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육·해·공군이 쳐들어가는 전쟁이 벌어졌다는 자체는 놀라운 일이다. 더욱 놀라운 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경이로운 지지율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갖 참상에도 러시아에선 푸틴 대통령 지지율이 80%를 상승했다. 
지금 러시아에선 ‘전쟁’이라는 단어를 쓸 수 없다. 대신 ‘특수 군사작전’으로 보도한다. 참상을 전하던 몇 안 되는 독립 언론들은 문을 닫거나 해외로 나가야 했다. 하지만 80%라는 숫자를 언론 통제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언론 통제보다 서방과의 대치가 러시아 국민을 결속시켰다”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러시아 국민이 참담한 전쟁을 보고 분노하기를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푸틴의 전쟁’이기도 하지만 ‘러시아의 전쟁’이고, 현재까지는 푸틴의 극단적 일방주의가 최소한 국내 여론의 묵인 속에 진행되고 있다니 더욱 놀랍다.
지지자들의 환호속에 양산 사저로 돌아간 문재인 전 대통령의 퇴임 시점 지지율은 40%를 웃돌았다. 이를 놓고 문 전대통령 측은 국민이 성공한 정권으로 인정해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의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은 강도 높은 혐오도와 동전의 양면이라는 지적이 따른다. 지지율이 높지만 부정 평가의 강도와 질(質) 역시 크게 높다는 얘기다. 철저한 진영 정치, 편 가르기 통치는 그에 상응해 증오도를 상승시켰다. 
그 증오도는 50% 후반대의 압도적 정권교체 여론이 확고하게 유지된 핵심 에너지가 됐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거대 국회 의석을 배경으로 독주에 오히려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강한 러시아’를 위해 침략 전쟁을 불사하고 여론은 이를 지지해 주는 ‘국뽕의 시대’로 치닫고 있는 러시아의 운명이 밝지 않다. 문 전 대통령은 탄핵정국에서 치러진 대선 다음 날인 2017년 5월 10일에 취임해 정확하게 1,826일을 대통령으로 지냈다. 지도자라면 높은 지지율에 도취할 게 아니라 국민을 양극단으로 갈라 놓은 것을 부끄러워하고 후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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