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울산시립미술관이 보도자료를 내놨다. 지난달 말로 종료가 예정됐던 정연두 작가의 오감도(烏瞰圖) 전시를 오는 10월 10일까지 연장한다는 내용이었다. 정연두 작가의 '오감도'는 울산근로자와 산업 및 생태 환경 등을 까마귀떼의 시선으로 그려낸 영상 전시물이다. 미술관 측은 연장 전시를 알리며 이 작품이 평론가, 작가 등 호평이 이어지고 울산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전시물인 오감도는 울산시립미술관의 실감영상(immersive video) 체험 전용관(XR랩)의 두 번째 전시 작품이다. 국내 국공립미술관 최초로 개설한 실감영상 체험 전용관에서 색다른 울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여기에 오감도를 제작한 세계적인 매체 예술가(미디어 아티스트) 정연두는 2012년부터 울산의 까마귀떼를 보고 영감을 받아오던 차에 울산시립미술관 개관 소식을 듣고 개관을 기념해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다는 제작배경도 적어두고 있다. 영상 전시물 오감도가 과연 호평만 이어지는 전시물일까. 울산 근로자와 산업 및 생태환경을 까마귀떼 시선으로 그려놓는다는게 울산 현실과 부합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는 상당수 울산사람들은 동의하지 못한다. 미술관의 설명으로는 전시작품 오감도는 까마귀 시선으로 바라본 울산을 이야기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 천재시인 이상의 시(詩) 오감도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는 한 곳에 오래 정주하지 못하고 이동하며 살아가는 현대 도시민의 삶을, 서식지를 찾아 먼 여행을 떠나는 까마귀 떼에 비유해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중얼거리는 이야기로 뭔가를 들려주려는 작품 속 가수 안코드(Aancod)는 일본인 부모를 두고 한국서 성장한 백인 보헤미안이기에 까마귀 떼와 가수 안코드를 통해 울산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설명도 하고 있다. 사각의 벽면과 바닥까지 다섯 개 면에 펼쳐지는 울산의 공간미와 10만마리 넘는 떼까마귀 군무는 분명 볼거리가 맞다. 하지만 그것이 울산의 전부는 아니다. 미술관 설명처럼 울산은 철새처럼 잠시 기착하는 근로자의 쉼터이거나 먹이를 찾아 떠도는 현대판 보헤미안 도시는 아니다. 자유로운 영혼이 웅얼거리는 옹알이같은 문화 코드가 울산의 다양성을 노래하는 듯 보이지만 울산의 젊은 영혼은 보헤미안 외투조차 걸치지 않았다. 한마디로 타자이거나 외부 시선으로 바라보는 울산을 그려놓은 전시가 '오감도'다. 실험적 전시로 울산 전시미술 수준을 한단계 발전시켰다는 평을 받는 울산시립미술관 평판은 의미 있다. 하지만 그 평판이 울산 문화수준과 연결되고 그로 인해 울산이 폄하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외부의 시선,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울산의 왜곡된 시각이 전시물로 나간다면 '굴뚝도시' '공해도시' '부자도시'라는 왜곡된 이미지에 하나를 덧씌우는 것 외는 의미가 없다. 이 모든 것은 사실 울산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울산을 생경하고 낯선도시로 여기는 시선이 아니라 진정 울산의 시각으로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호평을 받고 관객이 몰리는 전시물을 연장 전시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오감도의 연장이 작가 작품성에 또다른 평판을 축적하는 것 말고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인지도 평가의 기준일 수 있다. 그 전시물 공간이 울산이라는 공공성을 가진 울산시립미술관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부분에 방점을 두고 다시 생각해 보는 시선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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