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울산 동구에 위치한 대형마트. 소비자가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판매하는 특가 코너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현장리포트]
울산 소비자물가 14년만에 ‘최고치’
서민체감 생활물가지수 7.8% 급등
치솟은 식재료값에 식당마다 ‘끙끙’
텅빈 재래시장 … 마트 행사장만 붐벼

 매년 이 맘때면 알뜰휴가를 보내기 위해 붐빈다고 알려진 동구 월봉시장. 
 2일 오전 11시께 찾은 이 곳 상가는 후덥지근한 날씨와 상인들의 한숨으로 가득했다. 삼십여분간 시장을 둘러봤지만 물건을 구입한 뒤 이를 들고 다니는 지역민들은 5명 정도에 그쳤다.
 
# 상인도 소비자도 '가격과의 눈치전'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서모(56)씨는 "상추가 한창 많이 팔릴 휴가철인데 도통 팔리질 않는다. 살다 살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며 답답해했다. 
 인근 식육점 주인 이모(66)씨도 "월급은 안 오르고 물가만 오르니 사람들이 고기를 자주 사 먹을 수 있나. 평소 같으면 2~3번 사 갈 것도 1번만 사지"라며 혀를 찼다.
 물가 폭등에 장바구니를 든 시민들의 마음도 편해 보이지 않았다. 
 장을 보던 주부 소모(52)씨는 채소가게 앞에서 가격을 여러번 되물었다.
 그는 "평소에 반찬 다섯가지 정도 준비 했다면 지금은 두가지 정도로만 한다. 아무래도 가지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그마저도 최대한 싼 것들로 하려니 매일 식사 준비가 전쟁같다"고 말했다.
 주부 박모(70)씨는 "안 오른 게 없다. 양은 같은데 값만 오르니 누구 코에 붙이나 싶고 마트를 가도 비싸서 사고 싶은 게 없다. 특히 애들을 잘 먹여야 하는데 먹이는 걸 아껴야하니 너무 힘들다"며 "물가 안정이 되긴 되겠냐"고 멋쩍게 웃음을 지었다.

#"가격 1천원 올렸는데 손님 더 줄어"
 식재료값 급등에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가격과의 눈치싸움 중이다. 
 최근 가격표를 교체한 한 식당 주인은 "물가가 오르면 음식 가격도 올려야 하는데 물가가 2번 오르면 그제서야 겨우 1,000원 정도 올린다"며 "그럼에도 올린 1,000원 때문에 안 그래도 없는 손님이 더 줄었다. 물가 눈치보랴 손님 눈치보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인근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소비자의 장바구니도 가벼워 보였다. 
 그나마 '물가구조 패스', '물가구조 세일'과 같은 문구를 내 건 할인 행사나 1+1행사 등이 진행 중인 곳에서만 인파가 몰렸다.
 특가 코너를 둘러보던 이모(58)씨는 "품질은 떨어지지만 조금이라도 더 싼 것을 사기 위해 이용한다. 아무래도 할인행사나 1+1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라며 "손질이 귀찮더라도 양이 많은 것을 우선으로 담게 된다"고 말했다. 
 
# 7월 물가상승률 6.1%… 금융위기 이후 최고
 이처럼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에 판매자, 소비자 할 것 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외식·농축산물·전세 등 거의 모든 분야의 가격 오름세가 지속된 데다가 유례없는 폭염과 가뭄으로 급등한 식자재 값에 이같은 고충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울산지역 소비자물가는 글로벌 금융 위기때인 2008년 8월(6.3%) 이후 13년 11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남지방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022년 7월 울산시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울산 소비자물가지수는 108.45(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1%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와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8%, 8.1% 상승했다.

이지혜 기자 hyee01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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