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준 울산 남부署 신정지구대 경장

 
 
 8월의 어느 날. 야간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집에 다다를 무렵 차량 신호등의 신호가 적색으로 바뀌었고 필자를 포함한 차도의 모든 차량들은 멈춰 섰다. 몇 분 뒤 차량 신호등의 신호가 청색으로 바뀌었지만, 차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상황을 파악해 보니 앞차들 사이로 할머니 한 분이 횡단보도를 지나는 모습이 보였다. 보행자 신호등의 색깔은 바뀌었지만, 할머니의 걸음이 느려 운전자들은 할머니를 배려해 기다려주고 있었다.

 필자는 이 장면이 무척 인상 깊게 다가왔다. 바쁘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기다림은 자신들에게 손해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운전자들은  그 흔한 경적 한번 없이 차분히 기다려주었다. 할머니는 운전자들의 배려 덕분에 당황하지 않고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작지만 소중한 배려가 매번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교통사고 사망자 4,185명 가운데 보행자 사망자는 40%인 1,675명이었고, 이 중 노인 보행 사망자가 906명으로 54%, 한국교통연구원 통계에선 우리나라 노인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2명으로 14세 어린이(0.6명)와 15~64세 청·장년(5.5명)보다 월등히 높다. 이는 노인 사망자의 절반 이상은 '보행 중' 사고를 당한 것을 의미한다.

 또한, 울산남부경찰서 노인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80건 중 사망자 5명, 2021년 179건 중 사망자 5명으로 노인 횡단보도 사고 대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울산남부경찰서에선 2개월간 횡단보도·교차로 주변 가시적 안전 활동 추진 및 운전자 법규 준수를 유도해 보행자 안전을 집중 관리 했다. 또한 고령자 안전교육(4월~연중), 화물차·이륜차 등 교통안전 교육시 개정 법령 교육을 병행하며 보행자 보호 의식 제고에 힘쓰고 있다. 

 일상 회복에 따라교통량과 인구 이동량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 그것은 보행자의 안전사고 위험도도 올라가고 있음을 뜻한다. 이 가운데 우리 모두의 배려 속에 보호해야 하는 고령 보행자가 있다. 보행자 중심의 교통 문화 정착이라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 안에서 모두에게 횡단보도에서의 시간이 똑같이 흐르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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