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마지막 수도 사비성. 충남 부여에 있는 못 궁남지에는 국경과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이야기가 흐르고 있다. ‘선화공주님은 남몰래 정을 통하였으니 서동 도련님을 밤에 몰래 안고 간다.’ 궁남지는 선화공주와 서동의 사랑을 노래한 서동요의 배경이 된 곳이다. 서동은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공주가 아름답다는 얘기를 듣고 그를 아내로 맞아들일 계획을 꾸민다. 스님 행색을 한 그는 신라 수도 서라벌(경주)에 가서 발칙한 내용의 ‘서동요’를 퍼뜨린다.
 아이들에게 마를 나눠주면서 서동요를 크게 부르게 했다. 마침내 서라벌 곳곳에서 서동요가 울려 퍼지자 공주가 정숙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궁에서 쫓겨나 귀양 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서동은 선화공주를 만나 결혼에 이른다. 자유분방하면서도 파격적인 서동요는 백제문화 속에서 살아 숨 쉬는 포용성과 다양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서동은 비루한 현실을 극복하고 불굴의 정신으로 상대의 마음을 여는 듬직한 장부의 상징이다. 한편 ‘성공한 짝사랑’의 주인공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순찰 근무 중이던 20대 여성 역무원이 스토커에게 살해당했다. 스토킹의 극단적 형태는 상대에 대한 물리적 폭력이다. 지난해 3월 노원구 세 모녀 살해, 12월 송파구 피해자 어머니 살해 사건 등 스토킹 살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은 스토킹 범죄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스토킹은 상대가 마음을 받아주거나 물리적으로 스토킹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아니면 반복된다. ‘만나 달라’ ‘친구로 지내자’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하는 단계로 변질됐다.
 서동요처럼 애틋한 ‘짝사랑 성공담’도 있다. 하지만 ‘빗나간 짝사랑’은 무서운 스토킹으로 발전한다. 좋다고 따라다니는데 바로 경찰에 신고하기란 쉽지 않다. 가족이나 직장에 피해가 갈까 숨기게 되면 주변에서 도와주기도 어렵다. 이번 사건도 지난해 10월 스토킹 방지법이 시행된 후 발생했다. 눈이 어두워 버린 ‘빗나간 짝사랑’은 법을 아무리 강화해도 멈추게 할 수 없는 것이다. ‘빗나간 짝사랑’은 탁월한 거절의 기술이 발휘될 때 해결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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