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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빙하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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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길 주필
  • 승인 2022.08.0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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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남부 글레치와 안데르마트를 잇는 푸어카 고개 부근의 론 빙하(氷河) 일부가 엄청나게 큰 흰색 천으로 덮여 있는 사진이 신문에 실렸다.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폭염이 기승을 부리자 스위스에서 알프스산맥에서 가장 오래된 이 빙하를 지키기 위해 천을 덮었다.


 지난 7월 3일 이탈리아 북부 돌리미티 산맥 최고봉 마르몰라다(해발 3,343m)로 가는 길에 커다란 빙하 아랫부분이 뚝 떨어져 나갔다. 큰 얼음덩어리가 등반객을 덮쳐 6명이 숨지고 15명이 실종됐다.


 유럽에서는 기후변화와 온난화로 대량으로 사라진 빙하가 정치적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빙하가 사라져 국가간 국경선 분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알프스의 빙하가 가장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스위스 알프스 지역 최대 빙하인 ‘모테라치 빙하’ 경계선이 하루 5㎝씩 줄어들면서 60여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고 있다고 한다. 만년설과 얼음층의 두께는  수년새 200m나 얇아졌다. 계곡을 따라 아래로 이어지는 빙하의 끝부분(빙하설·氷河舌)은 무려 3㎞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얀 설원과 투명한 얼음. 빙하는 여름에 크기를 줄였다 겨울에 덩치를 키운다. 확장과 축소를 되풀이한 빙하는 우리 행성에서 가장 민감하고 동적인 자연이다. 쌓인 눈은 여름 햇볕이 반사해 빙하를 보호하고, 또 일부가 자연스럽게 녹았다 다시 얼어붙는 과정을 통해 더 두껍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지난 몇년간 적설량이 눈에 띄게 줄면서 빙하가 여름 햇살에 노출되고, 눈으로 다시 보충되지도 않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속도로 적설량이 줄면 오는 2100년쯤이면 알프스 빙하의 80%가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다.


 2019년 8월, 아이슬란드 ‘오크(Ok)’ 화산에선 총리 등 조문객 100명이 참석, ‘빙하 장례식’이 열렸다. 추모 대상은 약 700년의 삶을 살다 떠난 ‘오크예퀴돌(Okjokull)’ 빙하. 40년 전 화산 분화구 대부분을 덮고 있던 이 빙하는 점차 녹아내려 결국 ‘사망 선고’를 받게 됐다. 빙하 추모비엔 "앞으로 200년 사이 모든 빙하가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혔다. 알프스부터 파타고니아, 남극대륙까지 빙하는 차례로 장례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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