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울산방문의 해’ 특별기획 - 울산이 부른다! GO! GO!
3. 동구 대왕암공원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 봄꽃 활짝
대왕암공원에 먼저 찾아 든 봄

일제때 등간으로 설치된 옛 울기등대
1987년 가동 중단 ‘문화유산’ 지정

문무왕 왕비 전설 간직한 대왕암
철재다리 건너면 드넓은 동해바다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울산의 옛 이야기가 가득한 최고의 힐링장소다. 사진은 드론으로 촬영한 대왕암공원 울기등대와 대왕암 모습. 드론사진=울산매일 영상동호회

울산의 명소 중 ‘관광도시 울산'을 가장 잘 담아내는 곳은 어딜까? 아마도 동구 대왕암공원이 첫 손에 꼽힐 것이다. 동해의 바람과 파도가 만들어 낸 해안의 기암절벽들과 사시사철 푸른 기상을 뽐내는 소나무 숲이 있는 대왕암공원은 공단이 즐비한 울산에서 흔치않은 최고의 자연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해안길 곳곳엔 이야기도 넘쳐난다. ‘울산이 부른다! GO! GO!’ 세번째 탐방지는 울산 동구 대왕암 공원이다.     편집자 주

KTX와 고속도로를 이용해 울산을 방문하는 이들이 ‘대왕암공원’ 에 가려면 울산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울산대교를 건너야 한다. 울산대교는 올 초 개봉해 780만 관객을 불러 모은 영화 ‘공조’의 촬영지다. 세계에서 4번째로 긴 단경간 현수교인 울산대교는 달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경이로운 체험이다.

남구 쪽에서 울산대교를 진입하면 포구 건너편이 동구다. 조선소에서 건조중인 수많은 배들이 보인다. 남쪽으론 석유화학공단이, 북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현대자동차 선적부두다. ‘산업도시’의 역동성이 전율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등대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옛 울기등대 모습.

◆울기등대, 대왕암 등 볼거리 가득

하지만 거기까지다. 울산대교를 지나 동구 도심을 5분여만 달리면 지금껏 상상했던 산업도시 울산의 이미지와 다른 낯선 곳을 만난다.

대왕암공원엔 지금 봄이 한창 물이 올랐다. 백년 넘은 소나무 사이로 난 진입로엔 노란색 개나리가 울타리를 만들었다. 겨울철 피었던 동백은 떨어져 붉은 융단이 되었다. 

바람이 실어오는 갯내음이 진해지면 등대 두기를 만난다. 낮은 등대가 ‘옛 울기등대’다. 일본이 1905년 이곳에 등간(燈干)을 설치하면서 울산의 끝이라는 뜻을 그대로 옮겨 이름 붙인 것이다.

주변의 소나무가 자라면서 해상에서 등탑이 보이지 않자 이 등대는 지난 1987년 불이 꺼졌다. 대신 앞쪽에 키 큰 촛대 모양의 새로운 등대가 세워졌다.

대왕암으로 가는 길에 놓인 철재 다리.

구 등탑은 등록문화재 106호로 등재돼 있으며, 2007년에는 아름다운 등대 16선과 등대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현재 대왕암공원 앞바다를 밝히는 것은 신 등탑 불빛이다. 10초에 한 번씩 바다를 비추는 백색등과 해무가 짙은 날 무산(霧散)소리로 선박들의 길잡이가 되고 있다. 

등대에서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 대왕암이다. 대왕암엔 통일신라의 전설이 숨어있다. 삼국을 통일한 문무왕은 죽어서도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며 경주 양남의 수증릉에 잠든다. 문무왕의 왕비도 죽어서 해룡이 되어 울산 바닷가의 큰 바위(댕바위) 밑으로 숨어든다.

그 바위가 바로 대왕암이다. 대왕암으로 가는 길엔 철재 다리가 놓여 꼭대기까지 갈수 있다. 대왕암 정상의 전망대에 서면 울산의 동쪽 땅 끝임을 실감할 수 있다. 짙푸른 동해 바다가 금방이라도 품에 안길 듯 하다.
 

대왕암 해안길 따라 조성된 ‘캠핑장’
오토캠핑·카라반 등 전국 최고 시설

파도에 비파소리 나는 곰보섬 ‘슬도’
소리체험관서 ‘동구 소리9경’ 체험

전국 최고 풍광과 시설을 자랑하는 대왕암 오토캠핑장.

◆전국 최고의 오토캠핑장

대왕암에서 나와 해안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최근에 조성된 캠핑장이 있다. 울산 동구청이 직접 운영한다. 오토캠핑 36면, 카라반 17면으로 총 53면 공간이 마련돼 있다. 카라반을 빌리는데 드는 비용은 주중 11만원, 주말 15만원 선이다.

텐트를 치는 곳은 2만원이면 된다. 카라반은 두 종류. 원목 외장재를 덧 씌운 곳은 가족단위의 캠핑족이 이용하기 알맞다. 특급호텔 부럽지 않은 부부 침실과 아이들을 위한 다락방도 있다.

일반 카라반에도 2층 침대가 갖춰져 있어 가족과 친구들이 하룻밤을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다. 침대, 주방기구, 화장실, 심지어 공기청정기와 냉·난방기에 냉·온수까지 갖춰져 있다.

슬도의 곰보바위와 등대.

◆옛 이야기 가득한 해안산책길

대왕암공원에는 해안을 따라 조성된 산책길이 있다. 제주도의 올레 길을 닮았지만 울산 동구만의 수 많은 이야기를 닮고 있다. 대왕암과 오토캠핑장 사이에 있는 몽돌해변.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과개안(너븐개)이라고 부른다.

넓고 포근한 이곳 해안에서 1960년대까지 고래를 포획했다. 옛날 이곳 해변에 많은 고래가 밀려오기도 해 주민들이 동원돼 바다로 돌려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 1977년 귀신고래가 동해안에서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인 곳이기도 하다.

이 곳에서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면 파도와 몽돌의 빚어내는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마치 수천개의 유리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청아한 소리는 아무리 오래 들어도 싫증나지 않을 것 같다.

과개안에서 슬도 남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고동섬’이다. '수리바우'에서 '소라바위'로 변형된 것을 한자로 전환하면서 ‘고동섬'이 되었다고 한다. 조금만 더 가면 일산동과 방어동의 경계지점의 가운데 고개를 뜻하는 ‘중점’이다.

노애개안이라고도 부른다. 이 구간을 걷다보면 종종 물웅덩이와 마주한다. 이곳은 조선시대 군마를 기르던 목장이 있었던 자리였고, 물 웅덩이는 말에게 물을 먹이던 음수지였다. 

성끝마을에 위치한 소리체험관.

◆바람과 파도가 만들어 낸 비경

슬도 등대가 가까워지면 최근 건립된 ‘소리체험관’이 나온다.

소리체험관은 새벽종소리(동축사), 숲 바람소리(마골산), 계곡물소리(옥류천), 엔진소리(현대중공업), 출항 뱃고동 소리(신조선), 무산소리(울기등대), 몽돌 물 흐르는 소리(대왕암공원), 몽돌 파도소리(주전해변), 슬도명파 등 울산 동구를 총 9가지의 소리를 체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3D 입체영상관, 트릭아트 포토존, 소리9경 퍼즐 등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도 곳곳에 마련돼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시간만 잘 맞추면 100년도 넘는 옛날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도 체험할 수 있다.

1890년대 미국에서 만든 ‘크리테리온 디스크 뮤직박스’,  비슷한 시기 독일에서 제작된 파이프 오르간에서 나는 소리가 과거로 안내한다.

슬도의 상징이 된 ‘새끼 업은 고래’ 조형물.

탐방의 마지막 일정은 곰보섬 슬도다. 슬도의 바위들은 돌맛조개들이 남긴 구멍 때문에 마치 곰보처럼 변했다. 이 구멍으로 바닷물이 들고 나는 소리가 거문고의 소리를 닮았다고 해 ‘슬도(瑟島)'가 되었다고 한다.

성끝마을과 슬도를 연결하는 방파제 가운데 슬도교 옆에는 반구대 암각화에서 볼 수 있는 고래조형물이 서 있다.

하늘을 향해 서 있는 이 고래는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새끼 업은 고래’를 형상화한 것이다. 슬도에는 하얀색 등대와 그 아래 나무 의자가  전부다. 등대도, 나무의자도 그저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마침 파도가 잔잔해 구멍이 숭숭 뚫린 갯바위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바람과 파도가 내는 소리를 가만히 들어본다.

진짜 거문고 소리를 닮았다. 삶의 터전을 잃은 고래의 슬픈 울음소리도 있었다. 마음 속 가득했던 세상의 찌꺼기들이 빠져나가는 소리도 들린 것 같다.    

글·사진=강정원 기자 mikangjw@iusm.co.kr
드론사진=울산매일 영상동호회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