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교외에서 한국 절을 찾다가 길을 물어보려고 외딴 미국인 농가의 초인종을 눌렀다. 문이 열리는데 총구가 먼저 나타났다. 긴 치마를 입은 40대 부인이 장총을 겨누며 손을 들고 뒤로 돌아서게 하고 용건을 물었다. 초등학생들을 향한 무차별 난사 등 미국에서 벌어진 올 들어 250여건이 넘는 총기 사고는 납득할 수 없는 비극이다. ‘미국이 이래도 되는가’라는 공감대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총기 무소유는 도적에게의 초대장이라는 문단속론(論), 가게에서 총을 곁에 두지 않고는 안심이 안 된다는 경찰 불신론(論), 총기 불법화는 정직한 사람만 골탕 먹기에 스스로가 보호해야 한다는 서부정신론(論)이 복합되어 총기난사 사건의 종식화는 요원하다.
 감옥에서 출소하자마자 과거 형사사건을 대리했던 변호사를 찾아가 "건달 동생을 데려와 칼질을 해주겠다. 죽기 싫으면 돈으로 메우라"고 협박해 수임료만큼인 2,000만원을 뜯어낸 60대에 징역 6개월이 선고됐다. 
 이 판결이 있던 날인 6월 9일 대구에서 발생한 변호사 사무실 방화 참사는 전형적인 분노 방화이자 증오 범죄다. 소송에 패소하자 상대편 변호사 사무실에 불을 질러 무고한 6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자신도 죽었다. 부산에서는 과태료 처분에 앙심을 품고 파출소에 라이터와 휘발유 등 인화물질을 들고 찾아간 50대 남성이 체포되기도 했다.
 최근 방화 범죄에서 사회적인 분노 현상의 징후가 곳곳에서 만연하고 있다. 일각에선 유행처럼 모방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국내에선 2020년에만 1,210건의 방화 범죄가 발생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처럼 총기 소지가 허용된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 추정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총기 난사와 맞먹는 방화 범죄 근절책이 시급하다. 끔직한 방화범죄를 단지 개인의 일탈로만 취급해서는 안 된다. 대구 변호사 사무실의 경우 불이 22분 만에 꺼졌는데도 7명이 숨지고 41명이 부상을 입었다. 인화물질만 뿌리면 순식간에 막대한 피해를 낸다. 잊을만 하면 발생하는 미국의 끔찍한 총기 난사나 우리나라 방화 사건은 고질적인 분노 범죄로 실질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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