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투신한 수많은 울산 출신 운동가
정치·문화 등 다양한 형태의 독립운동 앞장
알려지지 않은 운동가들 찾아 명예 드높여야

 

조규성 울산박물관 학예연구관

울산의 독립운동하면 박상진(1884~1921) 의사가 떠오를 것이다. 선생은 북구 송정동에서 박시규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릴 적 경주 녹동으로 이사해 양부모의 집에서 유복하게 자랐다. 15세에 만석꾼 집안인 경주 최씨 부잣집으로 장가들었다. 독립운동에 몸 바치지 않았더라면 평생을 유복하게 편안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선생은 개인의 행복을 뒤로한 채 독립운동의 험한 길을 걷게 됐다. 판사시험에 합격해 평양법원에 발령 받았으나, 그해 우리나라가 일제의 완전한 식민지가 되자, 바로 사직했다. 그 후 만주지역에 들어가서 여러 독립 운동가들을 만나 교류하고, 귀국한 선생은 대구에서 상덕태상회를 설립했고, 1915년 초 조선국권회복단을 결성했고, 그해 7월 풍기의 광복단(光復團)을 이끌던 채기중과 협력해 광복회를 조직했다. 

결성당시 조직원들은 국권을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 목숨 걸고 활동할 것을 다짐하고, 7개의 실천 강령을 마련하고, 박상진 의사를 총사령으로 추대했다. 창립이후 조직을 전국적으로 확대했고, 만주지역에서는 김좌진 장군이 독립군 양성에 힘을 쏟았고, 국내에서는 독립군자금 모금활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애통하게도 선생은 1916년 일본경찰에게 피체돼 6개월의 징역살이를 당했으며, 1918년 봄 또다시 일본경찰에게 피체돼 사형선고를 받고 1921년 8월 13일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했다. 선생의 이 길은 향후 무장투쟁이 필요하다는 독립운동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기도 했다.  

이처럼 편안한 인생을 살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독립운동에 투신해 자신의 목숨은 물론 재산마저 날려버린 사람이 울산에서 한둘이 아니었다. 이 같은 울산지역에서의 독립운동은 3·1 만세운동으로 울산시민 모두가 동참했다. 지역민들은 1919년 지역별 장날에 맞춰 4월 2일 언양지역에서, 4월 4~5일 병영지역에서, 4월 8일 남창지역에서 만세운동을 전개했다. 만세운동으로 울산사람들은 옥고를 치르는 등 많은 희생을 당했다. 이러한 가운데, 전국의 유림 세력들이 프랑스 파리강화회의 우리의 독립을 요구하는 청원서, 파리장서를 보냈는데, 울산에서는 이우락(李宇洛) 선생이 여기에 서명했다. 

이후, 1920년대부터는 광복의 날까지 울산지역에서는 정치, 경제, 문화 분야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독립운동이 지속적으로 전개됐다. 울산시민들은 청년운동, 학생운동, 노동운동, 농민운동 등을 통해 항일 운동을 전개했다. 군자금 모금활동, 징병과 징용의 거부, 신사참배 거부, 민족의식 고취 등 여러가지 보다 구체적, 체계적인 방법으로 항일 운동을 전개했다. 또한 외솔 최현배 선생은 한글을 지켰고, 신월 서덕출 선생은 ‘봄편지’ 시를 지어 독립을 염원하기도 했다. 이처럼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민족의 독립을 위해 노력했던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인다면, 울산지역의 독립운동은 1910년 경술국치 이전 시기부터 있었다. 김선일 의사가 경북 영천에서 조직된 항일단체인 ‘산남의진’에 가입해 울산, 경남 지역에서 활동하다가 체포되어 1910년 교수형을 받고 순국했다. 김기준, 김치일, 박선익, 김춘길 등 많은 지역 인사들이 1908년 울산에서 독자적인 의병부대를 조직해 순사주재소, 우편소 등을 습격하거나, 군자금 모금활동을 펴는 등 항일의병항쟁을  전개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들은 체포돼 교수형, 사형을 받아 순국하거나 종신형 등의 옥고를 치러야만 했다.     

2년 뒤, 2019년은 3·1 독립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현재 국가보훈처 공훈록에는 94명의 울산지역 독립유공자들이 등록돼 있으나, 의병항쟁, 독립운동은 모두 비밀결사운동으로 전개됐기 때문에 아직도 세상에 알려지지 못한 독립운동가와 그들의 활동상이 있을 수 있다. 이들을 한분이라도 더 찾아 알리고, 기존 알려진 독립 운동가들의 명예를 높여 주는 여러 가지 사업들이 광복회 총사령을 배출한 우리시에서 먼저 시작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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