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체들이 조선용 철판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를 비롯해 각종 반덤핑 관세에다 원재료 인상 등으로 후판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철강업체들은 조선 3사에 들어가는 후판 가격은 이달부터 t당 65만원에서 70만원으로 올린다고 한다. 철강업계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조선 산업의 경영을 더욱 악화시킬 수밖에 없는 이번 조치는 재고되어야 한다. 

철강업계의 가격 조정 요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다. 그동안 철강업계는 후판생산의 원재료가 되는 슬래브 가격이 전 분기 대비 50달러 이상 상승한데다, 미국 상무부의 한국산 후판 예비판정에서 10%대의 관세가 매겨져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했다. 

후판은 주로 선박이나 교량 등 대형 구조물에 사용되며, 90% 이상이 조선 3사에 공급된다. 
조선업계의 불황으로 2006년 이후 t당 후판가격은 100만원 선에서 50만원 선으로 급락했고 지난 3년간 동결됐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철강업계의 인상 요구는 무리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인상 시점이 좋지 않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한국 조선업계는 지금 심각한 경영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조선업계 대부분은 지난 2016년 최악의 수주난에 따라 지난해와 올해 일감부족과 매출감소로 인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실제 울산지역 주요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16일부터 29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자 접수에 들어갔다. 구조조정 규모는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지난 2016년에도 3,000명이 넘는 직원들을 감원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사의 선박 건조 대금의 10~20% 정도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까지 인상되면서 조선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게 불 보듯 뻔하다. 

지역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박 건조에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 인상으로 인한 피해는 클 것”며 “수주절벽의 여파로 구조조정까지 단행하고 있고, 업황이 확연히 회복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가 인상 압박까지 받는 현 상황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철강 가격을 시장이 결정하는 게 맞겠지만 현재의 조선업 위기상황을 감안해 정부가 가격 결정에 개입할 방법은 없을지 고민해야 하겠다. 울산은 지금 조선업의 몰락으로 지역 경제의 한축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지역 조선 산업의 회생을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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