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1)심성보 시인 육필원고



사슴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라 했더냐



아닐 거야 언제나 넌 멀리 보고 살아왔어



슬픈 건 모가지가 짧은 인간 한 치 앞을 못 본다







●…/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 〈사슴〉을 노래한 노천명 시인 시를 풍자적으로 패러디 한 심성보 시인의 시조 《사슴》. 가만 음미해 보면 절로 무릎을 치게 만든다. 촌철로 정곡을 찌르는 이 시조처럼 우리 사회, 아니 내 주위에도 귀와 눈이 뚫리지 않고 뜨이지 않은 위선자가 적잖이 있어 씁쓸하기 그지없다.

처음과 끝이 돈밖에 보이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앉을 자리, 입을 옷이 제 몸에 맞는지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시조시인·아동문학가 심성보(沈成輔·1945년~).아호 동계(童溪). 예명 심사월(沈思月). 경남 함안 출생. 동아대학교 기계공학과(공학박사) 졸업. 《시조문학》 & 《아동문예》로 등단. 시조집 『풋콩』 외 2권. 동시집 『개똥참외』 외 3권. 올해의시조문학작품상, 한밭아동문학상, 디카시조문학상, 전일국제전 국제예술가大賞(수묵화) 수상 외. 시조문학진흥회, 한밭아동문학회, 부산시조시인협회 회원. 현재 부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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