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22 울산포럼 <2>청년유출 어떻게 막나

사회= 마강래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패널= 김종훈 울산시 시의회 의원
지승영 SK이노베이션 인재개발담당
유동우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서민호 국토연구원 도시연구본부 연구위원

청년 선호기업과 울산 일자리 사이 ‘괴리’
생산직 많지만 MZ세대 원하는 산업 부족
대학수·직업 다양성·정주여건 개선 필요
유출 방어보다 유입 늘리는 관점 생각도

울산 청년 유출 대응과 이해관계자의 역할을 묻는 세션에서 패널들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산업과 기업의 형태 변화, 그리고 울산지역 일자리와의 차이가 청년인재의 유출 원인임을 주저하지 않고 꼽았다.

이를 풀어나갈 방안으로는 청년 이탈에 대한 기존의 사고 자체를 바꾸고 '칸막이'를 치지 않는 방법으로 울산의 강점을 부각시키고 질적 편의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울산의 청년 유출이 심각하다. 상황이 어떤가

김종훈=최근 5년간 울산의 청년 인구 평균 감소율은 3.5%로 부산(2.4%), 경남(2.6%)보다 높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7월 한달 동안 울산 지역 전입자는 1만 1,000여 명, 전출자는 1만 3,000여 명으로 약 2,000명이 다른 시도로 순유출이 됐다. 아파트 한 동이 평균 100세대라고 보고 1세대에 4명이 거주한다고 가정을 하면 아파트 5개동의 인구가 매달 울산을 빠져나간 것이다. 이는 '청년층'이 지역을 떠났기 때문이다.

울산 청년들은 여러 이유로 수도권이나 인근 대도시인 부산이나 대구로 떠났다. 이는 울산만의 문제라기 보다는 비수도권 전체의 문제다.

△왜 청년들이 떠나나

지승영=구직자들의 선호기업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 요즘 세대들은 ICT분야를 선호하는데 대기업에 대한 선호 역시 과거와 사뭇 다르다.

미래 변화를 이끌어간다는 미래지향적이며 트렌디하다는 이미지, 자유로운 분위기와 문화가 청년들을 끌어당긴 건데, 울산의 주요 일자리인 중공업, 석유화학기업 등은 최근 친환경, 그린에너지 등으로 발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에도, 미래 선도보다는 과거의 성장을 이끌었던 산업, 소위 '라떼는'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을 것 같은 이미지가 있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산업과 기업의 형태의 변화, 그리고 울산지역 주요 일자리와의 차이도 청년인재 유출의 원인이라고 본다.

김종훈=대학 수의 절대부족에서 원인을 꼽을수 있다. 울산지역 5개 대학의 정원은 모두 합쳐도 6,000명 정도다. 그런데 2021년 기준 울산 고3 학생 수는 약 1만 400여 명이다.

일자리의 다양성도 부족하다. 울산은 양질의 일자리에서는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지금 세대들이 원하는 4차산업, 문화콘텐츠 산업, 서비스 산업에 대한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았고 대학들도 이공계열 중심이고 인문, 사회, 예술 계열은 다른 지역 대학에 비해 그 수가 현저히 적다.

정주여건도 문제다. 결혼을 앞둔 젊은 부부들이 울산의 높은 집값으로 인해 인근의 일광, 정관, 웅상, 양산 신도시로 이탈하는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 직장을 가지고 결혼을 했을 때 입주할 울산의 도심지 임대아파트 공급이 너무 이루어 지지 않았다고 본다.

유동우=서울이라는 곳을 경험하지 못한 청년은 서울 집중이 당연하다. 청년들은 결국 본인의 삶의 질과 행복을 위해 합리적 선택을 하는 거다.

울산은 고임금 생산직 일자리가 많다는 것에는 매력적이지만, 그 점을 빼면 수도권에 비해 위치적 장점이 없다. 수도권에 살아보지 못한 청년들의 경우 수도권에 대한 동경이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서민호=라이프 스타일과 가치관을 이해해야 한다. MZ세대들은 핫플레이스에서 교류하거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공유하는 것, 즉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있거나 관심이 같은 그룹에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하다. 직업보다는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가'라는 라이프 그 자체에 대한 큰 의미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 덜 벌더라도 내가 좋아하고 재미있는 일을 하고, 저녁이나 휴일에는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다양한 문화나 교류활동을 하며, 공간은 좀 비좁아도 독특한 건축·도시공간이 많아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제공되는 그런 도시를 원하고 있다.

결국 직/주/락의 결합과 융복합을 통해 지역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승영=과거에는 '일자리'가 제공되면 인재 유치가 가능하다고 봤다. 본원적 사업활동인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좋은 성과를 내서 보상을 높여주면 당연히 지역에 머무를 것이라고 생각에서다. 기업이나 정부도 '일의 터전'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이제는 단순히 생활의 편의성을 넘어 커뮤니티, 교육, 문화가, 그들이 좋아하는 '힙'한 방식으로 함께 제공될 때 '머물고 싶은 곳', '생활하고 싶은 곳'이 된다.

서민호= '벼락거지'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이 무렵 상대적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 부동산들의 가치가 급속하게 상승했다.

사회초년생으로 혹은 이제 결혼해서 내 집 마련의 꿈을 갖고있는 MZ세대들은 이러다가 나만 '벼락거지'되는거 아닌가라는 일종의 고립공포감, 즉 FOMO(Fear Of Missing Out)에 시달렸을 거다. 그 대응으로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됐고, 바로 옆 친구가 가니 나도 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같다.

△청년이탈 막기 위한 노력은

유동우=지역균형 발전과 청년이탈에 대한 기존의 사고 자체를 바꿔야 할 필요성을 항상 느낀다. 지원금을 주고 이를 받았으니 청년에게 지역에 정착하라는 방식은 실패해왔지만 반복하고 있는 조치다.

지역에서 지원을 받고 서울로 떠나는 청년에게도 지원해주고, 인큐베이팅에 집중하는 공격적 전술을 펼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인큐베이팅 받은 청년이 떠나는 것을 아까워 하지 말고 자유도가 높은 지역에서의 인큐베이팅을 강점으로 바꾸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

김종훈=국공립 대학과 정부에서 운영중인 코딩전문기관인 이노베이션아카데미 같은 전문교육기관의 유치를 통해 외부의 청년들을 울산으로 유입시키는 정책을 실현해야 된다.

기존 산업의 고도화 및 신산업 육성이 이루어 져야 하고 광역철도망을 따라 망양역, 남창역, 덕하역 등에 신도시 개발하는 등 정주여건을 향상시켜야 한다. 청년들이 즐길 수 있는 인프라도 형성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청년이탈을 줄일 수 있는 프로젝트는 있나

유동우=좋은 사업이고, 추진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정주여건은 결국은 교육이다. 지역에서 만족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도 아이들의 학교 문제가 중요해지는 시기에는 교육여건이 좋은 서울이나 사교육이 우수한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을 고려하게 된다. 대학입시에 유리한 사교육지구 조성이나, 국제학교와 같은 시설과 연계되지 않는다면 결국 효과는 일시적일거라고 본다.

유동우=수도권과 지역이라는 행정적 이분법이 청년에게도 적용된다면,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다. 청년이 어디에 살 것인지를 행정으로 통제한다는 것은 구시대적인 생각이며, 지금까지 계속 실패해온 방식이다.

지역 예산을 받은 청년이 지역에 머물러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행정의 시각에서는 맞지만, 청년의 미래에 행정적 칸막이를 치는 행위와 같다. 칸막이를 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서민호=미국 FRB도 자이언트스텝이다 빅스텝이다 하면서 전에 없는 수준으로 시장에 강한 충격을 줘서 고통이 있더라도 심리와 시장 안정을 꾀하고 있다. 지방위기의 대응도 같다고 본다. 시니어나 장년 세대가 조금 더 희생을 하더라도, 미래 세대들에 지방도 충분히 정주하기에 좋은 공간이고 수도권과 격차도 줄여볼게라는 특단의 대책이 체감될 수 있는 수준으로 추진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울산의 주거와 인프라가 수도권에 비해 부족할지는 몰라도, 울산만큼 우리에게 현재나 미래에 있어 큰 혜택을 줄 수 있는 곳이 없을 것 같다는 심리적 안정감과 질적 편의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지승영=청년유출을 고민하는 이유가 지역의 지속가능성 때문인 만큼, 청년유출을 막는 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청년 유입을 늘리는 관점에서 이해관계자 모두의 고민이 더 필요하다.

울산청년을 토착민으로 만들자는 것이 아닌 이상, 새로운 일자리와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타 지역의 청년들을 유인해 '울산청년'이 되도록 하고 그들이 함께 만드는 역동성으로 유출된 인재가 다시 유입되도록 하는, 정적인 개념의 지역이 아니라, 청년인재가 지속적으로 창출되는 동적인 개념의 지역 'Talent Eco System'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리=고은

최근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2022 울산포럼에서 참가자들이 토론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지승영 SK이노베이션 인재개발담당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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