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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이유 있는 오월 꽃 치레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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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근 시인·문화평론
  • 승인 2022.05.1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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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근 시인·문화평론


사오년마다 열린 국가적 거짓말대회
이번에도 갈등·번민에 선택장애 우려

이전투구 난무 속 옥과 같은 ‘선량’ 찾길 

서당 아이 셋이 길 가다가 돈 한 푼을 주었다. 나누어 가질 수 없는 노릇, 거짓말을 제일 잘하는 아이가 차지하기로 했다. 첫째 아이가 “우리 아버지는 바람이 세어 지리산이 쓰러진다고 지게 작대기로 받치러 갔단다.” 둘째 아이가 “우리 엄마는 날이 가문다고 열 마지기 논에 오줌 누러 갔단다.”고 하자 나머지 아이가 “우리 누나는 장마가 길다고 바늘 실을 갖고 찢어진 하늘을 꿰매러 갔단다.” 아이들은 결론을 낼 수가 없어 서당훈장을 찾아가 심판 해달라고 했다. 훈장, “거짓말 내기를 하다니 이런 못 된 버릇이 있나, 나는 평생 거짓말 한 적이 한 번도 없어!” 라고 하자 아이들이 일제히 절을 하며 “야 훈장님이 이겼다.” 평생 거짓말 한 적이 없다는 훈장의 거짓말이 거짓말 종류 중에 으뜸 거짓말이다.
소년 조지 워싱턴이 마당에 벚나무를 꺾고서 아버지에게 정직하게 용서를 빌었다. 이런 유명한 일화를 두고 아일랜드 시인 오스카 와일드는 “그래서 미국 사람들은 글러 먹었어, 미국에 예술이 발달하지 않는 것은 그 도덕적 거짓말 때문”이라고 했다. 남을 즐겁게 해주고 근심걱정을 덜어주는 선의의 거짓말도 있지만 그로인해 상처받는 어떤 이가 생길 수도 있다. 남을 즐겁게 해주되 그로써 자신의 이득을 노리는 저의가 있는 거짓말과 사실을 빙자하거나 통계적 현란한 거짓말 등 거짓말 종류는 다양하다. 거짓말에는 약속과 책임도 더불어 생긴다.
‘선량(選良) 12조’라 해 육덕(智·仁·誠·義·和·忠)과 육행(孝·友·睦·謙·任·恤)을 갖춘 선량(善良)한 자를 말하며 그런 자를 국민이 뽑아서 국사에 참여시키는 벼슬아치를 선량이라고 일컫는다. 진한시대 사상, 정치를 살피는데 참고가 되는 자료로써 여씨춘추, 회남자, 염철론, 춘추번로와 같은 고전 ‘백호통’에 의하면 선량된 자들을 대부라 칭하고 있는데, 작위 형태로 통정대부, 인록대부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오늘날 국회의원을 장대부, 도의원을 중대부, 시·구의원 등을 소대부로 불렀다.
고대 로마에 선량 입후보자들은 순백색 장삼(toga 두루마기 같은 헐렁한 옷)을 입고 출마를 했다. 결백을 주장하며 사심, 속임, 비굴함과 변절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하얀 장삼이 상징적 표현이었다. 그렇듯 선량은 정책공략 이전에 걸친 백의처럼 순백한 인간적 도덕소양을 먼저 인정받아야 했다. 
물력에 요염 되지 않는 결백, 권력에 비굴하지 않는 용기, 사욕에 변절 되지 않는 의지가 인정돼야 했다. 이렇게 선출되면 하얀 장삼 깃에 푸른 끝동을 단다. 푸른 끝동 색은 푸른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는 뜻이고 푸른 빛깔은 어느 빛깔과도 잘 어울리는 색으로 조화가 잘 된다고 해 당시 로마 노예들의 복색과도 잘 어울려 그들에게도 심부름꾼이 된다는 의미였다.
사오년마다 대한민국에서는 ‘거짓말 대회’가 국가적으로 ‘치레문화’로 열린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갈등과 번민으로 한국인은 ‘선택 장애’를 겪어야 한다. 봄날 꽃 치레인양 치르고 싶지 않아도 선거치레에서 반드시 선량을 뽑아야 한다. 선량이 되고자 이전투구 하는 그들 속에서 옥석을 가리기란 차라리 고통이다. 사월은 만물이 다투어 싹을 틔우려고 치열한 경쟁의 시기이다. 이미 만개 꽃들이 짧은 생애로 산화했지만 그 중에 철이 잔뜩 든 꽃은 평화의 열매를 남긴다. 
전염병치레로 혹독한 공포와 불안에 움츠리며 견디는 사람들에게 선거는 선택장애 증세를 유발한다. 그래서 사월은 잔인하다. 이번 사월을 엘리엇의 ‘황무지’에 겹쳐본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기억과 욕망을 뒤섞고/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겨울은 따뜻했었다/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어주고/가냘픈 목숨을 마른 구근으로 먹여 살렸다.’ 시구(詩句) 감상 그 너머에 있는 ‘황무지’를 현실적 감각으로 갈아엎어야 한다.
만물에 새로운 물기가 흐르고 우주섭리는 봄을 앞세워 화려한 꽃들이 피고 지는 사월을 마련했다. 시인들에게 낭만의 대상이었던 사월에 대한 엘리엇의 절규는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이 마모돼 더 이상 진정한 꽃을 피울 수 없게 된 당시 암울한 사회를 우회적으로 ‘황무지’같은 현실이라고 이유 있는 절창을 했지만, 사월은 오월을 위해 여전히 꽃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했다. 온유한 오월을 위해 선택의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 그동안 만연한 거짓말 콘크리트 숲에서 가뜩이나 창궐하는 전염병과 얼마나 싸웠나. 이제 우리는 이유 있는 오월 꽃 치레를 거뜬하게 마중해야 한다.

이병근 시인·문화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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