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진흙 굳은 '이암층' 많아, 기상청 시추 조사 통해 액상화 여부 확인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지진 진앙 주변의 한 논에 액상화 현상으로 보이는 진흙들이 올라와 있다. 노컷뉴스

지난 15일 발생한 포항 강진 이후 진앙(震央)주변에서 지반이 액체 상태로 변하는 '액상화 현상'이 관측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발견된 현상으로 앞으로 건물의 추가 붕괴나 기울어짐이 발생할 수 있어 정밀조사가 요구된다.

행정안전부 활성단층조사단은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한 포항시 북구 흥해읍 지진 진앙 주변의 논 등에서 '액상화 현상'으로 보이는 흔적들을 발견했다.

추수가 끝난 바짝 마른 논 곳곳이 물에 젖거나 논의 흙과는 다른 형태의 모래가 발견된 것이다.

일부 지점은 성인 무릎 높이까지 모래가 솟구친 상태다.


'액상화 현상'은 지하에 있는 모래와 지하수가 강한 지진으로 발생한 지진동에 의해 흔들려 진흙처럼 액체화된 뒤, 지표면으로 솟구치는 현상을 말한다.

액상화 현상이 일어나면 분출된 물과 모래의 양만큼 지반이 약해져 건물 등의 침하를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액상화 현상이 이번 지진으로 인해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이견이 남아 있다.


경재복 교원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그동안 외국에서는 강진이 발생한 이후 액상화 현상이 발견된 경우가 많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면서도 "이번 지진으로 액상화 현상이 나타났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첫 번째 액상화 현상이 발견된 가운데 이번 강진으로 피해가 확산된 이유는 포항지역이 진흙이 굳어 만들어진 '이암(泥岩)층'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진이 발생한 흥해읍을 비롯해 양덕동과 장성동 등 포항 해변지역 상당부분은 '해성이암층'으로 불리는 퇴적층에 위치해 있다.

이암은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지만 물을 먹거나 밖에 노출되면 쉽게 부서지는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포항지역 건물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은 물론, 보강 작업도 서둘러야 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재복 교수는 "큰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동에 의한 건물 붕괴와 함께 액상화 현상으로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포항지역은 이암층이 많은 지역인 만큼 액상화에 의한 추가 피해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국내에서는 건물을 설계할 때 액상화현상을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지진을 통해 우리나라도 액상화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상청 지진화산센터는 지반 액상화 현상이 일어났는지 확인하기 위해 포항 현지 땅을 직접 시추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