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정화시키는 미술 전시로 풍요로운 2월
‘울산노동역사관 1987’ 윤은숙 초대전 선봬  
엄마이자 화가인 그의 따뜻한 마음 느껴보길

 

김근숙 G&갤러리 관장

2월의 명칭 ‘February’는 ‘정화하는, 죄를 씻는’이라는 뜻의 라틴어 ‘Februs’가 어원으로, 마음을 정화시키고 다가오는 봄을 맞이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일까. 다른 달보다 일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여유로운 마음이 가져진다. 마음의 정화에 어울리는, 당장에 나의 호기심을 자극시키는 전시회 일정을 살피느라 신이 났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울산의 자랑인 김현식 작가의 개인전 ‘빛이 메아리 치다’가 학고재갤러리에서 지난 7일 오프닝을 가졌다. 지인들과 개인전을 가까이에서 축하해주고 싶었다. 
때마침 1세대 행위예술가인 ‘정강자 개인전’이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었고,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신여성 도착하다’ 전시회도 진행 중이었다. 요즘 ‘여성’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터라 무척 보고 싶었다. 

어렵게 올라가는 서울길이지만 이 전시들을 모두 볼 생각에 마냥 기뻤다. 치열한 노동 현장과도 같은 김현식 작가의 작품을 둘러보고, 여성에게는 너무나 불편하고 불리한 사회에서 여성으로 균형을 잃지 않고 길을 앞서 간 정강자 작가와 신여성의 당당함을 눈에 새겨넣었다. 가슴이 뭉클해졌다가, 얼굴이 부끄러워졌다가, 다시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그날, 울산에 내려오는 길이 더뎠던 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나는 전시장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다가, 꿈을 꾸다가를 여러번 되풀이했다. 
그래, 이번에는 노동과 여성이다. 

울산시 북구 오토밸리복지센터 4층에 ‘울산노동역사관 1987’이 있다. 1920년 울산 일산리 노동야학, 1929년 울산노동조합 창립 등 일제강점기의 노동운동과 노동운동가를 소개하고, 1987년 이후 달라진 노동자 관련 자료들과 함께 노동자들의 삶, 투쟁, 문화 등을 아우르는 공간이다. 미래 세대들에게 노동의 가치를 알아보고 체험하는 기획 전시 공간으로 울산의 노동자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4월에 열릴 예정인 ‘울산노동미술전’에 초대되는 작가의 작품을 한발 앞서 선보이기 위해 기획된 릴레이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 울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윤은숙 작가의 초대전 ‘고요한 사색’을 만날 수 있다. 

윤은숙 작가는 수험생을 둔 엄마이자 미술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중견작가다. 윤 작가는 모든 것의 근원이 될 수 있는 자연과 인간의 어울림이 하나의 길과 집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드로잉을 하고 ‘숨은그림 찾기’ 하듯이 아주 작은 집을 슬쩍 숨겨 놓는 페인팅을 하고 있다. 

작품을 감상하는 이에게 커다란 화면 속의 그 작은 집은 그냥 스쳐지나가지 못하게 한다. “어? 여기 집이 있었네!” “불이 켜져 있어!” 먼 여행에서 돌고 돌아서 온 듯, 다들 그 집에서 당연하듯이 편히 쉬어 간다. 이같은 소소한 재미는 작가가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다시 화면 중심에서 풀과 사람과 집을 따라 가다보면 재잘거리는 그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궤도를 헤엄치는 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의 무심한 듯한 캔버스에는 우주와 자아 사이를 고요히 부유하듯 춤추고 노래하고, 세상의 어둠을 녹이는 평화의 소리가 부드러운 색감으로 담겨 있어 따뜻한 힘을 느낄 수 있다.

거친 역사의 현장에서 비롯된 무거운 공간을 시민들과 더 가까이하고자 지역작가의 초대전을 기획한 ‘울산노동역사관 1987’과 흔쾌히 초대전에 응해준 윤은숙 작가의 모습에서 울산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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