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의 한 새마을금고에 강도가 침입해 직원을 위협, 현금을 빼앗아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강도는 6시간 30분 만에 경남 거제에서 잡혔다. 발 빠른 수사로 시민들 불안을 해소해 준 경찰의 수고는 박수 받을 만하다.

경찰이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용의자를 체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번에도 CCTV때문이었다. 범인이 금고 주위를 배회하다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타나는 장면, 범행 후 금고 앞 인도를 지나치는 모습,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모습 등 일거수일투족이 CCTV에 잡혔다. 집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승용차로 거제로 들어간 것도 CCTV가 놓치지 않았다. 낮에 이뤄진 범죄인만큼 더욱 CCTV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동안 도로는 물론 주택가, 심지어 상가에 무분별하게 설치되고 있는 CCTV 때문에 사생활 침해 논란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CCTV는 일상이 됐고, 이번과 같은 순기능도 확인한 만큼 CCTV는 우리 생활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올 것 같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에 붙잡힌 용의자는 폐업한 조선 업체 근로자였다고 한다.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약 6개월간 동구의 한 조선소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하지만 회사는 지난해 12월 물량감소로 인한 자금난으로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조선 산업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구의 현실을 또렷이 각인시키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범행 동기에 대해선 정확한 조사를 더 해봐야 하겠지만 조선 산업의 붕괴가 지역사회는 물론 개인까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지자체와 조선 모기업은 물론 정부가 조선 산업 붕괴에 따른 근로자들의 절망을 보듬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기회에 허술하기 짝이 없는 제2금융권 은행들의 보안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하겠다. 실제 이번에 강도에게 털린 금고의 경우 후문 하나를 통과하면 곧바로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출입문을 여는 것도 금고를 여는 것도 직원 혼자서 가능했다. 이는 금고연합회의 규정 위반이라고 한다. 은행 안과 고객들과 직원들이 이용하는 화장실과 연결되는 구조도 문제였다. 용의자는 이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출근하는 직원이 은행 문을 열 때 흉기로 위협, 내부로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 차제에 제2금융권 보완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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