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석 울산박물관장

울산박물관 특별전시 ‘고려 바다의 비밀’
800년전 해상유물 교류흔적 확인 ‘눈길’
시공간 초월 찬란한 해양역사 특별 재미

  지금 울산박물관에서는 '고려 바다의 비밀-800년 전 해상교류의 흔적-’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2022년 울산박물관이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지난 9월 6일 시작돼, 오는 12월 11일까지 개최된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산하 목포해양유물전시관·태안해양유물전시관 소장유물과 국립중앙박물관·국립광주박물관 등에서 유물을 차용해 전시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먼저 1976년 전남 신안군 증도면 바다에서 발굴된 원나라 선박 신안선에서 출토된 중국 청자들과 목간·후추·자단목·상품 포장 상자 등을 만날 수 있다. 신안선은 1323년(충숙왕 10) 중국 칭위엔(닝보)을 출발해 일본 하카타항으로 가던 중 침몰했는데, 목간을 통해 보면 상품들의 최종 목적지는 교토였다. 
 군산 십이동파도선(12세기 침몰), 태안선(1131년(인종 9) 침몰), 태안군 근흥면 마도 근처에서 발굴된 마도1호선(1208년(희종 4) 침몰 추정), 마도2호선(1213년(강종 2) 이전 침몰), 마도3호선(1265~8년(원종 6~9) 운항, 침몰), 마도4호선(조선 초기 침몰), 진도 명량해역 등에서 출토된 청자들과 화물표인 목간·죽간, 도기 항아리, 젓갈 등을 관람할 수 있다. 그리고 울산 울주군 온산읍 당월리 앞바다 연자도 유적에서 출토된 고려청자들도 볼 수 있다. 연자도 유적 출토 청자들은 대부분 전남 강진에서 운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선사시대 이래 해양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울산과 교류의 흔적이 남아있는 서남해가 고려시대 유물을 통해 하나로 연결될 수 있었다.
 전시실에 수중정원을 꾸며 수중출토 고려청자들을 전시했다. 이 가운데 마도2호선에서 출토된 청자상감매병과 청자연꽃무늬매병은 각각 참기름과 꿀이 담겨 있던 매병이다. 각각 달려있던 화물표를 통해 그 내용물과 수신자를 알 수 있었다. 태안선 출토 청자두꺼비모양벼루와 청자사자모양뚜껑향로도 관심을 끈다. 이렇게 보물로 지정된 청자를 비롯해 울산에서 수준 높은 청자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된 것은 처음이라 생각된다. 선상 생활을 보여주는 솥과 수저·그릇·도기 항아리·돌판, 주사위·장기판·참빗 등도 전시돼 있다. 전시 영상도 6편 상영되고 있다.
 울산박물관은 수중출토 유물을 통해 울산의 해양 전통도 재인식하고, 바다와 함께 해왔던 역사를 다시 부각하고자 이 전시를 개최했다. 울산 시민뿐만 아니라, 10월 울산에서 개최되는 제103회 전국체육대회와 제42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11월 세계한상대회에 울산을 찾는 분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자 기획했다.
 전시기간 중에는 전시 이해를 위해 특별기획전과 연계한 여러 종류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수중정원에서 만나는 고려청자'란 주제로 '우리 가족 행복한 토요일' 가족프로그램을 비롯해, 관련 영화 상영행사, '고려시대 꿀잠을 책임진 청자베개' 체험학습, '전시기획자(큐레이터)와의 대화' 등을 개최하고 있다. 성인 전시해설봉사자(도슨트)를 상시 운영해 전시해설을 제공하고 있으며, 청소년 도슨트도 선발해 매주 토·일요일 전시실에서 봉사하고 있다. 울산박물관 대학 제22기 과정도 '해상교류로 살펴보는 역사 문화'를 주제로 강의를 구성했다.
 한편, 전시 개막식은 태풍 '힌남노'로 인해 개최되지 못했는데, 전시를 홍보하고 시민과 공감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10월 6일(목) 2시에 '하나로 이어진 고려시대 울산 바다'를 주제로 '열린 역사문화 강좌'를 개최한다. 행사는 축하공연과 시낭송, 박물관장의 전시해설 등으로 꾸며진다.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많이 찾아주시기 바란다. 
 바다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과거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많은 이야기를 담은 채 우리 곁에 있다. 이번 가을에는 '고려 바다의 비밀' 전시 관람과 체험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고려시대로 여행하며 유익한 시간 보내시기 바란다.

 

신형석 울산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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