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전 울산대 교수

이건희 회장, 반대 불구 반도체 사업 인수 
지도자, 시대·변화 통찰 안목지닌 선각자
금리·환율급등 등 경제위기빠진 우리나라
통찰·선견력 갖춘 시대 맞춤 새 리더 기대 

 

 현대는 기술 변화의 속도가 아날로그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디지털 시대다.
 인터넷이 이끈 3차 산업혁명을 뛰어넘어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및 로봇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도자는 위기와 변화를 빠르게 읽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발맞춰 올바른 판단과 대처 능력으로 재빨리 변신하는 결단력과 추진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미래를 향한 진보의 과정인 변혁의 시대엔 지도자의 리더십 덕목은 남보다 먼저 기회를 포착해 활용하는 지혜라 할 것이다.
 '현대는 경제가 결정되는 시대다'라고 갈파한 일본 지식인의 지적처럼 한국 반도체 산업을 세계 최정상의 반도체 강국으로 올려 논 이건희 삼성 회장은 시대의 변화를 통찰하는 안목을 지닌 선각자였다.
 이건희 회장의 선친(先親)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가 일본의 반도체 전문가와 주위 참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983년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낙점한 반도체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해 한국 첨단산업의 대들보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호암 이병철 회장의 삼성 반도체 사업 진출은 "반도체는 삼성의 꿈이며 한국의 꿈"이란 사업보국(社業報國) 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호암의 사업보국 경영철학을 이은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올인하게 된 동기는 73년 오일 쇼크에 충격을 받아 부가가치가 높은 하이테크 산업인 반도체 사업을 선친 이병철 회장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집중했다. 
 선대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 산업은 두뇌 집약산업으로,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 실정에 매우 적합하다고 예견한 혜안이 한국을 반도체 강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건희 회장은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넘어가는, 즉 아날로그 사회에서 디지털 사회로 변화하는 시대변화를 먼저 읽고, 삼성의 핵심사업을 반도체로 탈바꿈하는 결단을 보였다.
 삼성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면에서 세계 IT(정보기술) 산업의 패권을 잡는 계기를 만든 것은 조금씩 다가오는 변화의 물결을 이회장이 남보다 먼저 감득(感得)한 리더의 통찰력으로 막대한 선행 투자로 최적의 투자 시기를 결정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지도자인 리더의 기준으로 알아야 하고(知), 행동해야 하며(行), 시킬 줄 알아야 하고(用), 가르칠 수 있어야 하며(訓), 사람과 일을 평가할 줄 아는 것(評) 등 다섯 가지를 자신의 리더십 덕목으로 세웠다. 
 한마디로 리더는 책상에서 보고만 받지 말고, 현장 곳곳을 찾아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비전과 판단에 따라 행동으로 옮기는 솔선수범의 결단성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도자인 리더의 결단성을 잘 묘사한 시바 료타로의 장편소설  ‘언덕 위의 구름’에서 일본 연합함대 사령관인 도고 히라하치로가 갈등 끝에 내린 결단의 리더십은 리더가 갖춰야 할 하나의 덕목이다.
 지금과 같은 혼돈의 정보화 시대에 리더가 판단해 행동으로 옮기는 과감하고 신속한 결정력을 높이는 본보기가 도고라고 여겨진다.
 러일전쟁에서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크 항을 출발한 발틱함대가 태평양을 돌아 소우야 해협을 통과할 것인지 아니면 쓰시마 해협을 통과해 일본을 공격할지를 판단해 결정하는 것이 러일전쟁의 중요한 승패의 요인이 됐다. 
 도고는 발틱함대가 쓰시마 해협을 통해서 일본 본토를 공격할 것으로 판단하고 쓰시마 해협에서 섬멸했다.
 도고가 결정하고 행동에 옮기는 결단력에서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 본질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오일 쇼크 여파로 예측보다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이란 궤도 수정이 필요한 혼돈의 시기에서, 이건희 회장이 파산에 직면한 ‘한국 반도체’를 경영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재를 털어 인수하는 결단과 행동의 리더십에 주목하게 된다. 
 이건희 회장은 스마트폰 및 컴퓨터와 같은 전자 제품, 자동차와 항공산업 등은 핵심 부품인 반도체 없이는 기술 혁신이 불가능 할 것이란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에 대응하는 직관(直觀)과 미래를 바라보는 통찰력을 가진 리더였다.
 반도체가 공급이 안되면 자동차 생산라인이 정지되는 국제적인 현실에서 자동차를 전자 제품이라고 정의를 내린 이건희 회장의 선견지명(先見之明)에는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이회장은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해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고 조직에 전파할 수 있는 경륜, 즉 스스로 변화를 일으키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 경영자가 21세기형 경영자라고 말했다.
 이어령 교수는 이건희 회장을 침묵 속에서 무엇인가를 창조해가는 호모 픽토르(homo pictor; 창조적 인간)라고 평했다.
 이어령 교수가 본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 본체는 깊게 생각하면서 듣고, 미래 변화에 대한 통찰력과 직관으로 가치를 창조하는 결단력이었다.
 원자재 가격, 금리, 환율 급등으로 복합 위기에 빠지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를 구해 주는 리더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난기류에 휩쓸려 방향을 잃고 헤매는 기러기 떼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향도(嚮導) 기러기와 같은 깊은 통찰력과 선견력을 갖춘 리더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김대식  전 울산대 교수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