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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의 매일통신] 굴욕외교 부추기는 정치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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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영 편집국장·이사
  • 승인 2022.09.2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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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관이 런던 웨스트민스터홀에 안치되자 조문객들이 관을 향해 조의를 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영 편집국장·이사

‘굴욕외교’ ‘외교참사’ 프레임 도움 안돼
현지 교통상황을 고려한 일정변경 팩트
영국상황 모른채 일방주장 소모적 논쟁

 

 지난해 겨울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하자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 이름으로 조의를 표했다. 간단한 조의였다. 앞서 노태우 전 대통령 별세 때는 조의의 격이 이보다 높았다. 중국은 "노태우 선생 서거(逝世·서세)에 깊은 애도를 표시하고, 그의 유족에 진지한 위문을 표한다"며 예를 갖춘 서거(逝世)라는 표현을 썼다. 반면 북한의 수괴 김일성·김정일 사망 때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조전·조문 외교를 통해 최고의 예우를 갖췄다. 권력 서열 1·2·3위인 장쩌민(江澤民), 리펑(李棚), 차오스(喬石)가 연명으로 조전을 발표했다. 공식 직함이 없던 덩샤오핑(鄧小平)도 별도의 조전도 보냈다. 김정일의 사망 때는 권력 서열 1~9위 전원이 빈소 찾아 깍듯한 조문 외교를 펼쳤다. 노태우 전 대통령 사망 당시 문재인 정부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기시다 일본 총리 등 각국 정상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전을 받고도 공개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떠돌자 사흘 뒤에 이 사실을 공개했고 조전이 왔다는 사실을 유족에게도 곧바로 알리지 않은 사실도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편협한 함량을 드러내는 사례다.

 거의 한 세기를 영국 왕실의 상징으로 자리해온 엘리자베스 2세가 영면했다. 500여명의 국빈급 조문 인사가 런던에 운집한 세기의 장례식이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장례식에 직접 참석했다. 문제는 현지의 복잡한 상황으로 런던 도착 당일 조문 일정이 변경된 것이 정치 쟁점이 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이른바 반윤세력 유튜브, 진보 논객을 자처하는 인사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흠집내기에 나섰다. ‘굴욕외교’라는 프레임으로 대통령 뭉개기에 혈안이 된 국면이다. 대부분이 가짜뉴스로 드러났지만 사실여부와 무관하게 온갖설이 동원된 지라시가 허공을 떠돌고 일부 정치꾼들은 달을 보고 짖어대는 개처럼 지라시 한구절을 펼쳐들고 거침없는 삿대질을 하고 있다. 
 여의도발 지라시의 핵심은 "영국으로부터 장례식 초청도 받지 않은 윤 대통령이 일방통행으로 영국을 방문해 조문 의전을 요구하다가 망신을 당했다"는 내용이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런던 도착과 동시에 국왕 찰스3세 주최 환영행사에 참석했고 장례식과 조문 등 대부분의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도착 당일 여왕 시신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 홀에 가서 조의를 표하는 일정이 이튿날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리는 장례식 참석으로 대체한 부분이었다. 이 부분을 '조문 취소'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퍼 나르는 인사들의 속내는 무엇일까. 
 팩트 체크에 들어가 보자. 윤 대통령은 런던 도착 직전, 당일 조문 일정 가운데 한두 개 정도는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언론에 직접 알렸다. 전용기가 런던에 도착한 직후 기내에서 취재진에게 "6·25 참전 기념비 헌화와 (여왕에 대한) 추모, 리셉션 등 세 개의 일정 가운데 런던 교통 상황 때문에 다 할 수 있을지, 두 개만 할 수 있을지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현지 교통상황이 여의찮아 일정이 변경됐다. 초청받지 않은 일방적 방문이라는 지라시는 사실일까. 이 부분도 팩트체크에 들어가 보자. 당일 밤 찰스 3세의 환영 행사에는 영국 총리를 비롯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등이 참석했다. 초정받지 않은 국빈급 지도자의 만찬 참석은 없었다. 역시 지라시의 억지 주장이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인사들의 귀는 한쪽만 열렸다. 자신들이 만든 굴욕외교 프레임에 한쪽 귀를 쫑긋 세운 인사들은 연일 똑같은 가짜뉴스 대본을 들고 앵무새처럼 '굴욕외교'를 반복하고 있다. 도대체 이들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국격을 짓밟아 어떤 이득을 취하겠다는 것인지 배후가 궁금할 뿐이다.  
 이번 조문 외교의 일정변경에 가장 극렬한 반응을 보인 사람들은 민주당과 그 주변인사들이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외교 실패, 외교 참사"라고 목젖을 세웠고 서영교 최고위원은 "홀대"라며 삿대질을 했다. 행사의 귀재로 자처하는 탁현민은 "비행기 시간을 당길 수도 있고 늦출 수도 있다"며 나라면 달랐을 것이라고 어깨를 으쓱댔다. 상황이 이쯤 되자 진중권이 나섰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영국이 어떤 상황이냐면, 각국의 정상들이 다 내 차 이용하겠다니 안 된다, 버스 타고 와라. 그다음에 또 통역을 붙여 달라, 안 된다고 하면서 정신이 없다고 한다. 전 세계 모든 국가 정상들이 다 오니까 그런 상황"이라며 "현지 교통통제로 못 가는 거지, 이런 것까지 다 시비를 걸면 피곤하다. 유치하다. 조선 시대 예송논쟁도 아니고 뭐 하는 것이냐"라고 지적했다.
 외교 참사라는 단어가 연일 나돌다 보니 갑자기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때가 떠오른다. 당시 중국은 문 대통령이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 도착하자 우리의 차관보급에 해당하는 외교부 아주담당 부장조리를 내보내 격에 맞지 않는 외교결례를 저질렀다. 그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은 도착 당일 저녁과 다음 날 아침, 점심 식사를 모두 중국 측 고위 인사의 초청 없이 우리 측 수행원들이나 정부 관계자들과 셀프식사를 했다. 여기에다 중국 공안의 지휘를 받는 경호원들이 한국 기자를 집단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 2018년 체코 방문은 더 기가 막혔다. 난데없이 방문국에 포함된 체코는 대통령이 없었다. 체코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프라하에 도착하기 전 이미 이스라엘로 떠났다. 행사의 귀재인 탁현민은 알 까닭이 없겠지만 당시 외교부는 문 대통령의 체코 방문 이유에 대해 "중간 급유와 양자 외교 성과를 고려했다"고 이야기 하다 체코 대통령 부재가 들통나자 얼버무렸다. 많은 국민들은 잊었을지 모르지만 그 당시 김정숙 여사가 프라하성을 구경하다 일행을 놓치는 바람에 급히 뛰어와서 문 대통령의 팔짱 낀 장면이 화제가 됐다. 여행자처럼 들떠 있던 여사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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