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십결(圍棋十訣)’, 바둑에 10가지 자세가 있다. 문재인의 ‘선두 굳히기’와 안철수의 ‘판세 뒤집기’가 치열하다. 집토끼를 지키면서 무난히 ‘계가 (計家, 집 계산)’를 끝내려는 문재인은 부득탐승(不得貪勝, 무리하지 않음), 공피고아(功彼顧我, 집안 단속), 봉위수기(逢危須棄, 급하면 꼬리자르기)의 자세를 가다듬는다.

안철수는 기자쟁선(棄子爭先, 주도권 잡기), 사소취대(捨小取大, 작은 것 포기), 세고취화(勢孤取和, 불리할 때 원군찾기)로 맹추격 의지를 불태운다. 반상의 좁은 변·귀 보다 확장성이 큰 중원(中原, 부동표)에 집을 더 지어 굳혀야 하나 남은 시간에 쫓기고 있다.

19대 대선이 ‘포석’을 거쳐 ‘중반’전을 넘기고 ‘끝내기’에 접어들게 됐다. 그동안 TV 토론을 통해 상대의 ‘급소(치명적 부위)’도 거의 다 드러났다. 후보들 중에 종반 ‘끝내기’에 접어들면 패배를 인정하고 ‘돌을 거두는(사퇴하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 유불리가 뚜렷해질수록 네거티브식 ‘변칙수’판세 흔들기가 잦아질 것이다.

‘수 읽기’에 고심, ‘장고’ 끝에 ‘악수’, ‘자충수’ ‘무리수’가 패인, ‘초읽기’에 몰린 ‘덜컥수’, 국민기만 하는 ‘꼼수’, 국면 전환용 ‘신의 한수’. 격렬한 정치판에 바둑 용어가 파고든 것은 우연이 아니다.
19대 대선의 새로운 특징 중 하나는 캐스팅보트를 보수층이 쥐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거나 응답시에도 성향을 숨기고 있는 유권자, 즉 ‘샤이(Shy)보수’가 얼마나 존재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의 막판 표심 이동에 홍준표, 안철수 후보의 성적표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말 없는 숨은 민심은 여론조사와 다르게 나타난다. 여론조사에서 가려져 있는 ‘샤이보수 표심’이 실제 투표장에 들어설 지, 또 전략적 투표로 결집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여론조사 지지율 변화도 공표되지 못하는 ‘깜깜이 기간’에 접어들 5월 3일 이후 각 후보 진영은 더욱 초조할 것이다. 이 기간 분열된 보수층의 표심이, 그 중에 ‘샤이 보수’의 결집에 19대 대선은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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