이성을 누를 때도 있지만 그럴수록 장애인협회와 관련 기관은 그들의 본분에 충실해 더욱 냉정하고 현명한 판단으로 정치권을 설득하고 구성원들의 입장을 국민에게 충분히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울산광역시 지적발달장애인협회 손봉락 회장과 운영위원들은 지난해 12월 24일 운영위원회를 갖고 2022년 사업계획과 운영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협회는 보고서를 통해 발달장애인의 권익을 옹호하고 교육하며 이들이 국가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사회 일반의 인식과 관심을 제고시키는 등 발달장애인의 복지증진을 위하고 실질적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회의 사각지대 속에서 벗어나 그들 스스로가 삶의 주체가 돼 살아가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2022년 중점사업으로 울산광역시 지적발달장애인 복지대회, 전국지적발달장애인 복지대회, 영남권 발달장애인기능경기대회 등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시냇물이 모여 강이 되고 모든 강은 바다로 흐른다.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비록 낮고 담담하다 해도 강물처럼 모여 흐르는 그들의 호소와 주장이 태화강 대숲에 흩어지는 바람처럼 흔적 없이 사라져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새로 시작되는 임인년,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듣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며 말하지 않고도 서로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는 혜안과 지혜가 모여서 숨죽여 우는 새의 슬픈 눈물을 닦아줄 여러분의 따뜻한 손길과 관심이 가득하기를 기원해 본다.

(조경환 울산지적발달장애인협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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