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아카데미아 김경환(28) 대표

 

■UNIST ‘이노폴리스 프로그램’ 통해 창업 김경환 머니 아카데미아 대표
   2018년부터 약 2년 증권사 근무하며 ‘준비’…올해 2월 사업자 신고
   내달 출시 머니타임즈 ‘물고기 잡아주는게 아닌 잡는 노하우’ 알려줘
“‘멘토링’ 가장 많이 도움 돼…결과물 만들어낼 땐 목숨 걸 각오로 해야”

‘돈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 더 나아가 삶의 질과도 직결되는 이 ‘돈’에 대한 관심은 세대를 불문하고 뜨겁다. 하지만 모두가 잘 먹고 잘 살 수는 없는 일.

UNIST 이노폴리스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한 머니 아카데미아는 경제에 서툰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에게 ‘쩐의 전쟁’에 들고나갈 팁을 제공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게 아닌 물고기를 잡는 노하우를 교육하는 게 창업 콘텐츠다.

# ‘과학자’에서 ‘창업가’가 되기까지

머니 아카데미아 김경환(28) 대표는 세종과학고를 졸업한 뒤 UNIST에 입학해 화학·생명공학을 전공한 과학도였다. 10대 때부터 ‘노벨상 받는 과학자’가 꿈이었다. 2011년 UNIST에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이 꿈을 이루는 건 시간문제라 생각했다. 하지만 20대로 접어들면서 예기치 못한 방황이 시작됐다. 김 대표는 “내가 할 줄 아는 게 시험문제를 잘 푸는 것이지, 미지의 영역을 넓히는 것에는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졸업 후엔 평소 관심을 가져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센터 법의 조사관으로도 근무했지만, 개인 사정으로 인해 결국 그는 ‘창업’을 선택했다. 그런데 창업 아이템이 ‘과학’과는 전혀 상관없는 ‘돈’에 관한 것이었다. ‘돈’ 혹은 ‘금융’ 그 자체를 게임으로 시뮬레이션하는 콘텐츠다.

하지만 창업 기반이 전혀 없었기에 2018년 여의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애널리스트를 서포트하는 RA(기업설명)로 취직해 약 1년 8개월 동안 창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억대 연봉의 애널리스트가 될 수 있는 기회도 찾아왔지만, 그 기회를 손에 쥐는 순간 창업이라는 꿈을 영영 포기해버릴 것 같다는 마음에 과감히 포기했다.

그렇게 2021년 퇴사하면서 그동안 기획했던 창업 아이템을 구현했고, 어플 및 게임을 위한 카드 시제품을 출시한 후 올해 2월 ‘머니 아카데미아’ 사업자등록까지 마쳤다. 지난해에는 아이템의 가치를 인정 받아 UNIST 유니콘 학생창업,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생애 최초 청년창업지원사업 등에서 각종 창업 지원을 받았고, 올해 UNIST 이노폴리스 사업에서 성과를 인정 받으며 ‘INNO 혁신상’도 수상했다.

머니 아카데미아에서 출시 예정인 가상 세계에서 자산운용 시뮬레이션을 경험해볼 수 있는 보드게임 ‘머니타임즈’

# 자산운용 시뮬레이션으로 ‘금융 공부’

‘머니 아카데미아’는 기본적으로 금융 관련 용어 가운데 어려운 용어는 배제하고 누구나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보드게임과 어플 등을 접목한 자산운용 시뮬레이션 게임을 활용해 ‘돈’에 대해 보다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체험 기반의 교육과정을 구성했다.

그 결과 가상 세계에서 자산운용 시뮬레이션을 경험해볼 수 있는 보드게임 ‘머니타임즈’를 자체 개발해 4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진입 장벽이 낮은 ‘게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교육 내용에 대한 이해도와 몰입도를 넓힌 것인데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금융에 대해 즐기면서 배울 수 있도록 했다.

게임을 통해 주식, 보험, 세금, 지출 등을 실제 상황처럼 경험해볼 수 있고, 이로 인한 신용 관리, 대출, 파생상품 등 서브 컨텐츠로 구성된 금융교육까지 확대해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개인별 재무상태와 월별 손익 계산서, 대출 한도와 이자율, 보험료 등을 고려해 자산을 운용하는 방법 등 ‘자기주도적 판단’으로 금융활동이 가능해지면서 금융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나아가 금융 사기 예방에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현재 서울 동작구에 있는 머니 아카데미아 본사에서는 대학생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중앙대, 가천대, 세종대, 경희대 등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직접 사무실을 찾아와 교육을 체험했다.

김 대표는 “언뜻 보면 자산관리사와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자산관리사는 물고기를 잡아다 주지만 우리는 ‘물고기 잡는 방법’을 교육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증권사, 보험사, 일반금융사의 사내 교육이나 오리엔테이션 등에서 현실적인 금융교육을 선보이고 싶고, 나아가 금융교육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학교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머니 아카데미아 제공

# 창업=출산...산모가 목숨걸 때 새 생명 탄생

기존의 다양한 금융교육들을 들었던 김 대표의 생각은 “현실과 너무 동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이걸 뜯어고쳐 금융의 본질을 파악하고 아이템으로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자신감이 들었다고. 그렇게 창업에 도전했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돌발상황에 수차례 부딪혔고, 거기서 무너지는 자존감을 회복하기도 쉽지 않았다. 창업을 시작한 이후로 아침에 눈 뜨고 밤에 잠들 때까지 ‘후회’가 이어졌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김 대표를 믿고 함께하는 직원들이 있고, 무엇보다 아이템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창업 지원 과정에 멘토링이 가장 많은 도움이 됐는데 그때 들었던 코멘트 중 하나가 ‘사업성은 잘 모르겠다. 그런데 꼭 완성시켜 줬으면 좋겠다’였다. 그때 이 사업에 대한 시장성, 성장성 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안갯속이지만, ‘세상에 꼭 필요한 거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창업을 준비하는 또다른 초보 창업가들에게 창업 과정을 ‘출산’에 비유하면서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있다면, 서비스가 됐든 아이템이 됐든 당신이 상상하는 것에 대해서 세상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다. 당신만이 성공시킬 수 있다”며 “스스로 아이 낳기를 포기하면 세상에 아이가 태어날 수 없지만, 태어나게 할 때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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