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한 농협중앙회 울산지역본부장

‘기후위기는 곧 식량위기’ 생명 직결 문제
위기상황대처 안전먹거리 공급체계 구축
이제라도 청년후계농육성 등 농업키워야

 

 

 2050년 우리는 어디에 살고 있을까?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2017년 노르웨이의 천체우주과학축제 스타무스 페스티벌에서 "인간은 더 이상 지구에 살 수 없다. 30년 안에 지구를 떠나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지구에서 사람이 살기 어려울 수 있으니 화성이나 달에 식민지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발언 당시만해도'설마'했던 것이 이젠'그럴 수도 있겠다'싶은 것은 비단 나만이 아닐 것이다. 어렴풋이, 막연히 알고 있었던 기후위기를 체감하고 그에 따른 이상 징후들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지구촌은 알 수 없는 열병으로 고열에 시달리며 새벽 내내 엄마의 가슴을 애태우는 유아처럼 뜨거웠다. 
 미국은 역대급 폭염으로 50개 주 중 28개 주에서 폭염주의보가 발령됐고 산불로 여의도 면적의 25배에 달하는 산림이 소실됐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산불을 진압하지 못해 쩔쩔매는 사이 며칠째 타들어가는 캘리포니아 숲은 참으로 안쓰러웠다. 지구 온난화로 숲이 건조해져 산불발생이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 산불로 이산화탄소를 줄여주고 산소를 공급하는 숲이 사라지면서 지구의 온도가 또 다시 높아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모양새다. 기온이 40도에 이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던 영국은 사상 처음으로 최고기온 40도를 기록하며 온열환자가 속출했다.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작용한 듯 다른 한편에서는 100년만의 최대 폭우라며 홍수로 집들이 통째로 떠내려갔다. 
 이러한 재해들이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더 강해진 모습으로 일어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기후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평균기온이 올라가며 농산물의 주산지가 빠르게 북상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의 한라봉은 드디어 남해안에 상륙했으며 사과는 조만간 경북에서 강원도로 주산지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년 전만 해도 낮은 기온으로 사과 재배가 불가능했던 강원도 일부지역의 연평균 기온이 사과의 최적 생육온도(8~11도)인 10.4도까지 오른 것이다. 경작지 통계에 따르면 강원도 산간지역의 사과재배는 급증한 반면, 전통 주산지인 경상도 지역은 서서히 감소하고 있다. 이대로면 휴전선까지 올라온 사과밭이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거의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논의는 각국의 이해관계에 맞물려 의미 있는 조치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기후 위기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넋 놓고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기후위기는 필연적으로 해수면의 상승을 불러온다. 해수면 상승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육지의 면적을 줄이고 이에 따라 인구밀도는 높아지고 먹거리를 제공하는 농지의 면적도 줄면서 전 세계의 식량 생산량이 크게 감소할 것이다. 우리는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전쟁발 곡물 위기, 그리고 이에 대처하는 각국의 대응 방식을 경험했다. 글로벌 곡물 수출국들마저도 발 빠르게 자국 곡물의 수출을 선제적으로 금지시켰다. 식량 자급률 45%, 곡물 자급률 20% 수준으로 OECD 가입국 중 최하위에 속하는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자명해지는 장면이다. 
 기후위기는 곧 식량위기이며 식량위기는 국가안보 및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이제는 우리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농업·농촌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어떠한 위기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안전한 먹거리 공급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농업이 될 수 있도록 청년후계농을 육성하고 더 이상 지구에 탄소를 공급하지 않는 농업으로의 변화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더 나아가 농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여기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농업도 반도체와 전기 배터리 못지않은 미래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농업 또는 농업관련 첨단기술분야를 글로벌 1위 산업으로 키우면 위기상황에서는 우리의 생명을 담보할 수 있으니 든든하다. 
 농업이라는 생명산업은 키워내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리는, 지속적이며 꾸준한 지원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한 분야이다. 이제라도 우리는 일미칠근(쌀 한톨에 7근의 땀이 배어있다)의 자세로 우리의 농업을 키워내야 하겠다. 2050년, 「지구인이든 화성인이든 먹어야 살 수 있다」는 이 단순한 진리로 우리의 미래를 대비해보자.

 

이정한 농협중앙회 울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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