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삼열 동국대(경주캠)불교문화대학원 교수

이상 징후 감지 동물의 직감적 예지력
생기가득 장소 찾는 생존 본능도 탁월
그 중 새끼 낳은 장소 ‘풍수명당’ 확실

  독일 막스플랑크 조류학 연구소 소장 마틴 비켈스키는 이탈리아 에트나 화산에 서식하는 염소들에 센서를 붙이고 관찰했다. 그가 발견한 것은 염소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화산 폭발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미국 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휘파람새에게 토네이도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데이비드 앤더슨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 생태학과 교수는 토네이도가 오기 전 피신하는 휘파람새의 행동양식을 과학 학술지 커런트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의 최신호에 발표했다. 앤더슨 교수는 "(휘파람새는) 지난 4월 폭풍우가 미국 중남부에 위치한 테네시 주를 강타할 때도 피신했다"며 "플로리다와 쿠바까지 날아갔다가 폭풍우가 지나가자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코끼리, 거위, 두꺼비, 뱀 등이 자연 재앙을 예지하고 경고했다는 예화가 넘쳐난다. 2009년 이탈리아 아브루치 지방 주민들은 한창 산란기를 맞은 두꺼비들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현상을 목격했다. 며칠 뒤 지진이 발생해 아킬라 시에서만 사망자가 300명이 넘었다. 10여년 전, 동남아시아에서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코끼리, 물소, 닭들이 쓰나미가 몰려올 해변을 피해 내륙으로 도망쳤다.
 꿩의 직감적 예지력은 대단한 것 같다. 지하 땅속의 미세한 진동까지 감지해 이상 징후가 보이면 날개 짓과 울음소리로 지진까지 예고해 준다고 한다. 산에 올라보면 꿩들이 땅을 파고 배를 비비며 놀던 자리나 털을 뽑아 보금자리를 만들어 알을 낳은 장소는 대부분 풍수적 길지다. 이것은 알이 부화되고 새끼가 성장하려면 땅속 수맥파와 습기서린 찬 기운이 없는 양지 바른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꿩이 풍수에 밝아서가 아니라 본능적으로 생기 가득한 장소를 정확히 찾아내는 듯하다. 꿩에 얽힌 명당 이야기는 구전으로 많이 전해져 내려온다. 한 여인이 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꿩 한마리가    날아들었다. 여인은 깜짝 놀라 쳐다보니 꿩이 눈물을 흘리며 "제발 저를 좀 숨겨 주세요" 하면서 하소연하자 이를 불쌍하게 여겨 얼른 치마 속에 감추어 줬다. 잠시 후 활을 든 사냥꾼이 나타나 여인에게 물어봤다. "이쪽으로 꿩이 한 마리 날아갔는데 혹시 보지 못했소?" 하고 묻자 "꿩은 본래 사람을 싫어하는 짐승인데 내가 어찌 알겠습니까" 하니 사냥꾼은 그냥 지나갔다. 꿩은 그 여인의 치마를 부리로 물어 잡아당기더니 산 중턱에 이르러서는 발로 땅을 파헤치며 울어 댔다. 신기하다고 생각한 여인은 죽은 남편을 그곳에 장사지냈는데 그 후로 집안에선 높은 벼슬이 줄줄이 나왔다고 한다. 이런 구전이야말로 과장해 흥미로 꾸며진 얘기꺼리겠지만 실제 꿩들이 따뜻하고 생기가득한 장소를 잘 찾아낸다는 것을 알려주기엔 충분하다. 꿩 뿐만 아니라 산 속을 가다가 산 짐승이 새끼를 낳은 장소를 발견하거나 새들의 분비물이 집중적으로 떨어져있는 곳도 예사로운 자리가 아니다. 동물들은 인간이 감지해내지 못하는 어떤 기운을 동물적 감각으로 찾아낸다고 한다. 몇 달 전 경북 영천의 모처로 간산(看山: 풍수에서는 명당을 찾으러 산에 오르는 것을 간산이라고 함)을 갔는데 짐승이 새끼를 낳은 장소를 발견했다. 그곳은 넓게 보아 영천의 주산인 보현산(普賢山)에서 뻗어 내린 산자락이 고현천(古縣川)을 만나며 행룡을 멈추고 생기를 응결시킨 곳이다. 혈장에서의 물은 왼쪽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빠지고 내룡은 우선으로 돌아가 자연의 순환 원리에도 합당했다. 산 정상으로 올라가 아래쪽으로 혈을 찾아 내려오는 도중 괜찮은 혈장이 하나 보였는데 그 지점이 바로 새끼를 낳은 장소였다. 그곳에서 패철을 사용해 내룡(來龍)과 득수(물을 얻는 곳)와 파구(물이 마지막으로 나가는 곳)를 측정해보니 이기론 수법에서 대길하다는 자왕향(自旺向)의 혈지로 후손들에게 빠른 발복을 예약하는 조빈석부(朝貧夕富)의 자리이다. 또 주위를 살펴보니 나름대로 사신사도 잘 갖춰져 있고 당판의 토질도 단단했으며 몇 가지 혈증(穴證)까지 갖춘 자리였다. 옛날부터 꿩이 알을 낳거나 짐승이 새끼를 낳은 장소가 명당이라 했는데 그것을 이기론 풍수로 증명한 셈이다.

양삼열 동국대(경주캠)불교문화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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