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간 매일 쓴 일기 공개 김홍섭 翁

 ‘낡은 사진 속 두서 이야기’展  
  1955년 10월부터 현재까지 
  기록 일기장 60여권 일부 선봬
“힘 닿는데까지 계속 기록”
  해석 자료집·김혜진作 사진도
  18~25일 두북농협경제사업장 
  

울주군 두서마을에 살고 있는 김홍섭(85) 옹이 60여권에 이르는 그의 일기장을 내보이고 있다.

 

“靴 400 煙草 30 鷄卵 11個 165”(1955년 10월 10일)
“콩타작 仁寶 崔斗七 닭도둑질”(1955년 10월 10일)
“식전 休息 食後 뒤뜰山에서 소밥 3團 묶어놓고 둥거리 조금 주어옴, 갈비 12짐, 상수 나무 2짐,  妻 銀片 相德-昧出嫁 식히는데 놀러갔음(잔치), 儀服 까닭에 釜山 外家 잔치에 놀러 못 갔음”(1962년 12월 23일)

울주군 두서마을의 옛이야기가 담긴 전시에 마을의 한 주민이 62년간 쓴 일기가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김홍섭(85)어르신으로, 김 씨는 지난 1955년 10월부터 현재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쓴 62년간 대기록, 60권의 일부를 내보인다.

그의 일기장에는 당시의 기상상태, 쌀값, 농사의 풍흉정도, 가족과 이웃 간의 인간관계 등이 기록돼 있어 주된 생업이 농사였던 당시 시대상황을 토대로 한 농업경제사와 생활사를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첫 일기 내용.

기록은 줄글로 풀기보다는 그날 있었던 일을 요점정리 형식으로 적어 놨다.

그의 일기를 들여다보면 1955년 구두를 400원에 샀고, 달걀을 11개 165원에 샀다. 담배는 30원이었다. 

1962년에는 장갑을 32원에 샀다는 기록도 있으며, 1972년 백미 한 되 시세가 265원인데 언양장에서 270원에 샀다는 기록도 보인다. 같은 해 8월6일 기록에는 이른 아침부터 폭우가 쏟아져 도로가 파손되고 논둑이 무너졌다는 내용도 발견된다. 

김홍섭 어르신은 “처음에는 별 큰 의미나 목적 없이 썼다. 세월이 지날수록 하루를 되돌아보는 자기반성을 하면서 다음해 농사 지을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기록했다”면서 “쓰고싶지 않을때도 있었지만 우리 가족의 옛이야기, 농사기록이 담겨 있어 흐뭇하다. 힘이 닿는 데까지 계속 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어르신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교 공부를 많이 못해 늘 한이 됐고 혼자 계속 공부해 한자를 터득했다. 요즘도 늘  한자를 쓰고 읽을 뿐 아니라 항상 책을 곁에 둔다. 

1955년 10월부터 쓴 첫 일기장 표지.

두서마을 주민들의 옛이야기를 기록화한 김혜진 사진작가(울산문화재단 농어촌 문화돋우미)는 “지난 62년 간 단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써오신 김홍섭 어르신의 일기는 이 지역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며 “김홍섭 어르신의 일기로 보는 두서이야기를 통해 두서의 옛이야기들을 돌아보고 이 지역 사람들의 생활문화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홍섭 어르신의 일기를 비롯한 두서마을의 옛이야기가 펼쳐지는 사진전 ‘낡은 사진 속 두서이야기’가 오는 18일부터 25일까지 울주군 두서면 두북농협종합경제사업장(노동1길 34)에서 열린다. 김 어르신과 관련한 전시물은 일기외에도 일기를 찍은 사진, 일기 내용을 해석한 자료집이 전시된다.

18일 오전 10시에는 기행작가 배성동씨가 이끄는 반구대 소풍길 트레킹도 함께한다. 이번 전시는 2017문화이모작 경상권 기획사업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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